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공제회가 타당성 검토 의뢰해야”
한국자치경영평가원 여영현 전문위원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신축청사 사업계획서를 받을 때마다 속이 탄다.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에 이르는 건물을 짓는다면서 달랑 2~3쪽짜리 계획안을 내놓기 일쑤다. 2001년 지방재정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50억원 이상의 지방정부 청사를 지을 때는 반드시 전문기관의 타당성 조사를 받도록 했다. 지자체가 입맛에 맞는 연구기관을 골라 자의적인 결과를 내놓을 것을 염려해 행정자치부는 이듬해인 2002년엔 전문기관을 한국자치경영평가원,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시·도정 개발연구원, 각 대학 부설연구원으로 예시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들은 이 절차에 대해 ‘타당성’을 따져보기보다는 ‘타당성’을 마련해주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설익은 계획안을 내놓고 연구기관에 구체적인 내용을 만들어달라는 식이다.
이러한 타당성 조사는 새 청사가 꼭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어떤 기능들이 충족돼야 하는지를 가려내기 힘들다. 일단 담당 직원이 계획안을 꾸려 시장 결재를 받고난 뒤 타당성 검토에 들어가게 되면 이 단계에서는 입지를 적절히 선정했는지, 과대한 공간을 산정하지 않았는지, 재정 조달 능력이 있는지 등에 대해서만 조사를 하기 때문이다. 과연 이런 기능이 해당 지역사회에서 꼭 필요한 것인지 따져보는 단계를 없는 것이다.
그래서 여 위원은 주민들이 밑그림을 그리는 단계에서부터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자체들이 기본계획안을 세우면 타당성 검토를 받기 전 이를 먼저 주민 공청회를 열거나 지역주민들이 대표로 된 심의위원회를 만드는 등의 방법으로 여론을 수렴해야 한다.”
그는 또한 현재 지방자치단체장이 타당성 검토를 의뢰하는 발주자가 되어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한다. 해당 지자체가 연구기관에 직접 용역비를 지불하기 때문에 연구기관에선 지자체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여 위원은 “지방정부청사기금을 관리하는 지방공제회가 아예 타당성 검토 용역을 의뢰하고 직접 용역비를 지불하면 보다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연구가 이뤄질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유주현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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