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 구속 파문]
누리꾼들 ‘자성 목소리’ 높아
미네르바의 학력·경력 논란에 대해 “우리 사회 깊숙히 뿌리 박힌 ‘학벌 지상주의’에 대한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부 언론과 누리꾼은 물론 미네르바로 지목된 박아무개(30)씨까지도 ‘간판의 권위’에 기대려는 행태를 보인 데 대한 자성의 목소리들이다.
한 누리꾼은 11일 ‘디시인사이드’에 올린 글에서 “만약 미네르바가 서울 지역의 4년제 대학 정도만 나왔더라도 이 정도로 신빙성을 의심받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 “그만큼 학벌의 벽이 높은 사회라는 걸 깨닫게 하고 보여준 사건”이라고 적었다.
아이디 ‘원주민’은 ‘미네르바와 다시 보는 학벌 도그마’라는 글에서 “학벌 사회는 언제든 극복 가능하다는 믿음이 있었지만 이번 일로 그 믿음이 깨졌다”면서 “중·고등학생들은 학벌주의가 실제로 세상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 확실히 확인했을 것”이라고 썼다. 일부 누리꾼은 ‘비전공 무직자에게 놀아났다’는 식의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과거 학벌주의를 비판했던 기사와 보도 내용을 상기시키며 이들의 태도 변화를 비판했다. 누리꾼들은 “그럼 경제 수뇌부가 ‘공고르바’에게 놀아난 것이냐”, “박씨가 나온 ㄷ대학이 이제 명문대가 되는 거냐”며, 본질을 외면한 학력 논란을 조롱하기도 했다.
이철호 학벌없는사회 정책위원장은 “‘전문대 출신에게 농락당했다’는 시각 자체가, 학벌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을 전제로 한다”며 “‘간판’보다는 지식과 진실을 치밀하게 추적하는 전문성을 더 가치있는 것으로 평가해야 할 언론이 오히려 학벌주의를 기정사실화하거나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동훈 국민대 교수(법학과)는 “지금은 제도권 교육 외에도 개인적 관심에 따라 얼마든지 수준있는 지식을 얻을 길이 있다”면서 “학벌의 의미가 희미해지고 정보의 통로가 다양해지는 새로운 사회·문화적 흐름에서 퇴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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