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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한겨레’ 바둑칼럼 16년 연재 끝낸 양상국 8단

등록 2005-05-10 18:32수정 2005-05-10 18:32

“독자의 사랑이 힘이었습니다”

지난 89년 5월부터 <한겨레> 지면을 통해 독자들과 ‘수담’을 나눴던 프로바둑 기사 양상국(56·한국기원 감사) 8단이 지난 6일자를 끝으로 약 16년간의 관전기 집필을 끝냈다. <한겨레> 창간 전인 87년 겨울 조훈현 9단과 함께 창단 발기인으로 참가했던 그는 구수하고 날카로운 바둑 해설로 딱딱하게 비춰졌던 <한겨레> 지면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16년간 <한겨레>와 함께 한 세월이 저에게 오히려 큰 보람이었습니다. 다른 신문처럼 기전을 만들 형편이 없었던 <한겨레>이었기에 당시 그 주에서 가장 흥미를 끌었거나 화제가 되었던 대국을 매주 수요일 지면에 소개하는 것으로 관전기를 시작했죠. 독자들이 사랑을 베풀어주어서 오늘까지 이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구수하고 날카로운 해설로 활력 불어넣어
“93년 각계 아마추어명사 맞수전 기억 남아”
한겨레, 권력·재물 유혹에 흔들리지 않기를”

지난 16년을 회고하면서 그는 기억나는 일로 93년 9월부터 매주 수요일마다 각계의 아마바둑 고수들을 초청해 1년 가까이 벌인 명사 맞수대국을 꼽았다. 당시 조순(전부총리)-박승(당시 중앙대 교수·전건교부 장관)을 비롯해 도신 스님-신경수 신부, 신상우 의원(민자당)-정대철 의원(당시 민주당), 만화가 강철수-박재동 화백 등의 맞수 대결이 지면을 장식하면서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서울대 선후배 사이인 조순 전 부총리와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가 맞붙어 관심을 모았던 그 대국은 그야말로 장안의 화제를 불러 모았습니다. 한국기원에서 벌어졌는데 조 부총리께서 유리한 바둑인데도 종반 실수로 그만 2집반을 지고 말았습니다. 대국 후 지영선 논설위원이 오셔서 네 사람이 관철동 뒷골목에서 <한겨레>의 앞날을 이야기하며 소주병을 8병이나 비웠던 기억이 납니다.”

그는 또 서예가 무림 김영기 선생과 창석 김창동 선생이 바둑을 두고 난 뒤 즉석에서 <한겨레>에 ‘정론직필’이라는 휘호를 쓰면서 한겨레의 올곧은 보도 태도를 높이 평가했던 일화도 소개했다. 특히 그는 “당시 명사 초청국을 통해 일반 국민들에게 투쟁 일변도로 비춰졌던 <한겨레>의 이미지가 많이 좋아졌을 것”이라고 진단하면서 “바둑을 진 인사로부터 다시 한번 두게 해달라고 사정하는 전화를 받기도 했다”며 당시의 기분 좋은 기억을 떠올렸다.

이와 함께 그는 <한겨레>가 유일하게 기전을 개최했던 한·중·일 아마바둑대항전도 아마바둑 발전에 한몫을 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당시 모든 신문들이 다투어 프로기전에만 매달릴 때 <한겨레>가 아마바둑 기전을, 그것도 3개국 대항전을 들고 나오자 아마바둑계에서 역시 한겨레라는 말이 저절로 터져 나왔죠. 아쉬운 것은 북한까지 끼워 넣어서 4개국 대항전으로 발전시키려고 했는데 중도에 그친 것이 두고두고 아쉽기만 합니다.”

그는 “한국바둑이 세계 최강을 자랑하고 바둑 인구가 1000만 명을 헤아리고 있는 현실에서 4대 신문에 드는 <한겨레>가 기전이 없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면서 “<한겨레>만이 할 수 있는 고유의 기전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난 80년부터 한국기원 강동지부를 25년째 운영하면서 바둑 꿈나무 양성에 힘을 쏟아온 양상국 8단은 구수한 입담과 날카로운 해설로 1990년부터 교육방송의 최장수 프로인 ‘바둑교실’을 745회나 진행하고 있는 등 바둑전문 해설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97년 3월 성균관대 사회교육원에서 국내 처음 바둑과를 개설하면서 겸임 교수로 초빙되었고, 그 뒤 바둑학과가 폐지되자 2001년 봄부터 강동지부로 옮겨 9기째 운영하면서 각계 각층 ‘친선의 장’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한겨레>에 ‘팔풍취부동(八風吹不動)’이라는 말을 남기면서 “팔방에서 권력과 재물 등의 유혹이 들어와도 부동의 자세만 지켜 달라”고 주문했다. 또한 자신의 평생 좌우명인 ‘하심(下心)’을 들면서 “<한겨레>와 기자들이 항상 자신을 낮출 것”을 충고했다.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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