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치러진 충북 옥천군 청산면 이장 선거의 당선자들이 지난 7일 오전 육종길(왼쪽) 청산면장에게 이장 임무 준수를 선서하고 있다. 옥천군 청산면사무소 제공
옥천군 등 농촌개발 이권 늘어나자 경쟁 치열
공정성 시비에 법정공방·정치권 개입 부작용
공정성 시비에 법정공방·정치권 개입 부작용
농촌 지역인 충북 옥천군이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선거 열풍에 휩싸였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마을 원로 몇몇이 추대하거나, 젊은이들이 돌아가며 맡던 이장 자리를 두고 선거가 치러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장의 역할과 위상이 높아지면서 인기가 높아져 옥천군 219곳 마을 가운데 41곳이 최근 선거로 이장을 뽑았다. 옥천군 청산면 지전리에서는 3명의 후보가 접전을 벌인 끝에 유재웅(57)씨가 다시 뽑혔다. 유 이장은 “투표율이 85%가 넘을 정도로 해마다 이장 선거에 관심과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며 “선거 과정을 보면 ‘이웃집 숟가락까지 챙기는 심부름꾼’을 뽑는 수준은 넘은 것 같다”고 말했다. 유 이장의 말처럼 요즘 이장 선거는 후보 등록, 선거관리위원회 구성, 정견 발표 등 선거 과정뿐 아니라 공정성 시비, 법정 공방, 정치권 개입 등 부작용까지 여느 선거 못지않다. 충북 보은군 회인면의 한 마을은 지난달 이장 선거에서 후보간 부정 시비로 끝내 이장을 뽑지 못했으며, 지난해 2월 국토 최남단 제주도 서귀포시 마라도에서 열린 이장 선거에 나선 두 후보는 과열 선거운동 끝에 6개월 넘게 법정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정치 이장’들도 속출하고 있다. 200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768명, 지난해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766명의 통장·이장·반장이 각 후보들의 선거 사무원으로 일하려고 사퇴했다. 충남 연기, 경북 청도 등 단체장의 선거 부정이 드러날 때마다 뇌물을 받은 이장이 확인되는 일도 끊이지 않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낸 지방행정 기본현황을 보면 전국에는 통 5만6664곳, 리 3만6195곳이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통장·이장은 기본 수당 월 20만원에다가 연 상여금 200%, 회의 참석 수당 1차례 2만원(월 2회) 등의 활동 보상금을 받는다. 자치단체에 따라 자녀들에게 장학금 혜택을 주거나, 상해보험을 들어주는 곳도 있다. 이주여성 이장으로 화제를 모은 박복순(49·경남 함안군 함안면 대산리)씨는 “봉사가 우선이지만 활동 보상금도 이장이 된 이유 가운데 하나”라며 “이장에 대한 대우가 조금 더 나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충남 연기군 조치원읍 신안1리 강수돌(48·고려대 경영학부 교수) 이장은 “이장 선거가 뜨거워지는 것은 대우가 좋아서가 아니라 농촌지역 개발 등 이권 개입 사례가 많아지기 때문”이라며 “주민에 대한 봉사와 헌신, 풀뿌리 민주주의 정착 등 문제와는 다른 점이 있다”고 말했다.
청주/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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