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중개업법 구멍 ‘숭숭’…총영사관 교육도 하루 그쳐
통역 현지인 “한국 남자 장점만 포장해 전달하라고 해”
통역 현지인 “한국 남자 장점만 포장해 전달하라고 해”
베트남에서는 결혼중개업체와 현지 지사 또는 현지업체, 이들에게 여성을 조달하는 마담과 신부들을 모집하는 속칭 ‘새끼마담’ 등 다단계 중개구조를 이루고 있다. 맞선은 대도시인 호찌민이나 하노이에서 이뤄지지만 예비신부들은 대부분 차로 2∼7시간 걸리는 농촌지역에 산다. 이들은 대부분 5~20명씩 마담의 집이나 여관 등에서 합숙을 한다.
한국의 신랑이 1200만원을 댈 경우, 한국업체가 항공료나 소개료 등으로 절반을 떼고, 현지 업자가 결혼식비 등 명목으로 나머지 절반을 나눠 갖는데, 신부 집에는 고작 30만원(미화 300달러) 정도가 건네진다.
국제결혼업체 통역으로 일했던 한 베트남 여성(26)은 “한국어를 배운 지 6개월 만에 통역을 맡아 실력도 달렸는데, 업체 사장이 한국 남자의 장점만 포장해 전달하라고 해 거짓통역을 하는 경우가 많아 가책을 느껴 일을 그만뒀다”고 털어놨다.
이런 결혼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한국 정부는 등록제와 보증보험 가입, 허위정보 제공금지, 외국현지법령 준수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결혼중개업법을 마련해 지난 6월부터 시행 중이지만, 제공해야 할 신상정보의 내용이나 정보제공의 시기·절차·방법 등과 같은 핵심사항이 빠지는 등 구멍은 여전하다.
‘모이세 이주여성의 집’ 여경순 대표는 “다양한 인권침해적인 중개행위를 규제·적발할 수 있도록 법을 재정비해야 한다”며 “다문화가정을 알차게 만들고 지키기 위해선 첫발인 결혼중개 과정을 더 투명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혼이민자를 위한 교육도 부실하기 이를 데 없다. 호찌민 주재 한국 총영사관 별관에는 (사)유엔인권정책센터가 운영하는 ‘결혼이주여성을 위한 출국 전 기본정보 제공 프로그램’이 있다. 지난해 1251명이 거쳐갔으나, 한국의 결혼이민자 지원시스템과 법 등 최소한의 기본 정보를 제공하는 일일 교육에 그치고 있다.
호찌민 여성연맹이 운영하는 베트남 유일의 합법 결혼이민지원센터에는 2~3개월짜리 적응교육도 있으나, 한국으로 가는 결혼이민여성의 1%도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대한와이더블유시에이(YWCA) 구정혜 총괄부장은 “결혼이민여성에 대한 충분한 사전 교육으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체계적인 현지 교육의 확대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호찌민/박영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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