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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천 참사’ 18일…영안실에 발묶인 주검들

등록 2008-12-23 20:36

 전쟁의 폐허처럼 변한 경기 이천시 마장면 물류센터 화재 현장에 23일 오후 불에 타다 남은 각종 음식 재료와 철근 등이 쌓여 있다. 작은 사진은 중장비 1대가 한쪽에서 철근을 정리하는 모습. 이천/김봉규 기자 <A href="mailto:bong9@hani.co.kr">bong9@hani.co.kr</A>
전쟁의 폐허처럼 변한 경기 이천시 마장면 물류센터 화재 현장에 23일 오후 불에 타다 남은 각종 음식 재료와 철근 등이 쌓여 있다. 작은 사진은 중장비 1대가 한쪽에서 철근을 정리하는 모습. 이천/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관련회사들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사태 장기화
보상약속 없어…”산사람도 죽은사람도 지쳐”
백일을 갓 넘긴 아들을 남기고 숨진 20대 가장, 군에서 제대한 지 한 달 만에 학비를 벌려다 화마에 휩쓸린 꽃다운 청년, 단짝 친구와 일하다 숨진 초등학교 동창생 ….

경기 이천시 마장면 물류센터 화재로 숨진 노동자 7명의 가슴 저미는 사연 가운데 일부다. 모두 아비규환의 불길 속에서 죽음을 맞았지만, 이 가운데 5명은 숨진 지 18일째인 23일까지 차가운 영안실 냉동고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관련 회사들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정원(28)씨와 이현석씨의 유족들은 ‘더 이상 얼음창고에 넣어두고 싶지 않다’며 23일 먼저 장례를 치렀다.

지난 5일 참사 뒤 이천시 백사면 효자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빈소에서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는 희생자 유가족들은 “참혹하게 숨진 젊은이들한테 최소한의 도리와 예의는 지켜야 하는 것 아니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아들의 백일 하루 뒤 숨진 김웅원(23)씨의 누나(27)는 “부모님과 올케 등 가족 7명이 20일 가까이 야영이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1인당 장례식장 비용만도 1천만원이 훌쩍 넘었다”며 “유족들은 비용 걱정에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일이 잦다”고 털어놨다. 또 엄마 품에 안겨 빈소에 나와 있는 아들은 건강이 나빠져 벌써 몇 번이나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특히 기온이 영하 10도 안팎까지 떨어진 지난 22일 한 희생자의 아버지는 “어젯밤 꿈에 아들이 나타나 ‘너무 추우니 옷을 입혀달라’고 울부짖더라”라고 말해 유족들을 또다시 비통에 빠지게 했다.

유족들은 지난 18일 이천시를 찾아갔지만, ‘현재로서는 해줄 게 없다’는 답변만을 들었다. 정원씨의 친척인 손창규(55)씨는 “이젠 죽은 사람도 산 사람도 모두 지쳤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까지 어떤 회사도 7명의 목숨을 빼앗은 화재에 대해 책임을 지거나 유족들에게 보상하겠다는 뜻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한편, 용접공 3명을 구속한 경찰은 23일 스프링클러 펌프의 밸브를 일부러 잠가놓은 방화관리 책임자 2명의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물류센터 소유·관리 회사 직원 5명도 계속 조사 중이다.

전쟁의 폐허처럼 변한 물류센터는 불에 타다 남은 각종 육류에서 나온 기름이 땅과 인근 하천으로 흘러들어 정부가 재해방지 작업에 나섰다. 이천시는 “워낙 화재 규모와 피해가 커 완전 철거까지는 몇 달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천/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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