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노동부 국정감사가 열린 7일 정부과천청사 노동부 국감장에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일했던 노동자들(맨오른쪽 두 여성)이 참고인으로 나와 ‘집단 백혈병 피해 상황’을 증언하는 것을 이영희 노동부 장관(맨왼쪽)과 정종수 차관이 듣고 있다. 과천/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의원들, 국감서 “발병원인 밝혀라” 집중 추궁
“노동부 역학조사과정 투명히 알려야” 주문도
“노동부 역학조사과정 투명히 알려야” 주문도
시민사회단체가 1년 넘게 ‘진상 규명’을 촉구해 왔던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의문의 집단 백혈병’ 문제가 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노동부 국정감사에서 도마에 올랐다. 여야 의원들은 “발병 원인을 제대로 밝혀내야 한다”며 노동부와 삼성전자 쪽을 집중 추궁했다.
김상희 의원(민주당)은 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공단 등의 자료에 바탕해 “1998년 이후 삼성전자 기흥·온양공장 근무자 가운데 18명이 백혈병·악성림프종에 걸렸고, 이 가운데 9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해마다 20~44살 인구 10만명당 1.46명꼴로 백혈병으로 숨지는 것에 견줘, 2만5천명이 일하는 기흥·온양공장의 백혈병 사망률은 3배 이상 높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1만3천명이 일하는 하이닉스 반도체공장에서도 같은 기간 9명이 숨졌다고 공개했다.
기흥공장에서 반도체 원판을 세척하는 일을 했던 황유미씨가 지난해 3월 숨진 뒤, 유가족과 시민사회단체들이 꾸린 대책위원회는 “화학물질 노출이 백혈병의 원인”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들은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출신 13명이 백혈병에 걸렸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직업병 인정’을 요구하는 산업재해 신청도 냈다.
이에 한국산업안전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역학조사를 벌였고, 지난 2월엔 노동부가 13개 반도체업체에 대해 화학물질 취급 현황 등의 실태를 조사했다. 하지만 노동부는 “기업의 영업비밀에 해당하고, 올해 말 나올 역학조사 결과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이유로 그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박준선 의원(한나라당)은 “역학조사가 늦어지니까 피해자들이 더 억울해하는 것”이라며 “투명하게 조사 과정을 알려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홍희덕 의원(민주노동당)도 “노동자들이 지금도 화학물질에 노출됐을지 모르는 사태의 심각성을 노동부가 외면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역학조사를 하고 있는 한국산업안전공단 박두용 산업안전보건연구원장은 “지난 11년 동안 반도체공장에서 일한 25만명을 상대로 백혈병 환자 수를 집계 중”이라며 “백혈병처럼 희귀한 질병은 모집단이 넓고, 각종 통계와 건강보험 자료를 대조해야 해 역학조사가 몇 년씩 걸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영국·미국에서도 반도체산업과 백혈병 사이 연관 관계를 따지는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삼성전자 쪽에도 “은폐·축소에 급급하지 말라”는 주문이 쏟아졌다. 김상희 의원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 내부 공문을 보면, 삼성전자 온양공장 작업환경 측정 결과 백혈병을 유발시킨다고 알려진 벤젠이 4곳에서 검출돼 정밀분석을 요구하는 내용이 있다”며, 삼성전자에 “유해물질을 쓴 것 아니냐”고 따졌다. 안재근 삼성전자 전무는 “벤젠을 쓰지는 않고 일부 유기용제를 쓰긴 하지만 인체 노출을 막는 안전장치를 두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날 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자와 유가족들은 국정감사가 열린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노동부는 정보 공개를 거부하고, 근로복지공단은 산재 처리를 미루고, 삼성은 뒤로는 산재 포기를 종용하고 있다”며 철저한 진상 규명과 투명한 정보 공개를 촉구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