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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부담 느는데 교부금 줄며 곳곳 구멍
“노인·장애인사업이라도 국가가 책임져야”
“노인·장애인사업이라도 국가가 책임져야”
저소득층 자녀 30명을 돌보는 공부방인 서울 ㄱ지역아동센터 교사들은 아이들 저녁밥과 간식을 챙길 때면 마음이 무겁다. 구청에서 나오는 급식 예산은 한 명당 하루 3천원뿐이고, 그나마 23명치 돈만 준다. 보건복지가족부 지침은 공부방 아이 모두를 급식 지원 대상으로 꼽지만, 구청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지원 대상을 까다롭게 거른다. 한 생활복지사는 “차상위계층을 약간 웃돌면 밥값을 못 주겠다고 한다”며 “23명치 밥값을 쪼개 30명을 먹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닭튀김 간식을 한 달에 두 번 먹였다가 ‘너무 많다’는 지적을 받았다”고 했다.
정부가 2005년부터 ‘사회복지사업 지방이양’을 추진해 복지부 관할 138개 사업 가운데 67개 사업의 재정·시행 책임을 지방자치단체에 넘겼지만, 부실한 재원 대책으로 ‘사회 안전망’이 갈수록 허술해지고 있다. 게다가 종합부동산세 개편 등 감세 여파로 타격이 더 커질까 우려된다.
곽채기 동국대 교수(행정학)는 3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복지부 주최로 열린 ‘사회복지 지방이양 사업 개선방안 공청회’에서 “제대로 된 지방자치를 한다며 복지 책임을 지방정부에 넘겼으나 재원대책이 구조적으로 부실했다”며 “고령화와 사회 양극화로 소요 예산은 빠르게 느는데, 정부가 국고보조금 대신 도입한 분권교부세는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복지사업 지방이양 뒤 소요 예산 증가율은 연평균 22%에 이르지만, 분권교부세 증가율은 8.2%에 그쳤다. 그러다 보니 지방정부의 부담 비중은 2004년 52.8%에서 2007년 65.6%로 껑충 뛴 상태다.
정부는 종부세 수입을 부동산 교부금으로 주고 그 일부를 복지재원으로 쓰게 했지만, 이번 종부세 감세안으로 2008년 5443억원이던 재원이 2009년엔 1971억원으로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이 때문에 재정난에 시달리는 지자체들은 일부 복지사업을 접거나 줄이고 있다. 정부 이양 67개 사업에는 아동 급식비 등 아동복지 11건, 경로당 무료급식 등 노인복지 13건, 장애인복지 24건 등이 포함돼 있다.
이날 공청회에선 △67개 사업을 다시 국가가 책임지고 △사회복지교부금 신설 등으로 복지사업의 실질적 후퇴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송하진 전주시장은 “노인·장애인·아동 복지는 지방간 격차 없이 모든 국민에게 기본 수준을 보장해야 한다”며 “노인·장애인 사업만이라도 정부가 책임져 달라”고 호소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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