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홍금(53·사진)
‘아라온호’ 진수 앞둔 이홍금 극지연구소장
세종기지 극지연구 획기적 전환점 기대
4년간 1천억 투입…남극개발 주목해야 배 한 척 자체가 분야 전체의 소중한 꿈인 곳이 있다. 지구의 끝 남극에서 자연을 연구하는 세종기지 연구원들에게 쇄빙선은 그 어떤 것보다도 간절한 소망이다. 극지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가장 필수적인 장비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남극조약 20개 회원국 가운데 쇄빙선이 없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 두 나라뿐이다. 1988년 남극에 진출해 벌써 20년이 되었지만 극지연구자들은 쇄빙선이 없어 이웃나라의 도움을 받느라 어려움과 설움을 겪어왔다. 이 오랜 한이 드디어 풀린다. 2004년 시작된 쇄빙선 아라온호 건조 작업이 이제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다. 진수 예정일은 내년 봄. 연구자들의 숙원을 해소하는 이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는 이홍금(53·사진) 극지연구소장이다. 국내 몇 안되는 여성 미생물학자로 수중미생물을 오래 연구해온 그는 지난해 소장으로 부임할 때 조건이 “쇄빙선 건조 계획을 보장받는 것”이었을 정도로 쇄빙선 프로젝트에 모든 열정을 쏟아붓고 있다. 그는 “쇄빙선 모형만 봐도 가슴이 뛴다”며 “그동안 쇄빙선이 없어 극지 생물 및 토양 등 시료를 채취하는 것은 물론 보급품 조달도 힘들었는데 이제 아라온호가 생겨 극지 연구에 획기적인 발전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며 벌써부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삼성중공업이 설계하고 한진중공업이 건설 중인 아라온호는 2004년부터 1040억원이 투입되 건조 중이다. 총톤수 7000여톤으로 1m 두께의 얼음을 깨면서 3노트 속도로 운항할 수 있다. 내년 5월 진수돼 시험운전을 거쳐 9월 극지연구소로 인도된다. 그동안 쇄빙선이 없어 우리 연구진들은 열악한 조건에서 연구를 해왔다. 2003년에는 기상악화로 고무보트가 전복돼 한 연구원이 숨지기도 했다. 이 소장은 “지금도 새벽에 휴대폰이 울리면 식은땀이 난다”며 “자체 운송수단이 없어 남극에서 공수한 생물 및 토양 시료가 운반 중 제3국에서 검역을 이유로 압수 폐기된 적도 부지기수였다”고 말했다. 아라온호는 움직이는 실험실로 각종 첨단 연구설비를 갖춰 각종 연구자료를 채취 즉시 배에서 분석할 수 있다. 벌써부터 중국·캐나다·뉴질랜드 등에서 아라온호와 함께 작업을 하자는 제안이 요즘 몰려올 정도로 대한민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고 이 소장은 전했다. 그에게는 또다른 과제가 남아 있다. 남극 제2기지 건설에 드는 예산을 마련하는 문제다. 이 소장은 “남극은 오염이 지구상에서 가장 적은 청정지역으로 지구온난화 연구와 과학 분야의 천연실험장”이라며 “‘불타는 얼음’으로 불리는 가스하이드레이트를 포함한 막대한 지하자원이 매장돼 있어 세계 각국의 탐사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고 남극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극지연구를 전담하는 정부 기구가 없습니다. 우리와 국민총생산이 비슷한 호주의 극지연구 비용은 10배나 더 많습니다. 독일은 쇄빙선 1년 운영비용이 아라온호 건조 비용보다도 많은 1500억원선입니다. 우리도 극지연구의 중요성을 좀더 더 확실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글 권은중 기자 details@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4년간 1천억 투입…남극개발 주목해야 배 한 척 자체가 분야 전체의 소중한 꿈인 곳이 있다. 지구의 끝 남극에서 자연을 연구하는 세종기지 연구원들에게 쇄빙선은 그 어떤 것보다도 간절한 소망이다. 극지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가장 필수적인 장비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남극조약 20개 회원국 가운데 쇄빙선이 없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 두 나라뿐이다. 1988년 남극에 진출해 벌써 20년이 되었지만 극지연구자들은 쇄빙선이 없어 이웃나라의 도움을 받느라 어려움과 설움을 겪어왔다. 이 오랜 한이 드디어 풀린다. 2004년 시작된 쇄빙선 아라온호 건조 작업이 이제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다. 진수 예정일은 내년 봄. 연구자들의 숙원을 해소하는 이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는 이홍금(53·사진) 극지연구소장이다. 국내 몇 안되는 여성 미생물학자로 수중미생물을 오래 연구해온 그는 지난해 소장으로 부임할 때 조건이 “쇄빙선 건조 계획을 보장받는 것”이었을 정도로 쇄빙선 프로젝트에 모든 열정을 쏟아붓고 있다. 그는 “쇄빙선 모형만 봐도 가슴이 뛴다”며 “그동안 쇄빙선이 없어 극지 생물 및 토양 등 시료를 채취하는 것은 물론 보급품 조달도 힘들었는데 이제 아라온호가 생겨 극지 연구에 획기적인 발전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며 벌써부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삼성중공업이 설계하고 한진중공업이 건설 중인 아라온호는 2004년부터 1040억원이 투입되 건조 중이다. 총톤수 7000여톤으로 1m 두께의 얼음을 깨면서 3노트 속도로 운항할 수 있다. 내년 5월 진수돼 시험운전을 거쳐 9월 극지연구소로 인도된다. 그동안 쇄빙선이 없어 우리 연구진들은 열악한 조건에서 연구를 해왔다. 2003년에는 기상악화로 고무보트가 전복돼 한 연구원이 숨지기도 했다. 이 소장은 “지금도 새벽에 휴대폰이 울리면 식은땀이 난다”며 “자체 운송수단이 없어 남극에서 공수한 생물 및 토양 시료가 운반 중 제3국에서 검역을 이유로 압수 폐기된 적도 부지기수였다”고 말했다. 아라온호는 움직이는 실험실로 각종 첨단 연구설비를 갖춰 각종 연구자료를 채취 즉시 배에서 분석할 수 있다. 벌써부터 중국·캐나다·뉴질랜드 등에서 아라온호와 함께 작업을 하자는 제안이 요즘 몰려올 정도로 대한민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고 이 소장은 전했다. 그에게는 또다른 과제가 남아 있다. 남극 제2기지 건설에 드는 예산을 마련하는 문제다. 이 소장은 “남극은 오염이 지구상에서 가장 적은 청정지역으로 지구온난화 연구와 과학 분야의 천연실험장”이라며 “‘불타는 얼음’으로 불리는 가스하이드레이트를 포함한 막대한 지하자원이 매장돼 있어 세계 각국의 탐사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고 남극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극지연구를 전담하는 정부 기구가 없습니다. 우리와 국민총생산이 비슷한 호주의 극지연구 비용은 10배나 더 많습니다. 독일은 쇄빙선 1년 운영비용이 아라온호 건조 비용보다도 많은 1500억원선입니다. 우리도 극지연구의 중요성을 좀더 더 확실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글 권은중 기자 details@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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