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환/한국헌법학회 회장·전북대 법대 교수
특별기고
검찰과 영장전담 판사가 범죄혐의의 법적 근거로 든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은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법률 전문가들에게조차 생소한 이 조항이 만들어진 것은 전두환 정권 때인 1983년 12월30일이었고, 1984년 9월1일부터 시행되었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네티즌, 악플, 악플러라는 용어는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다. 심지어 대학에서 학생들이 리포트를 육필로 쓸 때였으니까. 시행 이후 이 조항에 의해서 처벌받은 사례도 거의 없다.
우선 이 조항의 의미를 따져보자. 이 조항이 규정하는 죄는 학문상의 용어로 ‘목적범’이다. 그 의미가 매우 불명확한 용어이기는 하지만, 미네르바가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인터넷에 글을 올렸어야 한다.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란 무슨 뜻인가? 방송에 출연해서 허위의 사실을 말하는 경우 또는 신문에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는 경우는 포함되지 않고, 오로지 인터넷에서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면 이 조항에 근거하여 처벌된다? 아무래도 이상하다. 따라서 여기에서 전기통신설비에 의한다는 것은 인터넷 이용자인 네티즌이 아니라 전기통신설비를 관리하는 자가 전기통신설비를 이용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엄격하게 해석해야 할 것이다. ‘허위의 통신’이란 무엇인가? 인터넷에 올린 글의 전체 내용 중 어느 정도가 허위여야 이 죄목에 해당하는가? 매우 막연하기만 하다. 이런 식으로 처벌하면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상당수의 네티즌들이 이 법망에 걸리게 될 것이다.
영장발부 사유 또한 희한하다. “범죄 사실에 대한 소명이 있고 외환시장과 국가 신인도에 영향을 미친 사안으로, 사안의 성격과 중대성에 비추어 구속수사의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 동안 법원이 영장발부 사유로 반복적으로 사용하던 도주 또는 증거인멸의 우려도 아니다. 영장발부 판사가 매우 애썼다는 생각이 든다.
헌법이 보장하는 의사표현의 자유는 인간이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해서 그 인격을 발현하고 정보를 교환하며 공동체의 의사형성에 참여하는 기초적 권리이다. 그래서 의사표현의 자유를 가리켜 ‘입의 자유’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독재정권, 권위주의정권, 정권 획득과정의 정당성이 없거나 권력의 행사에 대한 국민적 정당성이 약한 정권일수록 국민의 입을 두려워한다. 당연히 국민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작업을 하게 되는 것이다. 법률, 검찰권, 재판권 등이 그 수단으로 동원되는 것은 우리의 역사가 고스란히 증명하고 있다.
유신시대에 박정희가 그랬다. 그는 긴급조치를 통해 정권을 유지하려 했고, 국민의 입을 막으려 했다. 1974년 1월8일 긴급조치 1호를 통해서 나온 것이 유언비어 유포죄였다. “유언비어를 날조, 유포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한다”는 것이었다. 15년 이하의 징역이라는 처벌조항으로 협박했다. 대학생들은 동료 학생들 앞에서도 함부로 입을 벌리지 않았다. 강의실 내에도 ‘짭새’가 있을 때였으니까. 박정희의 긴급조치 기획은 일단은 성공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것도 불과 몇 년이었다. 비참한 몰락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명박 정권이 박정희 정권을 닮아도 많이 닮았다. 비극적이다. 이것도 허위사실유포죄에 해당하나?
김승환/한국헌법학회 회장·전북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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