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역을 마쳐야만 국적을 포기할 수 있도록 한 개정 국적법 시행을 앞둔 10일 오후, 서울 목동 출입국관리사무소의 국적업무출장소에서 시민들이 국적이탈신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홍준표의원 “외국인취급 의료·교육등 혜택박탈 법 추진”
하루 평균 1-2건에 불과하던 국적포기 신청자 수가 국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난 4일 이후 100배 이상 폭증하고 있다. 급증한 국적 포기 대상자 대부분은 병역 면제를 노린 남자다.
11일 서울 양천구 목동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의 국적업무출장소에는 평소보다 수십배에 달하는 신청자가 몰리면서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 출입국관리사무소의 게시판은 열리지 않았고, 문의전화는 폭주해 계속 통화중 대기음만 울렸다. 국적업무출장소 관계자는 “실제로 접수된 사례 중에서 1988-1991년 출생한 남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았고 전체 접수건수 중 여자는 1-2건밖에 되지 않아 거의 전부가 병역 의무를 앞두고 있는 남자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월 한달간 국적 포기를 신청한 수는 22건으로, 하루 평균 1명도 안되는 수준이었지만 국적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달 4일 이후 폭증해, 6일 97건, 7일 47건, 9일 46건을 기록하더니 10일에는 무려 143건으로 집계됐다. 갑작스런 국적 포기 속출은 다음달 발효예정인 개정 국적법 시행을 앞두고 일어난 현상이다. 다음달부터 적용될 국적법 개정안은 원정출산 등으로 외국시민권을 얻은 사람은 병역 의무를 마쳐야 한국 국적을 포기할 수 있도록 했다.
병역기피를 노린 해외 원정출산을 막기 위해 입법된 국적법 개정안은 직계존속이 외국에 영주할 목적으로 출국하지 않은 상태에서 외국에서 출생한 자는 병역 의무를 치렀거나 면제처분을 받은 때, 제2국민역에 편입된 때 등에 한해 국적포기 신고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이중국적자라도 해외서 출생해, 18살까지 계속해서 외국에 거주한 경우에는 한국을 방문해도 징집대상서 제외된다. 법 개정안이 다음달 시행되면 원정 출산자의 자녀뿐 아니라 외교관ㆍ상사 주재원ㆍ유학생 등의 자녀들도 병역 면제를 목적으로 한 국적포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현행법이 사라지기 전에 국적포기를 신청하는 사례가 급증한 것이다. 홍준표의원 “내국인이 누릴 수 있는 모든 권리 빼앗는 법안 추진”
하지만 <한겨레> 10일자에 실린 [“대한민국이여 안녕”…‘USA막차’ 북적] (△관련기사)기사를 비롯해 언론에 병역 면제를 노린 국적포기가 잇따른다는 보도가 잇따르자, 정치권에서 이에 대한 긴급한 대책을 만들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은 11일 “부모의 해외 단기체류 중 태어난 아이들이 한국국적을 포기할 경우에는 이들을 외국인으로 취급해 내국인들이 누릴 수 있는 모든 권리를 박탈하는 내용의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부모가 해외에 단기간 머물면서 낳은애들은 재외동포로 취급하지 않고 외국인으로 취급해 의료보험, 교육 등 모든 특권을 없앨 것”이라면서 “한국 국내 학교도 못 다니게 하는 등 모든 권리를 박탈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한 재외동포기본법을 오는 6월 임시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법안 어떻게 달라지나…병역 면탈 목적 국적포기땐 ‘외국인’
현재 ‘재외동포의출입국과법적지위에관한법률’은 2조에 재외동포를 아래와 같이 두 가지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1.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외국 영주권을 취득한자 또는 영주할 목적으로 외국에 거주하고 있는 자
2. 대한민국 국적 보유했던 자 또는 그 직계 비속으로 외국국적을 취득한 자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자 홍준표 의원이 최근 잇따른 병역 면제 목적의 국적이탈을 ‘응징’하기 위해 추진하는 법은 이 규정에 제3항을 신설해, 병역 의무 면탈 목적으로 국적을 포기할 경우는 ‘재외동포’의 자격을 얻지 못하고 외국인으로 간주하겠다는 것이다. 홍 의원이 만들고자 하는 개정안은 위 법률 2조에 아래와 같은 3항을 추가하는 게 요지다. “직계 존속이 외국에 영주할 목적 없이 체류한 상태에서 출생해 외국 국적을 획득한 상태로, 제1국민역(병역의무 발생)에 편입된 시점으로부터 3개월 이내에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한 자는 재외동포에서 제외해 외국인으로 대우한다.” 이에 대해 홍 의원실의 나경범 비서관은 “전부터 관심을 갖고 있던 문제였으나, 최근 국적 이탈이 잇따르고 있다는 보도를 보고 현 상태를 그대로 두어서는 안되겠다는 판단이 들어 입법을 추진하게 되었다”며 “병역 회피 목적에서 국적을 버린 사람은 더이상 한국인이 아니다. 외국인 대우가 가혹한 측면이 없지 않으나 어쩔 수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개정 국적법 발효 전에 서둘러 국적을 포기한 ‘한국계 외국인’들이 재외국민(재외동포)의 지위를 박탈당하고 살아가면서 겪게될 불편함까지 모두 고려하고 ‘대한민국’ 국적을 내던진 것이었는지, 아니면 한국을 떠나 자신이 선택한 나라에서 살기로 한 것인지가 궁금하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병역기피를 노린 해외 원정출산을 막기 위해 입법된 국적법 개정안은 직계존속이 외국에 영주할 목적으로 출국하지 않은 상태에서 외국에서 출생한 자는 병역 의무를 치렀거나 면제처분을 받은 때, 제2국민역에 편입된 때 등에 한해 국적포기 신고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이중국적자라도 해외서 출생해, 18살까지 계속해서 외국에 거주한 경우에는 한국을 방문해도 징집대상서 제외된다. 법 개정안이 다음달 시행되면 원정 출산자의 자녀뿐 아니라 외교관ㆍ상사 주재원ㆍ유학생 등의 자녀들도 병역 면제를 목적으로 한 국적포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현행법이 사라지기 전에 국적포기를 신청하는 사례가 급증한 것이다. 홍준표의원 “내국인이 누릴 수 있는 모든 권리 빼앗는 법안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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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대한민국 국적 보유했던 자 또는 그 직계 비속으로 외국국적을 취득한 자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자 홍준표 의원이 최근 잇따른 병역 면제 목적의 국적이탈을 ‘응징’하기 위해 추진하는 법은 이 규정에 제3항을 신설해, 병역 의무 면탈 목적으로 국적을 포기할 경우는 ‘재외동포’의 자격을 얻지 못하고 외국인으로 간주하겠다는 것이다. 홍 의원이 만들고자 하는 개정안은 위 법률 2조에 아래와 같은 3항을 추가하는 게 요지다. “직계 존속이 외국에 영주할 목적 없이 체류한 상태에서 출생해 외국 국적을 획득한 상태로, 제1국민역(병역의무 발생)에 편입된 시점으로부터 3개월 이내에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한 자는 재외동포에서 제외해 외국인으로 대우한다.” 이에 대해 홍 의원실의 나경범 비서관은 “전부터 관심을 갖고 있던 문제였으나, 최근 국적 이탈이 잇따르고 있다는 보도를 보고 현 상태를 그대로 두어서는 안되겠다는 판단이 들어 입법을 추진하게 되었다”며 “병역 회피 목적에서 국적을 버린 사람은 더이상 한국인이 아니다. 외국인 대우가 가혹한 측면이 없지 않으나 어쩔 수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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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국적없이 한국에서 살려면 어떤 대우받나…한국에서 외국인의 지위
◇ 외국인 등록과 체류기간과 활동 = 한국 국적을 상실하고 외국국적을 취득해 한국내 체류자격을 부여받으면 그날부터 90일 이내에 외국인 등록을 마쳐야 한다. 외국인의 한국내 체류는 90일 이내의 단기체류와 90일 이상 장기체류, 영구체류로 나뉜다. 체류기간이 끝나 연장하고자 할 때는 만료일 2개월전에 관할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신청해야 한다.
한국에 입국할 때도 외국인은 출입국 심사를 받아야 한다. 가수 유승준(미국명 스티브유)씨의 경우처럼 입국이 공항에서 거부될 수도 있다.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의 경우라도 한국내 체류규정은 엄격하다.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외국인 여성에게 2년간의 체류비자가 허용되지만, 한국인 여성과 결혼한 외국인 남성에게는 3개월 혹은 6개월간의 단기체류비자만 주어진다. 비자가 끝나기 전에 출국과 입국을 반복하던지, 충분한 사유를 제시해 어렵게 체류기간을 연장해야 한다. 현행법은 외국인은 체류기간 동안 정치활동을 할 수 없도록 못박고 있다.
◇ 외국인의 취업 = 외국인이 취업을 하고자 할 때는 취업을 할 수 있는 체류자격을 가져야 하고, 지정된 장소에서만 근무해야 한다. 지정된 근무장소를 변경할 때는 사전에 또는 일정기간내에 관할 출입국관리소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한국내에서 취업을 할 수 있는 자격은 단기취업, 교수, 회화지도, 연구, 기술지도, 취재, 예술흥행, 특정활동, 연수취업,비전문취업, 내항선원, 관광취업 등이다.
외국인이 근무처를 바꿀 때는 추가·변경내용이 원 근무처의 고용계약에 따른 체류목적과 서로 다르면 원칙적으로 불허한다. 또 무질서하게 여러 직장을 갖거나 옮겨 다니는 등 체류상태가 건실하지 못하고 국익에 위배된다고 인정되는 때는 근무처 변경·추가에 제한을 두고 있다. 추가 신청한 근무처가 원 근무처보다 근무시간이 길거나 보수가 많을 때도 근무처 추가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
◇ 교육·의료보험 = 외국인도 한국 학교에 입학할 수 있다.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아동교육에 관한 세계협약’이 있어 원천적으로 국내 교육기관 수학을 금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국인노동자 자녀들의 사례에서 보여지듯 입학은 자유롭지만 졸업이 아니라 수료증만 주는 게 대부분이다. 사실상 외국인 학생은 한국 학교의 청강생인 셈이다. 외국인 학생에 대한 졸업 여부는 학교장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외국인에 대한 의료보험도 모든 외국인이 적용대상이 아니다. 의료보험공단은 정규직 외국인 노동자, 투자목적의 외국인, 외국국적이 있어도 은퇴 뒤 국내에서 여생을 보내겠다는 사람 등에게 선별적으로 의료보험을 적용하고 있다.
◇ 금융·재산 취득 = 외국인은 국내에서 각종 재산 취득에도 국내법과 다른 적용을 받는다. 외국인들의 부동산 취득은 외국인토지법, 외국인투자촉진법, 외국환거래법 등의 적용을 받는다. 금융 거래에는 외국인이라고 해서 특별한 제약이 없으나 단 신용카드 발급시 보증인 입보나 예금 질권설정 등 채권 보전조처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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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국적법 발효 전에 서둘러 국적을 포기한 ‘한국계 외국인’들이 재외국민(재외동포)의 지위를 박탈당하고 살아가면서 겪게될 불편함까지 모두 고려하고 ‘대한민국’ 국적을 내던진 것이었는지, 아니면 한국을 떠나 자신이 선택한 나라에서 살기로 한 것인지가 궁금하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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