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남(24·왼쪽) 문정현(오른쪽)
강정마을 도우려 상단 꾸린 ‘평화바람’
제주 은갈치·옥돔 등 팔아 투쟁기금 보태기로
40일간 500만원 수익…“정부 강행 막아야” “신세는 한번이지만 평화는 영원합니다. 평화의 섬, 제주를 지키기 위한 기금 마련에 동참해 주십시오.” 문정현(오른쪽) 신부를 단장으로 평화운동을 해 온 ‘평화바람’(peacenomad.net)이 때아닌 ‘제주 특산물 상단’으로 변신했다. 해군기지가 들어설 예정인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 주민들의 투쟁기금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평화바람의 홍보 담당인 한선남(24·왼쪽)씨는 새해 1월까지 3개월 동안 한시 영업 중인 이 상단의 판매사업을 총괄하는 ‘대행수’다. 판매 물목은 제주 은갈치(5㎏ 8만원), 옥돔(2㎏ 8만원), 고등어(3㎏ 4만원), 유기농 감귤(10㎏ 2만5천원) 등이다. 이익금은 모두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보낼 참이다. 지난달부터 40일 남짓 동안 비용을 뺀 순이익금이 500만원 가량 모였다. 인터넷으로도 주문받고 있는데 통통하고 맛깔스런 은갈치가 가장 인기다. 한씨는 “모금도 중요하지만, 육지와 떨어져 있어 잘 알려지지 않고 있는 주민들의 투쟁과 해군기지의 심각성을 홍보하는 데 더 주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10월 강정마을을 가봤는데, 보존가치가 높은 이 아름다운 곳에 해군기지를 건설한다는 게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며 “21세기에서도 민주적인 절차를 생략한 채 70년대 개발독재 방식의 일방적 밀어붙이기가 자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지난 9월11일 강정마을 일대에 해군기지 건설을 발표했다. 생업을 포기한 주민들의 줄기찬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업을 강행해온 정부와 제주도는 지난 4일 각종 사업의 지원 내용이 담긴 양해각서를 맺기로 합의했다.
“마치 제2의 4·3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혈연으로 묶여 있는 주민들이 찬반양론으로 나뉘어 제사도 따로 지내는 등 공동체가 파괴되고 있어요. 마치 5년 전 부안 방폐장 사태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주민 절대다수가 반대하고 있지만, 지자체는 발전과 안보를 내세우며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라는 이름 아래 사업 추진에 앞장서고 있어요.” 그는 “해군기지 반대 투쟁은 중요한 전환점에 있고, 정부는 전방위적으로 물량공세를 벌이고 있다”며 “경제가 어렵지만, 이럴 때일수록 십시일반으로 힘을 보탠다면 우리 상단에는 활력이, 마음에는 평화가 넘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평화바람은 미공군기지가 있는 전북 군산시 옥서면 옥봉리에 작은 집을 마련해 활동하고 있다. 하루종일 전투기의 굉음이 울리는 이 집의 현관에는 “함께 하는 세상, 여럿이 함께 하면 험한 길도 즐거워라”는 글귀가 걸려 있다. (063)468-0529. 군산/글·사진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40일간 500만원 수익…“정부 강행 막아야” “신세는 한번이지만 평화는 영원합니다. 평화의 섬, 제주를 지키기 위한 기금 마련에 동참해 주십시오.” 문정현(오른쪽) 신부를 단장으로 평화운동을 해 온 ‘평화바람’(peacenomad.net)이 때아닌 ‘제주 특산물 상단’으로 변신했다. 해군기지가 들어설 예정인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 주민들의 투쟁기금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평화바람의 홍보 담당인 한선남(24·왼쪽)씨는 새해 1월까지 3개월 동안 한시 영업 중인 이 상단의 판매사업을 총괄하는 ‘대행수’다. 판매 물목은 제주 은갈치(5㎏ 8만원), 옥돔(2㎏ 8만원), 고등어(3㎏ 4만원), 유기농 감귤(10㎏ 2만5천원) 등이다. 이익금은 모두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보낼 참이다. 지난달부터 40일 남짓 동안 비용을 뺀 순이익금이 500만원 가량 모였다. 인터넷으로도 주문받고 있는데 통통하고 맛깔스런 은갈치가 가장 인기다. 한씨는 “모금도 중요하지만, 육지와 떨어져 있어 잘 알려지지 않고 있는 주민들의 투쟁과 해군기지의 심각성을 홍보하는 데 더 주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10월 강정마을을 가봤는데, 보존가치가 높은 이 아름다운 곳에 해군기지를 건설한다는 게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며 “21세기에서도 민주적인 절차를 생략한 채 70년대 개발독재 방식의 일방적 밀어붙이기가 자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지난 9월11일 강정마을 일대에 해군기지 건설을 발표했다. 생업을 포기한 주민들의 줄기찬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업을 강행해온 정부와 제주도는 지난 4일 각종 사업의 지원 내용이 담긴 양해각서를 맺기로 합의했다.
“마치 제2의 4·3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혈연으로 묶여 있는 주민들이 찬반양론으로 나뉘어 제사도 따로 지내는 등 공동체가 파괴되고 있어요. 마치 5년 전 부안 방폐장 사태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주민 절대다수가 반대하고 있지만, 지자체는 발전과 안보를 내세우며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라는 이름 아래 사업 추진에 앞장서고 있어요.” 그는 “해군기지 반대 투쟁은 중요한 전환점에 있고, 정부는 전방위적으로 물량공세를 벌이고 있다”며 “경제가 어렵지만, 이럴 때일수록 십시일반으로 힘을 보탠다면 우리 상단에는 활력이, 마음에는 평화가 넘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평화바람은 미공군기지가 있는 전북 군산시 옥서면 옥봉리에 작은 집을 마련해 활동하고 있다. 하루종일 전투기의 굉음이 울리는 이 집의 현관에는 “함께 하는 세상, 여럿이 함께 하면 험한 길도 즐거워라”는 글귀가 걸려 있다. (063)468-0529. 군산/글·사진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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