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학교쪽 학부모들에 이례적 통신문·문자메시지 보내
일제고사 때 체험학습을 허락했다는 이유로 해임된 교사들이 학생들과 함께 여는 방학캠프에 대해, 일부 학교에서 ‘학교장 승인 없이 참여하지 말라’는 내용의 가정통신문과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거원초등학교는 지난 6일 이 학교 6학년 9반 학부모들에게 “방학 중이라도 학생들이 단체로 어떤 모임이나 캠프에 참가할 경우 사전에 학교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학교장의 승인을 받은 행사는 스카우트 스키캠프뿐이니 다른 행사에 학생들을 동원하는 일이 없도록 지도 바란다”는 내용의 가정통신문을 보냈다. 학교 쪽은 가정통신문에서 ‘학생들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니, 자녀들을 위해 현명하고 냉철하게 교육적인 판단을 하라’며 사실상 캠프 불참을 종용했다.
이 학급 담임을 지낸 박수영(37) 전 교사 등 해직교사 7명은 학생들과 함께 오는 9일 경기 가평으로 1박2일 일정의 캠프를 떠날 예정이었다. 지금까지 참가 의사를 밝힌 학생은 70명가량이다. 박 전 교사는 “학교에서 방학 중에 이례적으로 공문까지 보내 교원 신분도 아닌 해직교사들에게 학교장의 허가를 받으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캠프에 참석하지 말라는 말과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도 “학교장의 지도 감독 권한으로 가지 말라고 할 순 있겠지만, 의무적으로 참여하는 행사가 아니고 자율적으로 신청해 가는 것인데 이를 금지하는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장신수 거원초 교장은 “혹시 방학 중에 학부모들의 잘못된 판단으로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고 생각돼 주의를 준 것일 뿐 판단은 학부모의 몫”이라고 밝혔다.
서울 광양중학교는 지난달 말 윤여강(50) 전 교사가 담임을 맡았던 학급의 학부모들에게 ‘파면 교사가 주관하는 캠프에 참가하지 않도록 지도 바랍니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 학교 김아무개(16)양은 “부모님이 문자메시지를 보여주며 캠프에 가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 학급 학생들은 단 한 명도 방학캠프에 참여하지 않는다. 최혜원(27) 전 길동초교 교사는 “지난 2일 저녁 학부모들과 캠프 준비 회의를 했는데, 몇몇 학부모들이 ‘참석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갑자기 불참했다”며 “학교 쪽의 노골적인 방해 때문에 캠프 인원이 줄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이번 방학캠프에서 눈썰매 타기와 연극, 소원 빌기 등의 행사를 진행하는 한편, 학생들과 함께 사진을 찍어 별도의 졸업앨범을 만들 계획이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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