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아영 <와이티엔>(YTN) 기자가 24일 서울 중구 남대문 회사 앞 천막 농성장에서 노조원들과 릴레이 농성을 벌인 뒤 밖으로 나오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선배들 보복인사에 대타 업부 ‘괴로워’
이제야 검정조끼 입고 집회장 출근도장
이제야 검정조끼 입고 집회장 출근도장
2008 사건과 사람 ③ YTN 신참기자 장아영씨
<와이티엔>(YTN) 장아영(25) 기자는 지난해 12월 수습 딱지를 뗐다. 동기 여섯명과 함께 고된 수습 생활을 마치고 정식 기자가 된 것이다. 하지만 기자 생활은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다.
올봄부터 이명박 대통령의 방송담당 특보를 지낸 구본홍(60)씨가 신임 사장으로 온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회사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선배들이 알아서 할 일이고, 합리적으로 일처리가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려는 곧 현실이 됐다. 5월 말 구씨는 결국 사장으로 내정됐고, 회사는 노조의 물리적 저지를 뚫고 주주총회를 열어 사장 선임을 강행했다.
노조원들이 온몸으로 저항했던 지난 7월 ‘날치기 주총’ 현장에 장 기자는 가지 못했다. 노조 규약상 정식 기자로 1년 이상 근무해야만 노조원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에, ‘비노조원’인 그는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다. 나중에 녹화 영상으로 그날의 현장을 봤다. 그는 “‘이건 아니다’라며 울부짖는 선배들을 보면서 함께하지 못한 게 너무 안타깝고 죄스러웠다”고 했다. 그러나 노조 선배들은 ‘투쟁에 참여하지 말라’고 권유했다. 노조원이 아니어서 징계 등을 받을 경우 합법적인 울타리가 되어 주기 어렵다는 게 이유였다. 투쟁 참여 여부를 놓고 동기들 사이에서 치열한 토론이 벌어졌다. 장씨는 “‘비노조원이 나서면 오히려 회사 쪽에 빌미를 줘 투쟁에 짐이 될 수 있다’는 말도 나왔지만, 대체로 회사의 젊은 피인 우리들이 불이익이 두려워 싸우지 않는다는 것은 옳지 않다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막내이자 ‘비노조원’으로서 회사에 맞선다는 건 갈등과 시련의 연속이었다. 지난 8월 보도국 인사에서 구 사장 퇴진에 적극적인 기자들이 대거 보복성 인사를 당했다. 이때 사회부에서 서울시교육청을 담당하던 장 기자도 정치부 국회 담당으로 발령이 났다. 당시 노조원에게는 ‘새 부서장의 업무 지시를 거부하라’는 지침이 내려왔다. “알고 보니 당시 정치부에서 열심히 노조 일을 한 선배가 맡았던 일을 저한테 맡기려는 거였어요. 어쩔 수 없이 국회로 출근은 했지만 참 괴로웠어요.” 데스크는 발령을 거부한 기자 대신 그에게 취재와 보도를 떠맡겼다. “‘회사 쪽에 이용당해선 안 된다’는 생각과 ‘당장 방송을 펑크내선 안 된다’는 현실 사이에서 고민이 많았어요. 아무튼 일을 하면서도 취재원을 적극적으로 사귀지도 못하고 웃음도 사라지고 ….”
그는 이달 초 드디어 정식 노조원이 됐다. 선배들한테서 검은색 노조 조끼와 목도리를 받는 순간 목이 메어 펑펑 울었다. 선배들은 “악의 소굴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했고, 장 기자는 “구 사장을 악의 소굴로 보내겠다”고 답했다. 노조에 가입한 뒤 하루 일과도 바뀌었다. 출입처인 국회로 출근하기 전, 매일 아침 남대문 본사 사옥 앞에서 열리는 집회에 반드시 참석한다.
정부·여당의 언론 관계법 강행처리 시도에 맞서 전국언론노조가 총파업에 들어간 26일, 장 기자는 아침 국회 앞에서 열린 총파업 출정식에 참석했다. 그는 “아직 신참 기자이지만 ‘공정 방송’은 특정 언론사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들을 위해 모든 언론인이 똘똘 뭉쳐 반드시 지켜내야 할 가치가 아닌가요?”라고 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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