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막농성뒤 날마다 대책회의…노조위원장에 ‘개입말라’ 요청
병원쪽 가처분신청서에 첨부된 일지 통해 확인
2~5년씩 간호 보조 업무를 해 온 파견 노동자 28명을 지난달 30일 집단 계약 해지한 서울 강남성모병원이 농성장 철거와 노동자 감시에 관여하고 정규직 노조에 ‘개입하지 말 것’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났다. 9일 강남성모병원 비정규 노동자들은 “병원의 노조 탄압 증거”라며 병원이 자신들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낸 ‘병원 점유 및 사용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공개했다.
병원이 법원에 증거자료로 낸 ‘파견직원 관련 상황’을 보면, 비정규 노동자들이 병원 행정동 앞에 농성 천막을 친 지난달 17일부터의 상황이 시간대별로 자세히 적혀 있다. 병원은 이날부터 병원 인사팀장, 노무사, 파견 업체인 ㈜메디엔젤 관계자가 참석한 ‘상황 대책회의’를 날마다 열어, 농성장 철거 계획 등을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9월17일 23시20분 천막 철거: ㈜메디엔젤 주도로 경호업체 인원 15명 투입” “20일 새벽 1시20분 물리적 충돌 우려돼 철거 보류” 등이 문건에 적혀 있다.
특히 △9월21일 민주노동당 서울지역 대의원대회 참석 발언 △9월23일 청계광장 촛불집회 참석 등 비정규 노동자들의 병원 외부 활동까지 세세히 기록돼 있고 “9월2일 한겨레신문사 기자와 인터뷰 후 기사 작성” 등 언론 동향까지 나온다.
병원은 보건의료노조 강남성모병원지부에 ‘개입하지 말 것’도 요청했다. 9월17일 기록에는 “오후 4시40분 본원 지부에 (천막 농성을) 강력히 항의함. 본원 지부장 만남. 개입 의사 없음 확인” “밤 10시30분 지부장에게 전화. 지부장 개입하지 않음 요청→알겠다 함”이라고 적혀 있다.
김선화 강남성모병원지부장은 “병원 쪽이 나를 만났다는 시각엔 보건의료노조 회의에 참석 중이었고, 통화 내용은 거짓”이라며 “지부는 결코 ‘개입 의사가 없음’을 밝힌 적이 없는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막기 위해 병원 쪽이 거짓 내용을 서류에 써 법원에 증거 자료로 내는 등 치졸한 방법까지 동원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부는 10일 강남성모병원에 ‘자료 허위 기재’에 공식 항의하는 공문을 보냈다.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서울본부장은 “병원 쪽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갈라 놓으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9월22일부터 작성된 ‘상황일지’에는 인사팀장·노사협력팀장 등에 보고했는지를 적는 칸이 따로 있고, 팀장-부원장-병원장까지 결재 라인이 표시돼 있다.
이에 대해 이승우 강남성모병원 홍보팀장은 “인사팀에서 작성한 문건이 맞다”면서도 “계약 해지된 노동자들과 외부 세력의 불법 점거에 병원이 대책을 세우는 것은 당연하고 외부 활동은 노조 홈페이지 등을 통해 쉽게 알 수 있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비정규 노동자 홍희자씨는 “파견업체가 해결할 일이라던 병원이 실제론 농성장 철거와 밀착 감시 등을 주도했음을 스스로 자백한 증거”라며 “정규직 노조에 개입 금지를 요청한 것은 부당노동행위”라고 주장했다. 병원은 “파견직의 정규직화는 직접 고용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요구로 이어질 수 있어 수용할 수 없다”며, 점거농성을 벌인 비정규 노동자 7명을 업무 방해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이에 대해 이승우 강남성모병원 홍보팀장은 “인사팀에서 작성한 문건이 맞다”면서도 “계약 해지된 노동자들과 외부 세력의 불법 점거에 병원이 대책을 세우는 것은 당연하고 외부 활동은 노조 홈페이지 등을 통해 쉽게 알 수 있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비정규 노동자 홍희자씨는 “파견업체가 해결할 일이라던 병원이 실제론 농성장 철거와 밀착 감시 등을 주도했음을 스스로 자백한 증거”라며 “정규직 노조에 개입 금지를 요청한 것은 부당노동행위”라고 주장했다. 병원은 “파견직의 정규직화는 직접 고용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요구로 이어질 수 있어 수용할 수 없다”며, 점거농성을 벌인 비정규 노동자 7명을 업무 방해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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