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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미네르바가 아닌 ‘표현의 자유’ 구속했다”

등록 2009-01-12 14:14

명예훼손 없어도 걸면 다 걸린다
한 개인 처벌 넘어 ‘인터넷 공안 정국’의 신호탄
“‘정책적 거짓말’은 무사…일반인만 처벌 말 안돼”
‘미네르바’ 박아무개씨의 구속을 두고 인터넷 여론에 대한 공권력의 공격 신호탄이 쏴올려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지 않더라도 인터넷 글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면 누구든 처벌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이번 구속 결정에 담겼기 때문이다.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경제현상에 대한 분석·예측·의견이 잘못됐다고 처벌하려는 것이 아니라 허위사실을 유포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적시’와 ‘의견 제시’는 구분돼야 하는데 “허위사실을 적시해 시장에 대규모 혼란을 초래한 부분이 문제”라는 것이다. 반면 “이명박 대통령의 ‘주가 3000포인트’ 발언은 분석·예측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식의 구분은 사실과 주장, 비판과 과장이 혼재한 온라인 글쓰기의 특성을 무시하고, 비판 여론을 잠재우는 효과만 극대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누리꾼들의 글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그물망은 사이버 모욕죄가 신설되지 않더라도 충분히 촘촘하다. 허위사실 유포 자체를 처벌하는 전기통신기본법 외에 명예훼손은 정보통신망법, 모욕은 형법으로 처벌이 가능하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전기통신기본법의 허위사실 유포죄는 특정한 피해자가 없는데도 정부 방침에 비판적인 글을 일괄적으로 처벌하는 도구로 남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사평론가 유창선씨는 자신의 인터넷 블로그에서 “인터넷에 올라오는 수많은 글들에 대해 검찰과 같은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면 구속자는 수없이 생겨날 것”이라며 “검찰과 이명박 정부는 미네르바를 구속시킨 것이 아니라 표현의 자유를 구속시킨 것이다. 5공 시절을 방불하게 하는 여론통제 방식에 양식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과연 동의할 수 있겠느냐”고 강한 어조로 인터넷 여론 통제를 비판했다.

이처럼 미네르바의 구속은 한 개인의 처벌 여부를 뛰어넘어 본격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이는 ‘인터넷 공안정국’의 신호탄으로 보이기에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시각이다. 촛불정국에서 ‘여대생 사망설’ 유포에 전기통신기본법이 적용됐지만, 그 때는 진압 전경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가 덧붙여졌다.

그의 구속은 법률적으로나 상식적으로 ‘비례의 원칙’과 상충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프라인에서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하는 법률은 없는데, 전기통신기본법을 들이대면 흔적이 남는 인터넷에 수많은 글을 올리는 누리꾼들이 무차별 단속의 표적이 될 수 있다. 공적 책임을 진 사람이나 조직이 악의적인 동기 또는 ‘정책적 필요성’에 따라 거짓말을 해도 빠져나갈 수 있는 반면, 일반인들은 인터넷으로 의사표현을 하다 법망에 걸려들 수 있는 것이다. 황용석 건국대 교수는 “인터넷망에서는 거짓말해서는 안 되고 오프라인에서는 괜찮냐”며 “(이번 검찰의 조처가) 영향력이 큰 언론사의 경제 기사 오보에 대한 대응보다 강력한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인터넷 규제 법안 밀어붙이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희완 민언련 인터넷정보관리부장은 “사이버 모욕죄 도입과 통신비밀보호법 통과를 위한 본보기 수사”라고 비판했다.

김남일 권귀순 기자 namfic@hani.co.kr


[한겨레 주요기사]

▶ ‘미네르바, 허위사실 유포’ 근거 부족
▶ 신동아 ‘미네르바 기고문’은 허위?
▶ 외신 “한국정부, 부정적 경제전망에 점점 과민”
▶ [단독] ‘독도 일본영토 아니다’ 일 현행법령 2건 확인
▶ ‘제2 롯데월드 허용’ 여당서도 부글부글
▶ “알고 먹자”vs“불안 조장” 스펀지2.0 논란
▶ 삼성임원들 스톡옵션 행사 ‘억대 차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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