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인식에 문제…근본적·종합적 논의 진행해야”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회 산하 비정규직대책위원회 공익위원들이 ‘기간제 노동자 사용기간 연장’을 뼈대로 한 정부와 한나라당의 비정규직법 개정 추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공익위원들은 지난 5일 열린 비정규직대책위 전체회의에 낸 ‘비정규직법 시행효과 평가와 대응 방향에 대한 의견서’에서, “비정규직법 일부를 보완하면 부정적 효과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상황 인식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이는 비정규직법 보완에 종합적으로 접근하기보다, ‘사용기간 연장’만 강조하는 노동부와 한나라당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동부는 “사용기간 제한 때문에 비정규직이 해고된다”며 ‘기간 연장’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노사정위원회 비정규직대책위는 노동자·사용자·정부 위원 10명과 학자 출신인 공익위원 6명으로 구성돼, 지난 4월부터 비정규직법 보완 방향 등을 논의해 왔다.
공익위원들은 “비정규직 일자리 감소 원인을 고용기간 제한 때문이라고 볼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비정규직법이 아니라 ‘세계적 불경기’ 영향으로 비정규직부터 고용 불안에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비정규직법 시행 뒤 정규직 전환 효과도 분명히 나타났다며 “기간제 고용기간 2년이 지나 본격적인 입법 효과가 나타나는 내년 7월 이후 정규직 전환 사례가 상당수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동시에 용역·하도급 등 간접 고용으로 전환되거나 계약기간이 끝나 다른 기간제 노동자로 대체되는 등 ‘피해자’도 생겨났다고 공익위원들은 진단했다. 이에 따라 “법의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하고 부정적 영향은 최소화할 수 있도록, 더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접 고용 규제 방안 등이 함께 폭넓게 논의돼야 한다는 주문이다.
어수봉 비정규직대책위원장(한국기술교육대 교수)은 12일 “기간 연장 하나만으로는 비정규직 문제를 풀 수 없다는 뜻”이라면서도, “의견서는 노·사·정 의견을 조율하려고 공익위원들이 내놓은 초안”이라고 말했다. 노·사·정은 오는 17일 전체회의에서 주요 쟁점별 논의 일정을 정할 예정이다. 정부는 “내년 2월까지 개정안을 처리해야 한다”며 노사정위 논의를 재촉하고 있지만, 노·사·정 견해차가 커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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