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에서 30년 넘게 근무했지만, 미군 병사들에게 특정 책을 읽지 말라거나 영내 반입 금지 같은 조처를 들어본 적이 없다.”
김영규 주한미군 공보관은 23일 한국 국방부의 ‘불온서적’ 목록 지정에 대해, 부대 안에서 지내야 하는 한국군 병사들과 일과 뒤 외출이 자유로운 미군이 처한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전제로 이렇게 말했다.
김 공보관은 “주한미군은 ‘불온서적’ 지정·차단을 정책으로 채택한 적이 없다”라며 “어떤 책을 읽는 문제와 관련해 미군의 권리는 일반인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군 임무의 특수성을 내세워 장병 정신교육에 부적합한 책은 일정한 제한이 불가피하다는 한국군의 논리는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김 공보관은 “요즘은 미군 병사들이 인터넷서점에서 책을 많이 주문하기 때문에, 미군 당국이 장병들이 어떤 책을 읽는지 일일이 확인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미군은 책 반입뿐 아니라 영내 도서관에도 ‘불온서적’이란 이유로 책의 비치·열람을 제한하지 않는다. 기지 12곳에 장서 15만9천여권을 갖추고 있는 미군 도서관에는 카를 마르크스, 레닌, 마오쩌둥, 체 게바라 등 좌익 혁명가 관련 책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도서관에는 미군에 배속된 한국군인 ‘카투사’도 특별한 제약 없이 출입할 수 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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