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철거 전 석면 조사 의무화에 반대
환경부-노동부, 정보공유 안돼 대책 구멍
환경부-노동부, 정보공유 안돼 대책 구멍
1급 발암물질인 석면 위협에서 국민 건강을 보호할 핵심 조처들이 정부 관련 부처들의 주도권 다툼과 인식 부족 탓에 제도화되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노동부·국토해양부 등은 2007년 6월 ‘석면관리 종합대책’에서 △건축물 철거신고 때 석면 조사결과서 제출을 2009년부터 의무화하고 △2007년 중 건물 해체 담당부서와 폐기물 담당부서 사이에 정보 공유체계를 구축하고, 허위신고에 대한 제재 규정을 마련하는 등 ‘석면 함유 건축물 수선·해체 작업 때 안전 관리’를 핵심 과제의 하나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건축물 철거 관리를 석면 대책의 핵심으로 삼은 것은, 석면의 80% 이상이 건축 자재에 포함돼 건축물에 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축물 함유 석면 관리의 첫 단계인 철거 전 석면 조사결과서 제출 의무화는, 국토해양부가 태도를 바꿔 건축법 개정을 거부해 제도화가 불투명한 상태다. 국토해양부는 2007년에 하기로 한 ‘건축물의 석면 함유 여부 허위신고에 대한 제재 규정’ 마련도 거부해, 지금은 건축물을 철거한 뒤에 철거·멸실 신고를 해도 제재할 근거가 없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모든 건축물에 석면조사를 의무화하는 것은 국민에게 부담”이라며 “새로운 규제 신설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을 고쳐 일정 기준 이상의 건물만이라도 철거 전 석면 조사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건축물 철거 때 석면 먼지가 대기 등 환경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환경부와 일선 지방자치단체의 ‘조기 감시’도 노동부의 소극적 태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석면 제거작업 허가 정보를 환경부와 실시간 공유하는 체계 마련에 늑장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석면관리 핵심 대책들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한 것은 관련 부처들의 주도권 갈등과 석면 문제 심각성에 대한 인식 부족 때문이라고 석면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노동부는 석면 문제에 먼저 손을 댔으나 작업장 안전 관리라는 좁은 틀에서 접근하고 있고, 환경부는 광범위한 환경성 노출 관리를 다루지만 ‘후발 주자’라는 약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환경부가 정부 석면정책 협의의 주관 부처가 됐지만, 부처 견해가 갈리면서 이렇다 할 공조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최예용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석면정책 협의회를 국무총리실이 주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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