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의원직 상실형 선고받은 18대 의원들
18대 총선사범 재판 뜯어보니
항소심 봐주기 사려졌어도…1심이상 절반 ‘의원직 유지형’
항소심 봐주기 사려졌어도…1심이상 절반 ‘의원직 유지형’
18대 총선과 관련해 선거범죄 혐의로 기소된 현역 의원들에 대해 1심의 의원직 상실형이 항소심에서 모두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관행 비슷하던 항소심의 ‘깎아주기’가 사라진 것은 선거범죄를 갈수록 무겁게 여기는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기소된 18대 의원 34명 가운데 16일까지 1심 이상의 선고가 이뤄진 22명의 재판 결과를 보면, 절반인 11명이 1심 또는 항소심에서 의원직을 잃게 되는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선고받았다. 이런 추세라면 49명 중 11명이 금배지를 떼인 17대에 견줘 기소된 의원이 적지만 의원직 상실자는 많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히 1심의 의원직 상실형이 항소심에서 깎이지 않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 김세웅, 친박연대 서청원·양정례·김노식, 창조한국당 이한정, 무소속 김일윤·이무영 의원은 모두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항소심에서 유지됐다. 17대 때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받은 22명 중 7명이 항소심에서 100만원 미만의 벌금형을 받아 ‘구제’된 것과 대비된다.
대법원 상고심에서는 형량을 다투지 않기 때문에 항소심의 의원직 상실형은 치명적이다. 무죄 취지로 파기되지 않는 한 의원직을 잃는 것은 시간문제다. 일부는 항소심에서 고등법원장 출신 변호사를 선임하지만 별 효과를 못 보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1심 형량을 최대한 유지해 선거범죄를 엄정하게 처리하겠다”던 법원의 공언이 현재까지는 지켜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솜방망이’의 상징인 ‘벌금 80만원’ 선고도 여전하다.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기소된 박진 한나라당 의원은 최근 1심에서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았고, 허위 경력 기재 혐의로 기소된 같은 당 홍정욱 의원은 항소심에서 벌금 30만원을 선고받았다. 한나라당 강용석·조전혁·조진형·임두성 의원과 민주당 유선호 의원은 1심 또는 항소심에서 벌금 100만원 미만을 선고받고 본인과 검찰이 상소하지 않아 의원직을 지키게 됐다. 법원 관계자는 “우리 선거법에는 금지조항이 너무 많다”며 “의원직 상실 기준이 벌금 500만원이었다면 450만원 선고가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락에 영향을 줄 정도의 행위가 아니면 의원직을 박탈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게 이런 형을 선고하는 재판부들의 논리다.
이에 대해 수십만원짜리 벌금형은 ‘이 정도는 괜찮다’는 가이드라인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 판사는 “선거운동 막바지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현실에서 지금처럼 ‘당락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라는 이유로 봐주면 법을 지킨 사람과 ‘적당히’ 어긴 사람의 차이가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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