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자 복직 미적…회사쪽 “파기환송심 결과 봐야”
“5년10개월이나 기다렸는데, 또 언제까지 기다리란 건지 ….”
18일 매서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현대미포조선을 상대로 복직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던 강아무개(55)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현대미포조선 사내 하청업체인 용인기업 소속으로 25년 일하다 2003년 1월 해고된 뒤 지난 7월 대법원이 ‘실질적 사용자는 현대미포조선’이라고 판결했는데도, 회사 쪽은 “파기환송심 결과를 봐야 한다”며 ‘모르쇠’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 졸업 뒤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던 강씨의 딸은, 실직한 아빠를 돕겠다며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지난해 사고로 팔·다리에 3도 화상을 입었다. 6차례 피부이식 수술 등 치료비로 2억원이 들었다는 강씨는 “퇴직금도 바닥나고, 집도 담보로 잡혔는데 다음달 7차 수술할 일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현대미포조선 해고 비정규 노동자들이 겪은 시련은 깊고도 깊었다. 이혼, 알코올 중독, 우울증 등을 앓거나 아내가 암 투병 중인 이도 있다. “아이들 학교도 제대로 못 보내는 게 가장 괴롭죠.” 일용직으로 생계를 꾸려 왔다는 원광희(51)씨의 말이다. 해고 노동자들은 모두 40~50대 가장이다.
이들과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몽준 의원이 실질적인 대주주인 현대미포조선은 시간 끌지 말고 노동자들을 즉각 복직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동자들은 지난 10일부터 국회, 한나라당사, 정몽준 의원 사무실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미포조선의 한 간부는 “부산고법 파기환송심 판결에서 이들의 복직 뒤 처우 등이 명시돼야 복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권오균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미포조선 용인기업지회장은 “20년 넘게 청춘을 현대미포조선에 바쳤던 노동자들을 일단 복직시켜도 되는 것 아니냐”며 “대법원 판결까지 나왔는데 법과 현실의 거리는 멀기만 하다”고 씁쓸해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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