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적 장학금에 학생 크게 늘어
충북 진천군 초평면의 시골 학교에 ‘작은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
‘진천쌀’로 유명한 이 마을에는 초등학교가 단 두 곳뿐인데, 지난 9월까지만 해도 학생이 줄어 폐교를 걱정했지만 요즘은 늘어나는 학생 때문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9월 초 전교생 수가 51명으로 폐교 기준 50명에 근접해 폐교 위기에 몰렸던 초평초는 지금 89명으로 석달 새 75%가 늘었고, 구정초도 49명에서 58명으로 18%가 늘었다. 초평초 마창선(57)교감은 “폐교 대상 1순위에서 석달 새 배 가까이 학생이 늘어나는 것은 처음 본다”며 “요즘은 전입한 학생들이 묵을 방 구하기가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학생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은 장학회 때문이다. 2006년 6월 진천군과 음성군이 초평면과 가까운 음성군 맹동면에 광역폐기물 종합처리시설을 만들면서 주민 위로금으로 줄 110억원 가운데 75억원으로 장학금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혜택을 주기로 하면서 학생들이 초평면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수차례 장학회 운영 방안을 토론해 온 초평 주민들은 3일 ‘초평면민장학회 정관(안)’을 만들어 진천교육청에 장학회 설립을 알렸다. 구체적인 액수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친권자가 초평면에 사는 모든 초등학생과 중·고 입학생, 고교 재학생은 장학금 신청 자격을 얻는다. 이 지역 출신 대학생과 대학원생들도 장학금 받을 기회가 생기고, 일부 학생은 유학 자금도 지원받을 수 있다. 또 기능·체육·예능 대회 3위 이상 입상자, 효행·선행 학생을 위한 장학금도 마련돼 있다. 초등학교 3학년 이전에 전입한 모든 학생은 장학금을 받고, 4학년 이후 전입한 학생은 학년에 따라 10%씩 차등을 두는 등 전입 학생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초평면민장학회는 3일 오후 장학기금의 일부로 초평초 통학버스 지원사업도 시작했다.
임정렬(46) 초평면민장학회 사무국장은 “주민들이 지원금을 나눠 받는 과정에서 티격태격하기보다 미래 초평의 초석을 다진다는 뜻에서 장학기금을 운영하기로 했다”며 “요즘 인구 유입과 학생 증가로 마을에 생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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