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누하동 환경련 마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현직 활동가들의 공금 유용 사건에 대해 사죄의 인사를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대책위, 부장급이상 보직 사퇴 등 ‘대수술’예정
일상활동 당분간 접어…대운하 대응 등에 차질
일상활동 당분간 접어…대운하 대응 등에 차질
환경운동연합이 최근 잇따라 불거진 활동가들의 공금횡령과 회계부정 사건과 관련해 회원들과 국민에게 거듭 사과하고, 일상 활동을 사실상 접은 상태에서 중앙사무처 해체와 재구성까지 포함한 근본적 쇄신에 나서겠다고 6일 밝혔다.
이시재 환경련 특별대책회의 의장(가톨릭대 교수)은 6일 환경련 마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환경운동이란 이름을 제외하고는 모두 바꾸자는 결의로 쇄신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환경련이 시민사회의 기둥으로 일어설 수 있도록 애정을 가지고 지켜봐 달라”고 호소했다.
특별대책회의는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공금횡령 비리는 기본과 원칙을 무시한 채 회원을 뒷전에 두는 운영과 활동 방식, 그리고 윤리정책과 투명성을 소홀히해온 어리석음에서 불거졌다”며 “내부 비리 추가 조사와 회계 투명화 조처를 실행해, 회비만으로 운영되는 조직으로 변화시키겠다”고 밝혔다. 중앙사무처의 부장급 이상 상근 활동가 15명은 모두 보직을 사퇴하고 자원활동가로 일하기로 했다. 회견장에 나온 중앙사무처 상근 활동가 30여명은 기자회견문이 낭독되는 동안 고개를 숙였다. 쇄신안은 29일 열리는 환경연합 최고의결기구인 대표자회의에 제출될 예정이다.
지난달 말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힌 안병옥 환경연합 사무총장은 지난 5일 <한겨레> 기자와 만나 “조직 책임자로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정말 치욕적인 사태이고, 조직을 다 파헤치는 수준의 대수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단체 설립 뒤 지금까지 개설된 통장만 200개가 넘고, 경상비를 제외한 사업비는 올 4월 이후에야 정식 회계 처리가 되는 등 문제가 심각했다”며 “그런데도 터져나오는 환경 이슈들을 쫓느라 내부를 돌아보지 못해 독버섯을 키웠다”고 자책했다. 이어 “그동안 당장의 환경운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현실론’에 밀려 왔지만, 이제는 조직에 대한 대수술을 반드시 하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대표적 환경단체인 환경련이 당분간 일상 활동을 접기로 한 결정은 최근 여권에서 되살릴 기미를 보이고 있는 대운하 사업과 경기 부양을 명분 삼은 환경 파괴적 정책 등에 대한 시민사회의 대응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최승국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지역 조직까지 보면 큰 환경단체인데, 쇄신 작업에 따른 빈 공간이 예상보다 클 수 있다”고 우려하며 “하지만 쇄신이 급선무인 만큼 운하나 개발사업 등 환경 현안들에 대한 대응은 다른 환경·시민단체들이 더욱 힘써 환경련 몫을 나눠 메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성규 환경정의 사무처장도 “오늘 환경련이 밝힌 것이 시민운동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시발점이 돼야 한다”며 “다른 시민단체들도 회계 시스템 투명화 노력에 나서는 등 자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황춘화 최현준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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