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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좋은 가장 · 전문털이범 7년 ‘이중생활’

등록 2005-05-04 16:55수정 2005-05-04 16:55

주말이면 가족들과 놀이공원을 찾는 더없이 착하고 좋은 가장, 7년간이나 경찰의 수사망을 피하며 절도행각을 벌인 범인.

이처럼 서로 상반되는 두사람이 동일인물이라고 하면 쉽게 믿기 어려울 것이다.

부산 금정경찰서가 4일 빈 사무실을 전문적으로 털어온 혐의(상습절도)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박모(45.무직.부산시 사상구 괘법동)씨는 놀랍게도 바로 이런 너무나 다른 이중생활을 해온 인물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프레스공장에서 일하며 아내와 두자녀의 생계를 꾸려나가던 박씨는 지난 98년초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로 실직한 뒤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게 되자 서서히 범죄의 늪으로 빠져들게 된다.

우연찮게 모 방송사의 범죄관련 프로그램에서 범인들이 절단기를 이용해 빈 집이나 사무실에 침입해 물건을 훔치는 장면을 본 게 계기가 됐다고 한다.

처음에는 시험삼아 거주지 주변의 빈 사무실을 몇군데 털었으나 경찰의 수사망에 포착되지 않은데다 수입(?)도 짭짤하자 기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오토바이를 구입하는 등 범행수법이 점차 대담해졌고, 대상지역도 부산시내 전역으로 확대됐다.

또 범행대상 지역을 7~10일간 사전에 답사하는 등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해 박씨의 절도행각은 지난달 중순까지 무려 7년간이나 계속됐다.

훔친 물건을 시가로 환산하면 3억원이 넘는다.


이 기간에 박씨는 집에서 믿음직한 가장이었다고 한다. 중고 컴퓨터 매매업을 한다며 범행을 위해 야간에 집을 나설 때는 "컴퓨터 부품을 조립할 게 있다"고 말하며 가족들을 감쪽같이 속였다.

박씨는 특히 아내에게 정기적으로 일정한 생활비를 건넸고, 범행을 저지르지 않는 주말에는 대부분 자녀들의 손을 잡고 놀이시설 등을 찾아 즐거운 한때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훔친 물건중 팔리지 않아 집 창고에 가져다 놓은 것만해도 1t트럭 1대분량이나 됐지만 가족들은 박씨가 이 물건들을 훔쳐왔다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한다.

박씨의 이런 이중적인 생활은 걸핏하면 사무용품을 내다파는 박씨를 수상하게여긴 한 중고품 매매상의 신고로 7년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박씨는 경찰에서 "나를 믿고 의지하는 가족들을 속이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면서 "언젠가는 이 생활을 청산하려고 했는데..."라며 고개를 숙였다.

(부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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