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6월 완공되는 경기도 용인시 새 청사의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지하 2층, 지상 16층에 시청·의회·보건소·문화복지센터를 결합한 복합건물로,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본관(연면적 2만3천평)과 맞먹는 규모다. 건축비로 1800억원이 들었다.
이처럼 각 지방자치단체의 청사가 갈수록 호화판이 되고 있다. 2001년 준공된 서울 강남구청사의 건설비용은 85억원이었다. 그러나 2007년 완공을 목표로 이번 달에 착공한 관악구청사 730억원이 든다. 경기도 광주시(2008년) 780억원, 강원도 원주시(2007년) 940억원 등 2, 3년 전부터 청사 건립 비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가 추진하는 행정복합타운의 예산은 청사(땅값 1200억원, 건축비 1500억원)와 법원, 검찰청 등을 합해 무려 5800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한겨레>가 최근 전국의 모든 지자체(광역, 기초)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995년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지금까지 청사를 새로 지었거나 짓는 곳은 모두 54곳으로 여기에 투입된 비용은 2조8882억원이나 됐다. 또 현재 신·증축을 계획하고 있는 곳은 지자체 10곳으로 1조2229억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조사됐다.
이미 지었거나 공사가 진행 중인 지자체 가운데 가장 건립비가 많은 곳은 부산시청으로 나타났다.(2640억원, 1997년 준공) 용인시청(1800억원)과 전북도청(1728억원, 2005년 준공), 광역 광주시청(1516억원, 2004년 준공)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부산시의 부채는 2조6천억원(2004년 1월), 광주시는 2천억원에 이르는 등 대부분의 지자체는 낮은 재정자립도와 함께 높은 부채에 허덕이고 있다. 경기 광주시는 재정 자립도는 62%에 부채 653억원이며, 강원도 원주시도 부채가 700억원(재정자립도 43%)이 넘는다.
재정규모와 대비한 건축비용을 살펴보면, 서울 금천구가 재정규모에 비해 청사(2008년 준공) 신축비에 가장 많은 돈을 쓰는 것으로 드러났다. 새 청사에 투입할 995억원은 금천구의 한 해 예산 1489억원의 67%에 해당한다. 서울 성동구청의 건축비 876억원도 1년 예산 1790억원의 49%에 이른는 액수다. 부산 강서구청도 1년 예산 772억의 44%에 해당하는 338억원을 쏟아부었다.
한국자치경영평가원 여영현 전문위원은 “지방정부가 노인복지나 사회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데도, 청사 건립을 우선 순위로 정해놓고 돈을 쓰는 경향이 많다”고 지적했다. 원구환 연세대 겸임교수(행정학과)도 “요즘엔 문화·복지·교육시설을 청사에 결합하는 행정복합타운이 유행하고 있는데, 이런 건물들이야말로 프로그램 운영이 매우 중요한데도 지자체들은 프로그램보다는 건물부터 지어놓는다”고 비판했다.
행정자치부는 지자체의 건물짓기 경쟁에 제동을 걸기 위해 2001년 9월 지방재정법 시행령을 개정해 지방청사를 지을 때 건축비가 50억원을 넘으면 전문기관의 타당성 조사를 받도록 의무화했다. 이듬해인 2002년엔 각 지자체가 필요 이상의 규모를 초과해 건축하는 것을 막기 위해 ‘사무실 1인당 사용 면적’등을 규정한 ‘시·군 자치구 공유재산 관리조례 중 개정조례 표준안’(이하 표준안)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를 따르지 않는 지자체들이 속출하고 있다. 법과 조례를 지키지 않아도 불이익을 줄 뾰족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행자부 관계자는 8일 “용인시처럼 중앙정부의 지침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해당 지자체의 복지 예산과 재정자립도 등을 공개해 과연 이 지자체가 새 청사를 지을 자격과 여력이 있는지 지역 주민들이 알아서 판단하도록 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유주현 유신재 기자, 전국종합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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