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오후 서울 남부지검 대회의실에서 전국 주요 지청 수석부장검사와 수석검사들이 사개추위 수정안에 대한 대검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평검사 반발 전말
사개추위 수정안 불만 법무장관 번져
‘백지상태 새그림’ 요구 앞길 안갯속 서울중앙지검 평검사회가 4일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의 수정안을 전면 부정하고 사개추위와 절충을 시도했던 김승규 법무부 장관까지 비판하는 ‘강경 대응’에 나섰다. 사그라들 것으로 전망됐던 이번 사태는 하룻만에 검찰 내부의 갈등까지 겹쳐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 초유의 반발 어떻게 나왔나?=일선 검사들은 반발은 이미 검찰 수뇌부가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수도권 검사장 회의를 소집한 지난달 27일부터 시작됐다. 검찰 내부 게시판에는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왜 알리지 않았냐”는 성토가 이어졌다. 지난 2일 저녁 열린 서울중앙지검 평검사 회의와 다음날 대구지검과 부산지검 평검사 회의에서도 지도부의 안일한 대응에 대해 문제가 제기됐다. 다음날 한승헌 사개추위 위원장과 김승규 법무장관이 만나고 사개추위의 수정안이 나왔으나, 수정안의 내용이 평검사들의 불만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불만족스러운 수정안의 책임을 묻는 과정에서, 평검사들의 ‘불만’은 마침내 김승규 법무 장관에게까지 번진 것이다. ◇ 법무부·대검 수뇌부 대응은?=김종빈 검찰총장은 이날 오전 출근길에 “사개추위가 검찰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일단 환영했지만, 대검 지도부 역시 내부적으로는 사개추위 조정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한 검사장은 “사개추위 수정안에는 참고인을 출석시킬 의무를 검사에게 부과하고, 검찰이 참고인 출석을 유도하지 못하면 관련 증거들이 모두 소용없게 된다는 내용도 있다”고 전하면서 불만을 드러냈다. 검찰 지도부는 이날 오후까지 이런 고민을 하면서도, 평검사들의 반발을 우려해 공식적인 의견을 밝히는 데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 평검사 반발 사태 어떻게 진행될까?=서울중앙지검 검사들은 이날 전국 평검사 대표자 회의 소집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거듭 강조했다. 소집 날짜는 사개추위 실무위원회가 열리는 9일에 얽매이지 않고 일선의 논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결정키로 했다. 평검사들은 의견을 수렴해 대검에 보고한 뒤 이를 사개추위에 전달한다는 계획이지만, 이 모든 게 성사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우선 사개추위로서는 다가운 9일 차관급 실무위원회와 16일 전체위원회를 미룰 수 없는 처지인데다, 그 동안의 형소법 개정논의 결과를 모두 백지화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는 요구여서 받아들이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더구나 이번에 평검사들의 요구를 수용한다면 앞으로 각계의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 등 다른 사법개혁 논의에도 제대로 추진할 수 없게 되는 게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김승규 법무장관과 김종빈 총장의 강력한 대응이 있을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평검사들의 반발을 그대로 방치하면 신임 김 총장으로서도 남은 임기 동안 검찰을 지휘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고, 김 법무 장관도 자신을 겨냥한 검사들의 ‘하극상’을 어떤 식으로든 해결해야 할 처지이기 때문이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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