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빨갱이도 아니고 이상한 사람도 아닙니다”
10일 녹음이 우거진 인천 자유공원 중심에 우뚝 서 있는 맥아더동상 앞에서 재야 원로 10여명과 함께 ‘맥아더동상 철거”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는 강희남 목사(86·전 범민련 의장)는 “우리는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이고 우리 조상이들이 물려준 땅을 지키고 살자는 일을 하는 사람이지 이상한 사람이 아니다”며 ‘빵갱이가 아니냐’고 수군거리는 시민들을 향해 설명하고 있었다.
강 목사는 “공원을 찾는 사람들은 제국주의의 상징인 맥아더 동상을 보고 은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미국이 전쟁을 유발해 지난 60년간 자국 군을 주둔시키고 군사,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지배해 우리 백성은 사실상 식민지 생활을 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맥아더 동상을 없앴다는 것은 민족의 정기를 살리고, 백성들이 정신적으로 깨닫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이런 일을 한다고 미군이 떠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최소한 역사를 살리자는 것이다. 우리가 이런 운동조차 하지 않는다면 역사도 죽고, 민족도 죽는다”고 말했다. 그는 “일제 때 독립운동을 하다 20만 명이 죽었지만 독립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독립을 위해 싸웠다는 그 역사가 오늘날 우리에게 애국심을 일깨워주는 것과 같다”고 했다.
강 목사는 “피로 지키고, 눈물로 가꾸어온 아름다운 강토가 일본에 이어 60년간 양키놈들이 지배하고, 종노릇을 하면서도 그들을 은인이라고 떠받든다면 지하에 있는 우리 조상들이 참으로 서러워 할 것 아니냐”며 “조상들의 원한을 풀어주는 일은 미군을 이땅에서 몰아내야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 목사는 “작은 일이지만 역사를 바꾸는데 씨알노릇이라도 해보자는 뜻에서 이런 운동을 하고 있다”며 “여기에 오는 하루 수천 명의 시민 가운데 단 한 사람이라도 우리를 이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전두환 정권 때 국가원수 모독죄로 구속돼 4.13 호헌 반대하며 옥중에서 40일간 단식을 하기도 했던 남 목사는 10년간 남쪽 범민련 의장을 맡아 통일 운동을 해오다 최근 6·15공동선언 실천연대 등과 ‘우리민족연방제통일위원회’를 조직해 활동하고 있다.
인천/김영환 기자 yw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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