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이건희 저지 시위를 벌였던 ‘다함께 고려대모임\' 소속 학생 10여명이 4일 오후 학교 후문에서 자신들의 시위가 정당했다며 학내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박종찬 기자
[인터뷰] 고려대 시위 주도한 ‘다함께 고대모임’ 서범진씨 개교 100돌을 맞아 대규모 기념행사를 잇따라 열 계획인 고려대의 ‘웅대한’ 구상이 이건희 삼성 회장의 명예철학박사 학위수여식 저지시위 후폭풍에 휘말렸다. 지난 2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열릴 예정이던 이건희 삼성 회장의 학위수여식을 일부 학생들이 저지한 데 대해 고려대 보직교수들이 사태에 책임을 지고 이례적으로 집단사퇴서를 냈으며 어윤대 총장은 이 회장에게 사과문을 전달했다. 시위를 주도한 학생들에 대해 언론들은 “예의가 없고, 열린 사고와 거리가 멀고, 폭력적”이라며 학생들의 ‘버릇없는’ 태도를 질타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홈페이지에는 이번 시위를 주도한 세력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시위 학생들 4일 학내선전전
“시위는 정당했다. 징계시도 철회하라”
2일 ‘이건희 저지 시위’에는 고려대 학생운동 단체인 ‘다함께 고려대모임’과 총학생회, 수여식에 반대하는 학생 150여명이 참여했다. 시위에 참여한 ‘다함께 고려대모임’ 등은 4일 오후에 고려대 후문에서 자신들의 시위가 정당했으며 학교쪽이 시위 학생들을 징계하려는 것이 부당하다는 선전전을 벌였다. 학생들은 “노동탄압 범죄자에 학위수여 철회하라”, “이건희 경영철학 납치·감금, 폭행·협박, 핸드폰 위치추적, 이건희는 노동탄압 박사다”, “이건희 저지 항의 시위 정당하다. 징계시도 철회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
||||||
학교 이미지·취업 걱정 우려하기도
|
||||||
![]() |
||||||||||||||
![]() |
“이건희에 철학박사라니 인문학을 액세서리로 보나”
=이건희는 폭력적 방식으로 무노조 경영을 고수해온 대표적인 기업가이다. 그런 사람이 우리 학교에서 명예철학박사 학위를 받는다는 것이 말이 안된다. 그가 정문으로 당당히 걸어들어가 자랑스럽게 학위를 받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시위를 벌였다. 이건희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있고 이건희가 탄압한 노동자들을 지지하는 학생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는 것이었다. -왜 이건희가 고려대학교에서 명예철학박사 학위를 받으면 안된다는 말인가? =삼성의 무노조 경영은 노조를 모조리 박살내 노조를 만들 수 없게 만든 ‘피의 경영’ 이었고, 폭행, 납치, 감금, 핸드폰 위치추적 등의 방법이 동원되었다. 이런 사람에게 어떻게 명예철학박사학위를 줄 수 있느냐. 학교당국은 이건희가 낸 학교 기부금 400억원에 대한 보답으로 학위 장사를 하려는 것이다. 이건희에 철학박사 학위를 준다는 것에 문과대 학생들이 가장 반대를 했고 어이가 없어 했다. 그날 시위에도 문과대 학생들이 가장 많이 나왔다. 인문학을 대놓고 무시하고 액세사리 취급을 하는 것이냐? “오히려 학생들이 맞았다” -학교당국은 물론 학생들도 폭력적인 방식은 문제라는 비판이 많은데? =이건희 회장을 물리적으로 폭행할 계획은 애초부터 없었고 폭력을 행사하지도 않았다. 시위도 메이데이 행사준비에 바빠 많이 준비하지 못했다. 시위 대자보도 하루 전날 붙었다. 그런데도 150여명이나 참여한 것은 이 사안에 대한 학생들의 분노가 얼마나 컸는지를 반증한다. 우리는 이건희에 목소리를 높여 항의했고 더 가까이에서 항의하려고 이건희를 쫓아갔을 뿐이다. 오히려 학교당국이 교직원과 운동부 학생들을 불러다가 행사장 주변에 위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했고 우리의 뜻을 강력하게 알리려는 과정에서 우발적인 몸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시위과정에서 벌어진 하나의 에피소드일 뿐이었다. 몸싸움 하는 과정에서 부상을 입은 쪽은 오히려 학생들이었다. 한 여학생은 몸싸움 과정에서 귀가 찢어졌고 4명이 부상을 당했다. 자제를 요청하던 학생 대표는 학교 직원들에게 얼굴을 얻어 맞았다. 오히려 폭행을 당한 쪽은 학생들이다. 그런데도 학교당국과 보수언론이 이번 일을 폭력사태로 매도하는 것은 본질을 호도하는 정치적 의도일 뿐이다. -어윤대 총장은 이번 일을 외부세력과 연계한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외부세력이 있었나? =시위 참가자들은 다함께 고대모임 회원과 자발적으로 나온 고대생이 전부다. 다른 학교 학생은 한명도 없었다. 노동자는 딱 1명 있었다. 연대발언을 하기 위해 삼성 에스디에스 해고 노동자가 참여했다. 외부세력이 개입되었다는 총장의 발언은 완전히 왜곡됐다. “보직교수 사퇴는 오버, 자본에 굴종 보여주는 것” -보직교수들이 사퇴하고 시위 학생들에 대한 징계 이야기도 나오던데… =보직교수들이 사퇴한 것은 완전히 오버다. 학생들 이야기 듣지도 않더니 이건희가 한번 기침하니까 뒷꽁무니를 빼는 것이냐. 우리 사회 대학이 기업에 종속되어 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또 보직교수들의 사퇴는 학생들에 대한 징계의 전 수순이 아닌가 생각된다. 만약 그렇게 진행된다면 이는 학교의 수치다. -삼성이 학교에 기부금을 줬을 때는 어떤 행동을 취했나? =학교는 삼성 기부금을 쥐도 새도 모르게 받았다. 전혀 공개되지 않았고 뒤늦게 알았다. 학교가 기부금 내역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그것을 안다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이건희가 명예박사학위를 받으러 온다고 하기에 시위를 벌인 것이다. “기부금 받아 학생들에 혜택 돌려줬나” -재정이 열악한 대학의 입장에서 기업의 기부금이 학교운영에 유용하게 쓰일 수도 있는 것 아니냐? =기부금으로 혜택을 본다고 넙죽 아무 돈이나 받을 수 있느냐? 그런 태도는 지성인으로서 어떤 성찰도 없는 것이다. 더 좋은 교육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맞다. 그러나 등록금도 오르고 기업 기부금도 받는데 이에 비례해서 교육환경은 왜 개선되지 않는지 따져봐야 한다. 학교는 기부금을 받아 공개하지도 않고 마음대로 관리한다. 추상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기부금이 학생들에게 혜택이 돌아오고 있는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삼성 이건희=노조탄압’이라는 등식이 어느 정도 설득논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나? =삼성을 초일류라고 추켜세우는 것은 기업의 경영과 성장이 노동자 탄압을 통해서만 이뤄질 수 있다는 논리를 인정하는 꼴이다. 설령 노동탄압이 초일류기업의 전제조건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은 옳지 못한 것이 사실이 아니냐? 노조를 만들려는 사람들을 협박하고, 해고시키는 행위는 어떤 명분으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 그것을 인정할 것이 아니라 고치라고 사회적으로 삼성과 이건희에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 맞지 않나? “우린 ‘민족 고대’ 자존심을 지켰다” -이번 시위로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비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오히려 우리의 시위는 학교의 이미지를 더 높였다. 이건희가 레드카펫을 밟고 올라가 오케스트라 연주의 환호속에 자랑스럽게 명예박사학위를 받았다면 그것이 오히려 민족고대의 수치다. 4.19부터 민주화를 이끌었던 고대의 전통에 먹칠을 하는 것이다. |
![]() |
||||||||||||
![]() |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