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경찰관 1명 철거민 2명 신원 확인
전철련 “활동가 1명도 숨진 것으로 보여”
전철련 “활동가 1명도 숨진 것으로 보여”
20일 용산 철거민 농성자들에 대한 경찰의 진압작전 과정에서 숨진 여섯 명 가운데 이날 밤 현재 신원이 확인된 세 명은 경찰관 한 명과 용산에서 자영업을 하는 철거민 두 명이다.
경찰은 이들 외에 철거민과 전국철거민연합(전철련) 소속 활동가로 추정되는 세 구의 주검을 지문 채취하고 유전자 감식을 위한 디엔에이(DNA) 샘플을 채취했다.
경찰에서 신원이 확인된 이상림(71), 양회성(55)씨는 용산에서 음식점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다. 이씨의 아들 이아무개(45)씨는 “30년 동안 한자리에서 갈비집을 하다 지난해 3억원을 들여 호프집으로 바꿨다”며 “보상금이 문제가 아니라, 오랫동안 장사해 온 터전을 지키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사망한 이씨의 막내아들인 이충연(37)씨도 이씨와 함께 농성 현장을 지키다 추락해 중상을 입었다.
양씨의 아들 양종원(30)씨는 “아버지는 30년 동안 복집을 운영하며 삼촌들을 다 대학에 보내고 가게를 운영했다”며 “여의도에서 음식점을 하다 98년 외환위기에 용산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양씨의 두 아들은 모두 아버지의 뒤를 이어 일식 요리사로 일하고 있다. 양씨는 “가족이 모두 성실히 살아서 함께 큰 일식집을 내는 것이 아버지의 소망이었다”며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전철련은 이날 오후 양씨와 이씨 외에 이성수(49)씨가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전철련 관계자는 “양씨와 이상민씨는 옥상 화재 현장에서 불에 타 사망했으며, 이성수씨는 화재를 피해 건물에서 뛰어내려 숨졌다”고 말했다. 이성수씨는 경기 용인에서 장사를 하다 철거를 당한 뒤 전철련 회원으로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철거민과 부상자 가족 등은 대책협의회를 꾸려 사망 추정자를 찾고 있으며, 용산 중앙대병원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하기로 했다.
숨진 경찰관은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특공대원 김남훈(31) 경장으로 확인됐다. 김 경장의 아버지 김권찬(63)씨는 “위험한 직업이라 항상 걱정을 했다”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김 경장은 2003년 서울경찰청 경찰특공대 순경으로 경찰에 들어갔으며, 여덟살배기 딸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신원 확인을 위한 검사를 마친 뒤 경찰관 김씨의 주검은 경찰병원에, 농성자로 추정되는 주검 다섯 구는 순천향병원 장례식장에 안치했다. 부상자 23명 가운데 한 명이 의식불명 상태에 있는 등 중상자가 있어 사망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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