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세호 전 건설교통부 차관이 철도공사의 유전개발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조사를 받기 위해 8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나오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검찰, 뚜렷한 증거 못찾아
철도공사 유전사업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홍만표)는 8일 유전사업 추진 당시 철도청장이었던 김세호(52) 전 건설교통부 차관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긴급체포하고, 왕영용(49·구속) 철도공사 사업개발본부장의 유전사업 추진을 묵인·방조한 혐의(특정경제가중처벌법의 배임)로 신광순(54) 전 철도공사 사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이날 김 전 차관을 상대로 사업 개입 정도와 정치권 외압 여부에 대해 집중적인 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이 왕 본부장이 작성한 각종 유전사업 관련 보고서가 조작된 사실을 알고도 사업 추진을 묵인하거나 지원한 것으로 드러나면 김 전 차관을 왕 본부장의 배임죄 공범으로 형사처벌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김 전 차관에게 사업추진 내용을 상세하게 보고했다”는 왕 본부장의 진술과 유전사업 추진 과정을 기록한 업무일지를 근거로 김 전 차관을 강하게 추궁하고 있다. 검찰이 최근 입수한 왕 본부장의 업무일지에는 ‘윗선’에 보고한 날짜까지 자세히 기록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신 전 사장(당시 철도청 차장) 쪽이 “왕 본부장이 김 차관에게는 자세하게 보고한 것으로 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는 것도 추궁의 단서가 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김 전 차관이 “의례적인 보고를 받고 원론적인 지시를 했을 뿐”이라며, 왕 본부장 등 관련자들의 주장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검찰로서는 왕 본부장 등의 진술은 있지만, 그가 유전사업의 상세한 내용을 알고 있었음을 입증할 뚜렷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처벌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이다.
왕 본부장이나 신 전 사장 등의 진술대로 김 전 차관이 유전사업에 대한 상세한 보고를 받은 것으로 드러난다 해도, 그것만으로 배임죄를 적용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것도 검찰의 고민이다. 김 전 차관이 단순히 보고만 받았다면 배임죄 성립에 필요한 고의성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당시 철도청의 유전사업 참여 결정은 신 전 사장의 결재로 이뤄져 엄밀히 따지면 김 전 차관에게 정책 결정의 책임을 물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김 전 차관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충분히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김 전 차관 등에 대한 수사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정치권 외압 의혹 수사도 다소 늦춰질 전망이다. 검찰은 애초 이번주 이광재 열린우리당 의원과 이기명씨 등을 상대로 외압 행사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었지만, 이들에 대한 소환시기가 다소 늦춰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춘재 김태규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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