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1일 서울 충무로 세운상가 구역에서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ㅎ사 등 부동산 개발업체 2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이면서, 청계천 사업 비리 수사가 확대되고 있다. 검찰은 최소 16억원의 로비자금이 뿌려진 을지로 삼각·수하동에 이어 충무로 세운상가를 포함한 다른 구역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 담당 부서 의견 묵살한 세운상가 높이 완화=검찰은 ㅎ사가 서울 도시계획 주무부서의 반대 의견을 뚫고 자신이 의도한 대로 용적률과 고도 제한 등의 완화에 성공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충무로4가 세운상가 구역은 애초 도심재개발계획 규정에 따라 용적률 789%, 높이 85m 이하가 적용됐다. 그러나 4일 열린 도시계획위원회에서 ㅎ사가 제출한 ‘사업계획서’의 제안대로 용적률 959.7%, 높이 109.5m로 규제가 크게 완화됐다. 이로 인해 ㅎ사는 지하 7층·지상 31층 규모의 주상복합건물을 짓는 게 가능해지면서 막대한 개발이익을 누리게 됐다. 미래로아르이디사의 로비는 아직 미완의 상태인 반면, ㅎ사는 어떻게든 사업을 성사시킨 셈이다.
이 과정에서 도시계획 주무과인 도시계획과는 고도 완화에 반대 뜻을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도시계획과는 “해당 지역이 남산과 인접했기 때문에 고도제한 완화는 신중한 검토가 요구된다”는 의견을 냈다. 이 때문에 검찰은 양윤재 서울시 부시장 등 관련 공무원 등이 ㅎ사의 청탁을 받고,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적법 절차에 따른 결정”이라며 로비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올 1월 세운상가 등 서울 도심재개발 5곳에 대해 적용하기로 한 용적률 인센티브 규정에 따라 규제가 완화된 것”이라는 것이다. 서울시는 또 “도시계획과 등 관련부서의 의견이 무시된 적이 없다”며 “도시계획위원회에는 당연직으로 도시계획국장, 주택국장, 뉴타운사업본부장이 참여하고 있어 관련 부서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돼 조정됐다”고 해명했다. 시는 이와 함께 “도시계획위원회가 만장일치로 심의의결을 한다”며 “로비에 의해 안건이 통과됐다면 위원 전원에 대한 로비가 있었다고 봐야 하는데 이는 도시계획위원회의 명예를 크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 회현 지구도 관심 지역=지금까지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지역은 미래로아르이디사가 재개발 사업을 진행 중인 을지로 삼각·수하동 일대와 ㅎ사의 세운상가 지역이다. 그러나 검찰은 “의심나는 부분은 다 살펴보고 있다”고 밝혀, 이미 청계천 주변 재개발 사업 전반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이와 관련해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이 특히 회현지구를 관심있게 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지역은 4월20일 도시계획위원회 6차 회의에서 종전의 용적률 800% 이하에서 979.78%, 높이 108.42m로 완화돼 지하 7층·지상 30층 규모의 주상복합건물(212가구)을 지을 수 있게 됐다.
이곳에서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ㅁ사는 2003년 이곳의 땅을 평당 5천만~6천만원에 사들였는데, 고도 제한이 풀리면서 땅값만 2~2.5배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이 지역에 대해서도 “용적률 인센티브가 주어진 곳”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개발업자 등 관련자들 사이에서 업체들의 광범위한 로비가 있었다는 소문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춘재 이유주현 정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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