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족문제연, 백무현 박순찬 화백 ‘만화 박정희’ 펴내 생생 고발 박정희. 어떤 이들은 그를 ‘경제발전의 신화’로 치켜세운다. 해서 지난해 육군사관학교 총동창회가 그를 ‘자랑스런 육사인’으로 선정하는 해프닝도 가능했을 터다. 그러나 박정희는 압축적 경제성장을 앞당겨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냈다는 공만큼이나 큰 허물을 지녔다. 그는 일제시대 ‘다카키 마사오’라는 이름으로 일본 육사에 입학해 일본제국주의의 괴뢰국인 만주국 장교로 활동하며 일제의 일원으로 항일세력을 소탕했다. 합법적 민간정부를 쿠데타로 뒤엎으며 정권을 잡은 뒤에는 국가권력을 이용해 무자비한 인권탄압을 자행했다. 한마디로, 박정희는 ‘문제적’ 인간이다. 박정희에 대한 논란이 분분한 탓에 대중이 그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복잡한 문제를 이해하기 쉽게 명료하게 전달하는 데는 시사만평가들이 발군의 재주를 자랑한다. <서울신문> 백무현(42) 화백과 <경향신문> 박순찬(36) 화백이 만화로 박정희를 해부한 책을 펴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쉬운 박정희 분석’, 이것이 이 책의 컨셉이다. 백 화백은 글을 썼고, 박 화백이 그림을 그렸다. <만화 박정희>(1·2권)로 이름 붙여진 이 책은 5.16쿠데타 44돌인 5월16일 전국 주요서점에 일제히 배포되어 독자의 평가를 기다린다. 두 화백은 지난해 4월부터 민족문제연구소와 공동으로 작업을 해 책을 완성했다 백 화백은 “지난해 광복절에 맞춰 출간하려했는데 김형욱 실종사건, 정수장학회 문제, 경향신문 강탈사건 등 박정희와 관련된 문제가 잇따라 불거져 정확한 사실 규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이번에 책을 완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림을 그린 박 화백은 “자료를 고증하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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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화백이 바라는 것은 단 한가지. 미화와 우상화 작업 덕분에 생긴 박정희에 대한 환상을 깨부수는 것이다. 백 화백은 “박정희와 <조선일보>가 야합해 유신 체제를 공고히 한 과정, 일본 군인 출신의 박정희가 얼마나 대중의 인권을 탄압했는지 등 다뤄야 할 문제가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며 “그동안 박정희를 다룬 책들이 너무 딱딱하고 어려웠기 때문에 중학생 이상이면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표현했다”고 말했다. <만화 박정희>는 이밖에도 독도 문제와 관련해 당시 한일협정의 문제점과 문세광의 육영수 저격사건, 이순신 장군을 통한 군부독재의 미화, 여자문제 등도 두루 다루고 있다. 요컨대, 박정희의 출생부터 1979년 10월26일 그가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총에 맞아 서거할 때까지 발자취를 따라가며 굴절된 현대사의 기억을 더듬어보자는 게 이 책의 기획의도다. 백 화백은 “두 권짜리 책을 내놨지만 박정희의 정치사 부분만을 겨우 담았을 뿐”이라며 “앞으로 계속 시리즈를 내 경제사, 사회·문화사 부분에서 박정희가 저지른 비리를 다룰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영인 기자 soph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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