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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문서송부 ‘일반화된 절차’…판사들 “이해 안된다”

등록 2008-12-12 08:29수정 2008-12-12 09:27

대법원 거부배경 뭘까
해명과 달리 민사소송법도 문서송부촉탁 허용
이건희 전회장 수사·재판기록 외부 공개 꺼린듯
‘삼성 사건’ 상고심을 심리 중인 대법원은 대구지법 김천지원의 문서송부촉탁을 거부한 이유로 형사소송법의 ‘소송 서류 열람 제한’ 규정을 들었다. 대법원 관계자는 “형사사건 피고인이나 변호인, 피해자가 아닌 민사소송의 원고에게 열람이나 등사를 허용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민사와 형사 소송이 내용적으로 연결된 사안에서 문서송부촉탁은 일반화된 절차라는 점에서 이런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문서송부촉탁이란 재판부가 원·피고의 신청을 받아 사건과 관련된 문서를 보관하는 공공기관 등에 송부를 요구해 받아보는 절차다. 이는 재판 절차상 필수 불가결할 때가 많다. 특히 형사재판 결과가 중요한 자료가 되는 손해배상 사건은 검찰이나 법원으로부터 기록을 받아 판단 자료로 삼는 경우가 흔하다.

대법원의 설명대로라면, 현재 일선 법원끼리 민·형사 재판기록들을 주고받는 행위가 위법한 게 된다. 하지만 대법원의 해명과 달리, 문서송부촉탁은 민사소송법에 따라 이뤄지는 절차다. 민사소송법 294조에는 “법원은 공공기관·학교, 외국의 공공기관에게 업무에 필요한 사항에 관해 보관 중인 문서의 등본·사본의 송부를 촉탁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더구나 원고 쪽의 신청이 타당하다고 보고 재판부가 문서송부를 요구했다는 점에서 대법원의 거부 사유는 궁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급법원이 하급법원의 재판 진행에 협조해 주지 않는 꼴이라는 비판도 받을 만하다. 한 판사는 “‘형사소송법의 서류 열람 제한’ 규정을 들어 거부한다는 게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판사들은 “법원끼리 문서송부촉탁을 거부한 사례를 본 적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 역시 “법원끼리 문서송부촉탁을 거절한 사례가 있냐”는 물음에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변호사들도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있다면 증인 등의 신상기록을 가리고 복사해 주면 되고,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한다.

대법원 안팎에서는 이 전 회장 등의 수사·재판기록이 공개되는 데 따른 부담이 이례적인 문서송부 거부의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과정을 밝혀줄 기록이 민사재판을 통해 공개돼 다시 문제화하는 것을 삼성이 반기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김천지원 소송이 소액주주들이 낸 주주대표소송이라 당시 제일모직의 재무상황 등이 포함된 재판기록이 제출된다면 삼성에 불리하게 재판이 진행될 수도 있다.

결국 판사들마저 납득시키지 못하는 대법원의 태도를 둘러싼 의구심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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