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형사소송법 파문'은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가 마련한 형사소송법 개정 초안에 대해 검찰측이 긴급회의를 열고 심각한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우려를 제기하면서 표면화됐다.
올 1월 대통령 자문기구로 출범한 사개추위는 40여차례의 실무회의를 거쳐 지난달 23일 공판중심주의 강화와 국민 사법참여 확대를 골자로 한 형소법 개정 초안을 내부적으로 마련했다.
초안에는 피고인 부동의시 피고인 및 참고인 진술조서 증거능력 불인정, 공판중 피고인 신문제도 폐지 등 기존의 검찰 수사체계에 큰 변화를 초래할 만한 내용들이 담겨 있었다.
이를 `수사 무력화'로 받아들인 검찰은 사흘 뒤 사개추위 파견검사들이 우선 대책회의를 열고 이튿날 수도권 검사장 및 대검 간부들을 긴급히 소집, 대응 논의를시작하면서 파문이 일기 시작했다.
다음날 검찰의 수장인 김종빈 검찰총장도 "형소법 초안대로라면 부패척결을 위한 수사가 약화될 우려가 있다"고 강한 우려를 표명했고 잠정 연기됐으나 전국검사장 회의 개최논의까지 나오는 등 형소법 개정을 좌시할 수 없다는 검찰측의 어조는 갈수록 높아졌다.
일부 검사들도 내부통신망에 형소법 개정을 비판하는 글을 게재하는 등 검찰 전체로 반발기류가 확산되는 가운데 지난달 28일 순천ㆍ천안지청은 평검사회의를 여는등 사개추위를 둘러싼 `검란' 조짐마저 일었다.
이에 대해 사개추위는 "공판중심주의 강화 방안을 `수사 무력화'로 보거나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가며 차분히 진행돼 온 형소법 개정 논의를 사개추위의 급박한 입법추진으로 판단하는 검찰측 주장은 오해"라고 반박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30일 전문가 합동토론회 결과를 놓고도 사개추위와 검찰 간에 이견을 보이는 상황에서 평검사들은 일선 지검별로 잇따라 자체회의를 열고 조직적 대응에 나서는 등 논란은 계속됐다.
2일 서울중앙지검 소속 평검사 90여명도 회의를 열어 사전 검증절차를 거치지 않고 마련된 사개추위의 형소법 초안을 비판하는 결의문을 채택하는 한편 수일 내에전국 평검사회의를 열겠다는 의지까지 내비쳤다.
진통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한승헌 사개추위 위원장과 김승규 법무장관은 3일 서울 시내 모처에서 회동을 통해 `파문 당사자' 간에 대타협이 시도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같은날 사개추위 실무팀이 피고인 신문제도를 증거조사 이후 시점으로 조절해 존치하고 수사과정 진술내용을 증언할 대상자 범위를 검찰수사관 및 사법경찰관까지 늘리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검찰의 요구를 상당히 수렴한 새 개정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문 역시 진정국면을 보였다.
그러나 조서를 대신할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 인정 문제에 대해 사개추위는 판사가 재량껏 판단토록 하는 법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져 검찰과 마지막 진통을 겪었다.
이 때 서울중앙지검 평검사들은 "국민의 참여가 배제된 형소법 개정논의는 심각한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며 그간의 형소법 관련 논의를 근본부터 부정하고 나서 사실상 항명으로까지 비춰졌다.
사개추위가 마지막까지 단일안을 내놓지 못한 영상녹화물 증거능력 부여문제에대해 어떤 결론내릴지, 형소법 개정에 대한 일선 검사들의 불만이 어떻게 해소될지등이 향후 형소법 개정논의에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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