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청소년’ 뽑힌 10명
가정폭력·빈곤 속 의지로 ‘정면돌파’
“행복한 가정 꾸려야죠” 희망 키워가 “방황하고 있을 때 일주일에 한 번씩 상담하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게 해준 선생님이 있어요.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직업도 있겠지만, 선생님이 돼서 저처럼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 사소하지만 따뜻한 관심을 주고 싶습니다” 22일 ‘아름다운 청소년’에 뽑힌 김아름(17·가명)양은 꿈이 뭐냐는 질문에 수줍게 답했다. 2004년 2월 김양은 반복되는 아버지의 폭력을 못 이겨 어머니와 언니의 손을 잡고 집을 나왔다. 쉼터에서의 환경은 낯설었지만, 아버지의 폭력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행복했다. 하지만 마음이 안정을 찾아갈 때쯤 아름이는 또 다시 짐을 싸야 했다. 쉼터 입소 기간이 3개월이라는 규칙 때문이었다. 쉼터 기간이 만료될 때마다 아름이는 이리저리 옮겨다녔다. “우리 가족들이 나를 위해 저렇게 열심히 사는데 나도 내 몫을 해야겠다 싶었어요.” 어머니는 식당에 나가 일을 했고, 대학을 다니던 언니는 취직을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공부밖에 없다는 생각에 하루 10시간씩 공부했어요.” 밤 10시가 되면 쉼터의 모든 불이 꺼졌지만, 아름이는 거실로 나와 주방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에 의지해 공부를 이어갔다. “밝은 곳에서 공부하고 싶었어요.” 지난해 특수목적고교에 합격해 올 3월 교문으로 들어서던 순간을 김양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새터민 가정에서 자란 권혁민(18)군의 현실도 녹록하지만은 않았다. 20살 젊은 나이에 북에서 내려온 권군의 아버지는 1997년 외환위기로 사업이 부도가 나자 방황하기 시작했다. 생활비로 가져다 주는 돈은 없었고, 결국 생계유지는 어머니의 몫이었다. 힘든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권군의 소망은 단 하나였다. “어머니를 행복하게 해드리겠다는 생각만으로 꿈을 향해 달렸어요.” 안정적인 가정을 갖고 싶었던 권군은 일정한 소득이 보장된 항공정비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항공기관정비기능사 자격증을 따는 등 목표를 향해 꾸준히 달렸고, 올해 한서항공전문대에는 수시모집으로 이미 합격한 상태다. “나의 진짜 꿈은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거예요. 항공정비사는 그 길에 닿기 위한 과정입니다. 어쩌면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게 가장 힘든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권군의 눈빛은 밝게 빛났다. 이날 두 사람이 받은 ‘아름다운 청소년’ 상은 홀트아동복지회와 신한카드가 자라나는 세대의 희망과 도전 정신을 키워주고자 3년째 시상하고 있다. 충무로 신한카드 본사에서 열린 시상식에서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꿈을 키워나간 10명의 청소년이 상장과 상패, 후원금 100만원을 받았다.(사진) 심사를 담당한 이혜경 교수(연세대)는 “오늘 뽑힌 10명의 학생들 모두 쉽지 않은 환경에서 꿈을 키워온 점을 높이 샀다”며 “꿈을 실현하려는 노력과 더불어 함께 할 줄 아는 청소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사진 홀트아동복지회 제공
“행복한 가정 꾸려야죠” 희망 키워가 “방황하고 있을 때 일주일에 한 번씩 상담하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게 해준 선생님이 있어요.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직업도 있겠지만, 선생님이 돼서 저처럼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 사소하지만 따뜻한 관심을 주고 싶습니다” 22일 ‘아름다운 청소년’에 뽑힌 김아름(17·가명)양은 꿈이 뭐냐는 질문에 수줍게 답했다. 2004년 2월 김양은 반복되는 아버지의 폭력을 못 이겨 어머니와 언니의 손을 잡고 집을 나왔다. 쉼터에서의 환경은 낯설었지만, 아버지의 폭력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행복했다. 하지만 마음이 안정을 찾아갈 때쯤 아름이는 또 다시 짐을 싸야 했다. 쉼터 입소 기간이 3개월이라는 규칙 때문이었다. 쉼터 기간이 만료될 때마다 아름이는 이리저리 옮겨다녔다. “우리 가족들이 나를 위해 저렇게 열심히 사는데 나도 내 몫을 해야겠다 싶었어요.” 어머니는 식당에 나가 일을 했고, 대학을 다니던 언니는 취직을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공부밖에 없다는 생각에 하루 10시간씩 공부했어요.” 밤 10시가 되면 쉼터의 모든 불이 꺼졌지만, 아름이는 거실로 나와 주방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에 의지해 공부를 이어갔다. “밝은 곳에서 공부하고 싶었어요.” 지난해 특수목적고교에 합격해 올 3월 교문으로 들어서던 순간을 김양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새터민 가정에서 자란 권혁민(18)군의 현실도 녹록하지만은 않았다. 20살 젊은 나이에 북에서 내려온 권군의 아버지는 1997년 외환위기로 사업이 부도가 나자 방황하기 시작했다. 생활비로 가져다 주는 돈은 없었고, 결국 생계유지는 어머니의 몫이었다. 힘든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권군의 소망은 단 하나였다. “어머니를 행복하게 해드리겠다는 생각만으로 꿈을 향해 달렸어요.” 안정적인 가정을 갖고 싶었던 권군은 일정한 소득이 보장된 항공정비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항공기관정비기능사 자격증을 따는 등 목표를 향해 꾸준히 달렸고, 올해 한서항공전문대에는 수시모집으로 이미 합격한 상태다. “나의 진짜 꿈은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거예요. 항공정비사는 그 길에 닿기 위한 과정입니다. 어쩌면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게 가장 힘든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권군의 눈빛은 밝게 빛났다. 이날 두 사람이 받은 ‘아름다운 청소년’ 상은 홀트아동복지회와 신한카드가 자라나는 세대의 희망과 도전 정신을 키워주고자 3년째 시상하고 있다. 충무로 신한카드 본사에서 열린 시상식에서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꿈을 키워나간 10명의 청소년이 상장과 상패, 후원금 100만원을 받았다.(사진) 심사를 담당한 이혜경 교수(연세대)는 “오늘 뽑힌 10명의 학생들 모두 쉽지 않은 환경에서 꿈을 키워온 점을 높이 샀다”며 “꿈을 실현하려는 노력과 더불어 함께 할 줄 아는 청소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사진 홀트아동복지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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