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제일화학 22명, 17억 청구
부산에 있던 석면방직업체 제일화학의 피해자들과 가족 22명은 10일 제일화학과 정부, 제일화학의 일본 합작사인 니치아스㈜를 상대로 석면 피해를 배상하라며 17억3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부산지방법원에 냈다. 소송을 낸 22명은 제일화학에서 일한 뒤 석면폐증을 얻은 12명과, 폐암으로 숨진 노동자 3명의 유족 10명이다. 석면공장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이 집단적으로 소송을 낸 것은 국내에서는 처음이다.
이들은 소장에서 “제일화학은 작업자들에게 제대로 된 보호구도 주지 않고 장시간 작업하게 해 작업자들을 석면 분진에 그대로 노출되게 했다”고 주장했다. 또 국가는 석면 위험성을 알면서도 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 니치아스는 일본에서 석면 생산이 금지되자 한국에 제조시설을 이전해 ‘공해병’을 수출한 책임이 각각 있다고 주장했다.
석면 관련 소송은 미국과 유럽 등에선 제조업체의 파산으로까지 이어지는 등 일반화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지난해 12월 제일화학의 악성중피종 사망 노동자 유족이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승소 판결이 내려진 것이 첫 사례다. 이 판결 뒤로 지난달 13일 제일화학 공장 인근에 살다 석면 노출이 원인인 악성중피종에 걸려 숨진 피해자 2명의 유족이 ‘환경성 석면 피해’ 소송을 처음 냈고, 대구지법에서도 석면 공장 노동자가 낸 소송이 진행되는 등 석면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최예용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우리나라에서도 석면 피해와 관련한 법정 소송이 본격화하고 있는 만큼 석면특별법을 만들어 피해를 제도적으로 푸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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