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감도
국방부 “3천억 다 내라” 롯데 “1천억 예상”…조성 실패땐 ‘원점’ 가능성
정부가 서울공항의 활주로 방향을 바꿔 112층(555m·조감도 참조) 제2롯데월드의 신축을 허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지만, 활주로 변경 공사 비용을 둘러싼 국방부와 롯데의 현격한 시각차가 또다른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국방부와 롯데는 이번 주부터 시작해 약 2주일 가량 실무협의를 벌일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는 장비 보강, 활주로 변경 공사 비용 등 관련 비용을 3천억원 가량으로 추정하고 이 비용을 롯데가 모두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비해 롯데는 활주로 변경 공사 비용을 1천억원 안팎으로 예상하고 있다. 비용 규모에 대한 시각차가 현격한 셈이다.
국방부와 롯데가 이견 조정에 실패할 경우 제2롯데월드 신축 문제가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양쪽이 비용 문제에 합의해야 행정협의조정위 본회의에 제2롯데월드 신축안이 올라간다.
국방부 관계자는 “비행안전에 필요한 조처를 하는 데 드는 비용은 롯데가 모두 부담해야 한다는 게 국방부의 기본 입장”이라며 “수익자 부담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제2롯데월드의 높이를 203m로 제한한 2007년 7월 당시 행정협의조정위 결정으로 되돌아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방부가 ‘100% 수익자 부담원칙’을 강조하는 것은 제2롯데월드 신축 허용이 재벌특혜란 비판이 이는 마당에 활주로 변경 공사까지 세금인 국방비로 할 경우, 정치적 부담과 비판 여론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활주로 변경 공사 비용, 경공격기 케이에이(KA)-1 대대 강원 횡성 이전 비용, 정밀접근 레이더, 장애물 인식경보시스템 등 장비 보강 등으로 모두 3천억원 가량이 들 것으로 추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동쪽 활주로 각도 변경은 기존 활주로 하반부를 뜯어내고 활주로를 다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최소 1천억원이 넘는 비용이 든다는 관측이 나온다. 케이에이-1 대대를 횡성기지로 옮길 경우 서울공항 격납고 이전 비용만 500억~1천억원 이상 들 것으로 예상된다.
또 변경된 활주로 끝이 성남 탄천에 접하기 때문에 하천에 붙은 활주로를 보강하고 관제레이더, 거리측정장비, 전방향 무선표지시설, 공중충돌경고장치 등을 보강하는 데 1천억원 가량이 들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필요한 비용은 군과 구체적으로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과도한 비용 부담은 힘들다는 태도다. 롯데는 제2롯데월드 건설 공사비를 1조7천억원 내지 2조원으로 잡고 있다. 여기에 서울공항 비행안전 비용을 모두 부담하면 총비용은 그만큼 더 늘어나게 된다.
롯데는 활주로 변경 800억원에 장비 보강 등을 합쳐 활주로 변경 공사 비용을 1천억원 가량으로 추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에이-1 대대 이전은 국방중기계획에 따라 이전하는 것으로 제2롯데월드와 관련이 없다는 게 롯데 쪽의 주장이다. 롯데는 비행 안전관련 장비도 기존 활주로 장비를 옮기면 큰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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