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양인의 날 제정 기념행사가 열린 11일 오후 서울시청 광장에서 전순걸 신주련 부부(왼쪽에서 두번째, 세번째)가 입양한 큰딸 하영양과 무뇌증을 앓고 있는 동생 아영양을 바라보고 있다. 이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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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홍보 나선 전순걸·신주련씨 가족 “입양의 매력에 빠져 보시겠습니까?” 한국입양홍보회 회원 100여명은 11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입양의 날’ 제정 기념행사에 참여해 행인과 차량 운전자들에게 요즘 한창 유행하는 개그를 흉내낸 차량 스티커를 나눠주느라 바빴다. 입양의 날로 제정된 5월11일은 한 가족(1)이 한 아이(1)를 입양해 ‘건강한 새로운 가족’(1+1)으로 거듭난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공개입양을 한 가정들이 회원인 입양홍보회는 입양의 행복을 널리 알리기 위해 꾸린 모임이다. 이날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은 입양 어린이 전하영(7)양의 부모인 전순걸(43)·신주련(43) 부부도 이 홍보회 회원이다. 입양아인 전양은 선천성 기형인 무뇌아로 누워만 지내는 입양아 동생 아영(5)양을 잘 돌보면서 구김살 없이 자라고 있다. 신주련씨는 “올해 초등학교에 진학한 하영이가 같은 반 친구인 자폐아한테도 굉장히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집에서부터 무뇌아 동생을 배려하는 생활이 몸에 밴 게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결혼 전 은행원으로 일할 때 복지시설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했다는 신씨는 두 아이를 입양하게 된 배경에 대해 “남편도 결혼 전에 나와 같은 자원봉사 경험을 갖고 있어 자연스럽게 의기투합했다”고 말했다. 1997년 말 외환위기 때 가정파탄으로 방기되는 아이들을 보고, 그런 아이를 입양해 키우기로 저절로 마음이 통했다는 것이다.
신씨는 “예전에 고아원에서 봉사할 때 볼 수 없었던 해맑은 표정을 하영이한테서 느낄 수 있다”며 “하영이를 키우면서 아이는 따뜻한 가정에서 키워야 한다는 생각을 더욱 굳히게 됐다”고 말했다. 입양은 신씨가 직접 낳은 아들한테도 좋은 영향을 줬다. 현재 고교 2학년인 아들이 학원과외 시킬 형편도 아닌데 공부도 잘하고, 주위 사람들을 잘 배려해 칭찬도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아들은 ‘의사가 되어 막내 여동생 처지에 놓인 아이들을 치료하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입양홍보회 회원은 전국적으로 500여 가정에 불과할 정도로 하영이 부모처럼 공개입양을 하는 가정이 미미하다. 국내 입양보다 국외 입양이 더 많다. 지난해의 경우 전체 입양 실적은 3899명으로, 이 가운데 국내 입양은 1641명에 그쳤고 나머지 2258명은 국외입양이었다. 이런 입양 실태는 2000년 이후 계속되고 있다. 한연희 입양홍보회 회장은 “젊은층에서는 입양에 대한 거부감이 거의 없지만 어른들 세대에서 꺼리는 경향이 강한 것 등이 국내 입양 활성화를 막고 있다”며 “입양수수료 지원, 입양휴가제 도입 같은 제도 개선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 회장은 특히 맞벌이 부부의 입양 활성화를 위해서는 입양휴가제도를 하루라도 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맞벌이 부부는 아이를 입양해도 직장 근무시간대에 다른 사람한테 맡겨야 하는 데 대해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한 회장은 “중등교사로 일하는 정선자(44) 회원의 경우 아들 2명과 딸 1명 등 세 아이를 입양했는데 입양휴가제도가 시행되지 않아 무척 고생했다”며 “우선 공무원에 대해서라도 입양휴가제도를 시범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영진 기자 youngj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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