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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사람] “보수꼴통 안 되는 게 마지막 소원”

등록 2008-12-09 18:36수정 2008-12-09 19:14

최홍이(66·사진)
최홍이(66·사진)
자전 에세이 ‘고추잠자리’ 펴낸 최홍이 서울시교육위원
‘좌익 아버지’ 억울한 죽음때 철부지
평생 그리움·죄스러움 절절히 담아

그는 고졸이다. 그는 33년의 교직생활을 ‘평교사’로 일했다. 그 가운데 10년은 공업·상업학교에서 야간반을 담당했다. 인문계 학교에 근무할 때도 고3 담임은 맡을 수 없었다. 게다가 그는 ‘싸움꾼’이다.

최홍이(66·사진) 서울시교육위원은 교사로서 썩 잘나가는 이력을 가지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말한다. “학벌이 없어 파벌에 휘말리지 않고 한평생 곧게 살 수 있었고, 야간반을 오래 맡았더니 제자 중에 세탁소 주인, 곱창집 주인, 슈퍼 주인까지 있어 살기가 참 수월(?)하다”고.

최 위원은 서울시교육위원들 가운데 가장 ‘진보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단순히 그가 전교조 창립 초기부터 주도적으로 활동해왔기 때문이 아니다. 그는 사립학교 재단들의 비리를 파헤치고, 교육예산 집행을 감시하고, 일제고사 실시에 반대했으며, 국제중 설립 저지에 앞장섰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그는 ‘싸움닭’이 됐다.

이렇게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그가 이번에 자전적 에세이집 <고추잠자리>(계간문예)를 내놨다. <평교사는 아름답다>(1999), <아름다운 전쟁>(2005)에 이어 세번째 책이다.

“독립운동을 하신 아버지는 보도연맹 사건에 연루돼 억울하게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처럼 훌륭한 뜻을 받들고 살지는 못했지만, 죽기 전에 아버지에 대한 죄송한 마음을 글로써 사죄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일까? 이 책 곳곳에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죄스러움이 묻어 있다.

‘아버지의 부음을 전하러 온 한 남자와 대화를 나누던 어머니가 깔고 앉은 밀방석을 쥐어뜯으며 울 때’에도 그저 고추잠자리를 잡겠다고 온 마당을 휘젓고 다니던 아홉살짜리 꼬마는 죽음이 무엇인지 몰랐다. 하지만 독립운동가이면서도 ‘좌익’의 굴레를 쓰고 돌아가신 아버지 탓에 최 위원의 삶은 평탄할 수 없었다. 아버지의 부음을 전해 듣던 그날의 철없던 기억이 평생을 괴롭혔다는 최 위원. 이 책을 아버지의 위패장을 치른 묘 아래에 묻고 싶단다.


책의 제호 ‘고추잠자리’는 신영복 선생이 선물했다. 원고를 다 쓰고 난 뒤, 일면식도 없던 신 선생에게 달려가 제호를 부탁하자, 신 선생도 흔쾌히 수락을 했다. “저는 늘 다른 사람에게 빚을 지고 삽니다. 지난번 책 <평교사…>는 애제자인 소설가 신경숙씨가 발문을 썼다는 이유로 꽤 팔렸거든요. 허허허….”

이제 인생의 황혼으로 달려가는 그의 목표는 겸손하고 소박하다. “젊은 사람들이 손가락질 할 만큼 ‘보수꼴통’이 되지 않는 게 마지막 남은 소원이자 꿈입니다. 그렇게 살다 죽으면 후배들에게 존경은 못받아도 사랑은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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