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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사람] 피고인들 정의로워 나도 ‘오염’됐다

등록 2009-01-01 18:51수정 2009-01-02 00:34

‘길을 찾아서’ 연재하는 한승헌 변호사

‘… 그러나 우리 산민 율사는 이제까지/ 100여 건에 이르는 사건 가운데/ 단 한 번도 무죄로/ 그 피고를 풀어낸 적 없으시네/ 스스로 말하기를/ 나는 지는 재판만 해 왔다 하시네/ 아닌게 아니라/ 늘 웃음 머금고 지는 변호사이셨네/ … 그러나 세월이 흘러 돌이켜보는 역사 가운데/ 우리 산민 율사는 단 한 번도 진 적 없는 이기는 변호사이셨네/ ….’(고은 ‘산민요’ 중에서)

오는 5일부터 ‘길을 찾아서’ 네 번째 필자로 <한겨레> 독자와 만나게 될 ‘산민’(山民) 한승헌(74·사진) 변호사, 그는 새삼 말을 덧붙일 필요도 없는 ‘우리 시대 인권변호사의 표상’이다.

‘30여년 인권변호’ 진실증언 평생 소신

1965년 임용 5년 만에 “죄를 추궁하는 쪽보다는 억울함을 대변해주는 쪽이 맞는 것 같아” 검사복을 벗은 그는, 변호사로 개업하자마자 작가 남정현의 <분지> 필화사건을 맡은 이래 반공법 사건 전문으로 ‘낙인’ 찍혔다. 75년 김지하의 ‘오적’ 사건 때와 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때 두 차례 ‘반공법 위반’으로 구속돼 8년 동안 변호사 자격을 박탈당하기도 했다. 현역으로 활동한 30년 남짓 동안 100여건의 시국 사건을 맡아 수많은 양심수들을 변론했다.

“심판관석(군법무관), 검찰관석, 변호인석, 피고인석, 방청인석까지 두루 거쳤다. … 구속과 복권으로 두 번이나 변호사가 되는 행운을 누렸고, 감옥만 해도 서울구치소를 재수하고 육군교도소를 거쳐 50대 나이에 소년교도소(김천)에도 있어 봤다. 여자교도소만 못 가 본 기록이다.” 97년 펴낸 <정치재판의 현장>에서 그는 자신의 파란만장한 법조인생을 이렇게 정리해 놓기도 했다.


“난, 자타가 공인한 ‘지기만 하는 변호사’, ‘늘 실패하는 변호사’였지만 한 번도 후회한 적은 없어요. 난 피고인 복이 아주 많은 변호사였지요. ‘징역 가면서도 나에게 고맙다고 인사 안 한 사람 있으면 손들어 보라’고 큰소리 칠 정도니까요.” 그는 지금껏 자신이 만난 피고인들 대부분이 정의를 추구하다 핍박받은 사람들이었던 덕분에, 그들에게 ‘오염’돼 배우고 감화를 받아 한평생 흔들리지 않고 ‘곧은 길’을 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못밝힌 얘기 쉽고 재밌게 쓰겠다”

그런 그가 이번 <한겨레> 연재 요청을 기꺼이 수락한 까닭도 같은 맥락이다. “박해받는 의로운 피고인들이 등장하여 포악한 권력자와 대결하는 법정 드라마를 지켜본 목격자로, 극적인 순간의 올바른 기록자로서 역사에 증언을 해야 하는 게 내 임무라고 늘 생각해 왔다.” 엄혹한 독재시절 재판은 늘 요식행위였고, 사건과 진술은 조작되거나 왜곡됐다. “변호사는 법정은 물론 사회와 역사 앞에서 진실을 밝히고 남겨야 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실제로 그는 지금껏 30여권의 책을 펴내며 왕성한 집필활동을 해 왔다. 일찍이 67년 시집 <노숙>으로 문필가 명함을 얻은 이래 2006년 <한승헌 변호사 변론실록>(모두 7권)으로 방대한 기록과 자료를 엮어 나라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전북 진안 산골에서 태어난 그는 전주고 시절 논문현상 공모에 당선되기도 했고, 대학 때도 <전북대학 교보> 창간 기자로 활동했다. 특히 <유머산책-산민객담> <유머기행> 등은 스테디셀러에 들만큼 그의 글솜씨는 재치와 해학이 넘친다.

“이번 연재를 위해 지난 기억과 자료들을 되짚어보면서 내 삶을 재발견하고 있어요. 귀한 지면이니만큼 그동안 밝히지 못한, 꼭 남겨야 할 이야기들을 하고 싶어요.” 그는 이번에도 “되도록 쉽고 재미있게 쓰도록 애쓰겠다”고 독자들에게 약속했다.

글·사진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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