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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사람] 툇마루 은은하니 마음 절로 익네

등록 2009-01-16 18:33수정 2009-01-16 19:01

변동해(54·사진)
변동해(54·사진)
축령산 편백숲 ‘두메문화’ 일구는 변동해씨
통나무집 ‘휴림’ 6동을 문화전파 기지로
“세파에 찌든 마음, 별·달 보며 털어내길”

“나무와 바람을 벗하며 ‘느림의 문화’를 체험하는 무대를 꾸미려고요.”

15일 전국 최대 규모의 편백숲이 울창한 전남 장성군 축령산 자락. 이 산의 ‘향토 학예사’로 불리는 변동해(54·사진)씨는 엿새 동안 내린 눈이 수북하게 쌓인 하얀 산정을 향해 걸으며 두메에도 자꾸 문화의 씨앗을 뿌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공무원이던 2000년 외딴 두메에 문화의 향기가 흘러넘쳐야 한다는 평소 생각을 실행하기 시작했다. 편백 280만 그루가 우거진 해발 621m 축령산 기슭에 ‘만인의 별장’ 세심원을 열고 대안에 목마른 문화인과 예술인을 불러들여 전시·공연·토론으로 낮밤을 지새웠다. 전국에서 찾아온 수만명이 무료 숙식과 문화 보시(?)를 받고 행복하게 돌아갔다. 2005년에는 영화 <태백산맥>, <내 마음의 풍금> 촬영지였던 아랫동네 금곡마을에 숲속 미술관을 열어 지역 예술인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자연에 깃들어 사니 자꾸 통이 커져요. 하지만 축령산에 뜨는 달과 별을 혼자만 보기는 너무 아까웠어요. 이곳에서 사흘만 자연의 순환을 지켜보면 세파에 찌들어 생긴 마음속의 명현현상을 털어낼 수 있는데….”

10년 남짓 입소문이 나면서 세심원 방문객이 넘쳐나자 그는 지난해 11월 고창의 소금과 장성의 곡물이 넘나들던 축령산 들독재에 편백과 황토 통나무집 6동을 지었다. 숲에 깃들어 자신을 돌아보는 집이라는 뜻으로 ‘휴림’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990㎡ 터에 건평 230㎡인 휴림은 두메문화의 지속적인 전파 기지로 키우고자 최소한의 유지비만 받고 있다.

“이제 소주병과 삼겹살을 갖고 숲을 찾아 드는 ‘놀자판’은 사라져야 해요. 그런 바람으로 광활한 편백 숲과 폭넓은 인적 자산을 밑천삼아 산상의 문화 무대를 구상했지요. 편백향이 은은한 툇마루에 앉아 유장한 산마루도 굽어보고, 깊숙한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놓았으니 10년 동안 숙성시킨 구상들을 펼쳐보려고요.”


그는 곧바로 행복발전소와 협약을 맺고, 느림의 소중함을 체험하거나 자연 속에서 자신을 반추하려는 이들한테 ‘휴림’을 쉼터로 제공하기로 했다. 이어 다달이 축령산 이야기 마당을 열어 두메문화를 산 아래로 전파하기로 했다. 첫 마당은 17일 저녁 7시 경주의 한학자 박영호씨가 이끄는 ‘논어의 시각으로 본 시대상’으로 열린다. 축령산의 다른 기슭에 있는 ‘휴휴산방’의 주인인 동양철학자 조용헌씨, 숲과문화연구회의 전영우 국민대 교수 등도 건강·생명·자연·예술 등을 주제로 대화를 이어간다.

그는 대화 마당이 정착되면 축령산의 생명숲과 인문적인 바람을 결합한 사회적 기업 설립을 추진할 예정이다. 30년 이상 이력이 붙은 전통 야생차·술·장 등을 직접 재현해서 전수하는 ‘전라도 토종 대학’을 세우겠다는 청사진도 가다듬고 있다.

장성/글·사진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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