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리베스킨트(61·폴란드계 미국인·사진)
한국 찾은 세계적 건축가 대니얼 리베스킨트
베를린 유대인박물관·뉴욕 프리덤타워 등 설계
“서울엔 과거·현재 공존, 전통 지켜나가야 발전” 그의 건축물은 깎이고, 찢기고, 짓눌린다. 그의 건물엔 나치가 유대인에게 가한 학살의 참혹함이 배어있고, 9·11테러의 숨막힘과 어지러움이 묻어난다. 독일 베를린의 유대인박물관 설계자로, 최근엔 9·11테러로 무너져 내린 뉴욕 세계무역센터 자리에 새롭게 들어설 프리덤타워를 설계한 대니얼 리베스킨트(61·폴란드계 미국인·사진)가 한국을 찾아왔다. 지난 11일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서울디자인올림픽 2008’ 행사에 참석한 그는 자신의 디자인 철학을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건축 디자인은 이야기를 살려내는 일이에요. 건물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건축가가 그것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느냐가 중요하죠.” 그래서일까. 그의 건축물은 ‘성냥갑’ 모양의 정형적인 틀을 고집하지 않는다. 유대인 박물관은 건물 자체가 유대인을 상징하는 다윗의 별 위로 번개가 치는 모양을 하고 있고, 프리덤타워가 들어설 그라운드 제로에서는 세계무역센터의 남쪽 타워와 북쪽 타워가 무너진 오전 9시59분과 오전 10시29분을 새 건물의 축 각도로 활용한다. 이렇게 그의 건축은 건물에 무엇이 담기기 전에 이미 건물 자체가 메시지가 된다. 물론 그의 건축물은 공간 활용도와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리베스킨트는 “나는 상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정형화한 방법과 공간 자체를 바꾸지 않고서는 새로운 공간과 도시 아이콘이 생겨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에 대해 “물과 산이 있고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에너지가 넘치는 도시”라고 평가했다. 그렇지만 이를 대변할 수 있는 건축물이 없는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외부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서울이나 도쿄나 큰 차이를 못 느낍니다. 비슷한 건물에 비슷한 사람들, 국가나 도시가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디자인과 건축을 통해 돌파구를 찾아야 합니다.” 그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나 도시 아이콘을 만드는 작업을 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50여년 전 배를 타고 폴란드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올 때 자유의여신상에서 ‘삶’과 ‘자유’를 느꼈던 것처럼 서울에도 그런 건축물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그는 인터뷰 끝에 도시가 발전하기 위한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로 ‘전통’을 꼽았다. “전통 없이는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없어요. 서울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전통도 함께 지켜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사진 서울시 제공
“서울엔 과거·현재 공존, 전통 지켜나가야 발전” 그의 건축물은 깎이고, 찢기고, 짓눌린다. 그의 건물엔 나치가 유대인에게 가한 학살의 참혹함이 배어있고, 9·11테러의 숨막힘과 어지러움이 묻어난다. 독일 베를린의 유대인박물관 설계자로, 최근엔 9·11테러로 무너져 내린 뉴욕 세계무역센터 자리에 새롭게 들어설 프리덤타워를 설계한 대니얼 리베스킨트(61·폴란드계 미국인·사진)가 한국을 찾아왔다. 지난 11일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서울디자인올림픽 2008’ 행사에 참석한 그는 자신의 디자인 철학을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건축 디자인은 이야기를 살려내는 일이에요. 건물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건축가가 그것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느냐가 중요하죠.” 그래서일까. 그의 건축물은 ‘성냥갑’ 모양의 정형적인 틀을 고집하지 않는다. 유대인 박물관은 건물 자체가 유대인을 상징하는 다윗의 별 위로 번개가 치는 모양을 하고 있고, 프리덤타워가 들어설 그라운드 제로에서는 세계무역센터의 남쪽 타워와 북쪽 타워가 무너진 오전 9시59분과 오전 10시29분을 새 건물의 축 각도로 활용한다. 이렇게 그의 건축은 건물에 무엇이 담기기 전에 이미 건물 자체가 메시지가 된다. 물론 그의 건축물은 공간 활용도와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리베스킨트는 “나는 상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정형화한 방법과 공간 자체를 바꾸지 않고서는 새로운 공간과 도시 아이콘이 생겨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에 대해 “물과 산이 있고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에너지가 넘치는 도시”라고 평가했다. 그렇지만 이를 대변할 수 있는 건축물이 없는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외부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서울이나 도쿄나 큰 차이를 못 느낍니다. 비슷한 건물에 비슷한 사람들, 국가나 도시가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디자인과 건축을 통해 돌파구를 찾아야 합니다.” 그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나 도시 아이콘을 만드는 작업을 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50여년 전 배를 타고 폴란드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올 때 자유의여신상에서 ‘삶’과 ‘자유’를 느꼈던 것처럼 서울에도 그런 건축물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그는 인터뷰 끝에 도시가 발전하기 위한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로 ‘전통’을 꼽았다. “전통 없이는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없어요. 서울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전통도 함께 지켜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사진 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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