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와이즈먼(사진)
한국 찾은 ‘인간없는 세상’ 저자 앨런 와이즈먼
인류의 지구파괴 고발로 ‘미 최고 과학저술상’
‘인간과 자연 공존의 터’ 비무장지대 보전강조
“미국은 운하 실패…대운하 한반도 파괴할것” 앨런 와이즈먼(사진)의 <인간 없는 세상>은 ‘미국 최고의 과학저술상’을 받았고 32개 국어로 번역됐다. 이 책이 세계적으로 호평받은 이유에 대해, 24일 서울에서 만난 와이즈먼은 “정치적 성향의 차이를 떠나 사람들이 지구가 지금보다 더 나았던 시절을 기억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어렸을 때 새와 숲 등 주변 자연을 쉽게 즐기고 관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거기엔 아파트와 대형 빌딩들, 산업시설들이 들어차 있다. 그래서 옛 시절을 그리는 사람들이 그 책을 좋아하는 것 같다.” <인간 없는 세상>은 제목 그대로 지구를 지배하고 있는 인간들이 지금 당장 사라져버린다면 지구 생태계가 어떻게 변모할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인간 이전의 자연상태를 복원해갈지 과학적 근거들을 통해 매우 구체적으로 상상함으로써 역설적으로 인간의 무자비한 지구 파괴를 고발하고 경고하는 책이다. 와이즈먼은 28일부터 창원에서 열리는 람사르협약 제10차 당사국 총회 개최 기념 ‘비무장지대(DMZ) 보전을 위한 국제 콘퍼런스’ 참석차 한국에 왔다. 그는 “전쟁터였던 한국 비무장지대가 뜻밖에도 60여종의 멸종위기 동물들이 사는 아시아 최대의 자연보호지역이 돼버렸다”며, 비무장지대 보전은 그 외에도 매우 중요한 의미들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그곳은 슬픈 기억이 서려 있는 중요한 역사적 장소다. 남북이 대립을 넘어 서로 협력해서 보호한다면 야생천국을 만들어 세계를 감명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반도인들한테도 평화와 자유, 자연친화와 공존의 싹을 키울 수 있게 해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경제적으로도 큰 이익을 얻게 된다. 풍요로운 자연뿐만 아니라 인간의 아픈 역사까지도 사람을 끌어들이는 요소가 되지 않겠는가. 한반도인들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놀라운 기회로 삼기 바란다.” 그는 2003년에도 방한해 비무장지대를 일주일 동안 돌아본 적이 있다. 와이즈먼은 “음식도 맛있고 사람들도 친절하고 자연환경도 아름다운 한국을 무척 좋아한다”며, 한강 하류지역 개발 움직임을 두고, 대형 허리케인 한 방에 폐허가 된 미국 뉴올리언스의 무분별한 개발이 초래한 비극을 떠올리며 경고를 보냈다. 한국 정부의 대운하 건설 구상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한국을 비판하는 한 외국인이 아니라 함께 고민하는 세계 시민의 한 사람으로 봐 달라면서, “운하 연결을 시도한 미국이 엄청난 비용만 날리고 실패한 값비싼 교훈들을 기억해야 한다. 대운하 건설은 미국보다 작고 아름다운 한반도를 더 쉽게 더 빠르게 파괴할 것”이라고 말했다. 와이즈먼의 이번 방한에 맞춰 1998년에 낸 그의 책 <가비오따쓰>의 한글판 재출간도 완료됐다. 2002년에 번역 출간된 이 책은 이번에 새 계약사가 된 랜덤하우스가 출간 10주년 기념 서문을 덧붙여 재출간했다. 남미 콜롬비아의 황량한 동부 야노쓰 초원지대를 열대우림이 우거진 자급자족적인 생태공동체 가비오따쓰로 거듭나게 만든 인간들의 발상 전환과 끈기 있는 실천, 경이로운 현장 실태를 그린 이 책은 파괴자 인간이 구원의 희망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었다. 콜롬비아와는 사정이 다른 한국에서도 그런 기적이 가능할까? “파올로 루가리(가비오따쓰 창설자)는 대도시도 지속가능한 곳으로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콜롬비아 가비오따쓰를 복제해선 안 된다. 각자 환경에 맞게 변용해야 한다. 빌딩 옥상에 태양열 집열판을 설치하고 수경으로 채소를 재배하면 원거리에세 식재료들을 운반해오지 않아도 된다. 자동차 이용도 줄이고 효율화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고 바이오연료 개발로 석유를 대체할 수 있다.” 그는 한국의 ‘그린벨트’ 같은 녹색지대를 주거지 중간중간에 거미줄처럼 배치하는 게 건강한 나라 만들기의 유일한 길이라고도 했다. 인간의 지속적 삶을 위해선 물질 소비 수준을 지금보다 낮춰야 하지 않을까? “가비오따쓰가 주는 교훈의 하나는 밸런스(균형)다. 텔레비전을 3대로 늘리고 자동차를 몇 대씩 갖는, 말하자면 물질적으로 더 부유해진다고 해서 삶의 질이 더 나아지고 행복해지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물질적 부가 일정 범위 내에서는 증대될수록 행복도도 높아지지만 그 범위를 넘어서면 부의 증대와 삶의 질·행복도가 비례하지 않는다는 걸 발견했다.”
글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인간과 자연 공존의 터’ 비무장지대 보전강조
“미국은 운하 실패…대운하 한반도 파괴할것” 앨런 와이즈먼(사진)의 <인간 없는 세상>은 ‘미국 최고의 과학저술상’을 받았고 32개 국어로 번역됐다. 이 책이 세계적으로 호평받은 이유에 대해, 24일 서울에서 만난 와이즈먼은 “정치적 성향의 차이를 떠나 사람들이 지구가 지금보다 더 나았던 시절을 기억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어렸을 때 새와 숲 등 주변 자연을 쉽게 즐기고 관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거기엔 아파트와 대형 빌딩들, 산업시설들이 들어차 있다. 그래서 옛 시절을 그리는 사람들이 그 책을 좋아하는 것 같다.” <인간 없는 세상>은 제목 그대로 지구를 지배하고 있는 인간들이 지금 당장 사라져버린다면 지구 생태계가 어떻게 변모할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인간 이전의 자연상태를 복원해갈지 과학적 근거들을 통해 매우 구체적으로 상상함으로써 역설적으로 인간의 무자비한 지구 파괴를 고발하고 경고하는 책이다. 와이즈먼은 28일부터 창원에서 열리는 람사르협약 제10차 당사국 총회 개최 기념 ‘비무장지대(DMZ) 보전을 위한 국제 콘퍼런스’ 참석차 한국에 왔다. 그는 “전쟁터였던 한국 비무장지대가 뜻밖에도 60여종의 멸종위기 동물들이 사는 아시아 최대의 자연보호지역이 돼버렸다”며, 비무장지대 보전은 그 외에도 매우 중요한 의미들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그곳은 슬픈 기억이 서려 있는 중요한 역사적 장소다. 남북이 대립을 넘어 서로 협력해서 보호한다면 야생천국을 만들어 세계를 감명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반도인들한테도 평화와 자유, 자연친화와 공존의 싹을 키울 수 있게 해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경제적으로도 큰 이익을 얻게 된다. 풍요로운 자연뿐만 아니라 인간의 아픈 역사까지도 사람을 끌어들이는 요소가 되지 않겠는가. 한반도인들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놀라운 기회로 삼기 바란다.” 그는 2003년에도 방한해 비무장지대를 일주일 동안 돌아본 적이 있다. 와이즈먼은 “음식도 맛있고 사람들도 친절하고 자연환경도 아름다운 한국을 무척 좋아한다”며, 한강 하류지역 개발 움직임을 두고, 대형 허리케인 한 방에 폐허가 된 미국 뉴올리언스의 무분별한 개발이 초래한 비극을 떠올리며 경고를 보냈다. 한국 정부의 대운하 건설 구상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한국을 비판하는 한 외국인이 아니라 함께 고민하는 세계 시민의 한 사람으로 봐 달라면서, “운하 연결을 시도한 미국이 엄청난 비용만 날리고 실패한 값비싼 교훈들을 기억해야 한다. 대운하 건설은 미국보다 작고 아름다운 한반도를 더 쉽게 더 빠르게 파괴할 것”이라고 말했다. 와이즈먼의 이번 방한에 맞춰 1998년에 낸 그의 책 <가비오따쓰>의 한글판 재출간도 완료됐다. 2002년에 번역 출간된 이 책은 이번에 새 계약사가 된 랜덤하우스가 출간 10주년 기념 서문을 덧붙여 재출간했다. 남미 콜롬비아의 황량한 동부 야노쓰 초원지대를 열대우림이 우거진 자급자족적인 생태공동체 가비오따쓰로 거듭나게 만든 인간들의 발상 전환과 끈기 있는 실천, 경이로운 현장 실태를 그린 이 책은 파괴자 인간이 구원의 희망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었다. 콜롬비아와는 사정이 다른 한국에서도 그런 기적이 가능할까? “파올로 루가리(가비오따쓰 창설자)는 대도시도 지속가능한 곳으로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콜롬비아 가비오따쓰를 복제해선 안 된다. 각자 환경에 맞게 변용해야 한다. 빌딩 옥상에 태양열 집열판을 설치하고 수경으로 채소를 재배하면 원거리에세 식재료들을 운반해오지 않아도 된다. 자동차 이용도 줄이고 효율화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고 바이오연료 개발로 석유를 대체할 수 있다.” 그는 한국의 ‘그린벨트’ 같은 녹색지대를 주거지 중간중간에 거미줄처럼 배치하는 게 건강한 나라 만들기의 유일한 길이라고도 했다. 인간의 지속적 삶을 위해선 물질 소비 수준을 지금보다 낮춰야 하지 않을까? “가비오따쓰가 주는 교훈의 하나는 밸런스(균형)다. 텔레비전을 3대로 늘리고 자동차를 몇 대씩 갖는, 말하자면 물질적으로 더 부유해진다고 해서 삶의 질이 더 나아지고 행복해지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물질적 부가 일정 범위 내에서는 증대될수록 행복도도 높아지지만 그 범위를 넘어서면 부의 증대와 삶의 질·행복도가 비례하지 않는다는 걸 발견했다.”
글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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