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홈페이지에 북한 관련 자료를 올린 혐의로 구속 기소됐던 중학교 교사들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국가의 존립을 위협하지 않는 행위를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최병선 판사는 21일 국가보안법의 고무·찬양 혐의로 기소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통일위원회 소속 김맹규(50)·최화섭(45) 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교사 등이 인터넷에 올리거나 보관하던 문서들은 국가보안법 폐지나 주한미군 철수 등을 주장하거나, 북한의 실상을 소개하는 사진 자료일 뿐”이라며 “대한민국 정부를 부정하거나 국가의 존립을 위협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북한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커져 국가정보원이나 국회도서관 등에서 일반 국민들이 북한 자료를 자유롭게 열람하는 상황에서 북한 자료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최 판사는 이날 법정에서 “반대자들의 주장까지 체제 안에 포섭해 토론과 경쟁으로 보다 나은 결과를 도출한다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근본 정신을 지켜야 한다”며 국가보안법을 쉽게 들이대는 수사기관의 행태를 비판했다. 그는 “주한미군 철수, 한-미 군사훈련 반대, 상호 군축 등 그 자체로는 국가의 존립·안전을 위협하지 않는 주장과, 사회 모순을 지적하거나 부당한 공권력 행사, 사회 지도층의 잘못된 행태를 규탄해 약자의 권익을 옹호하는 활동에 대해서까지 국가보안법을 적용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판결 직후 전교조는 성명을 내 “이번 판결로 전교조와 통일교육 교사들에게 덧씌워진 ‘친북 반국가’, ‘이적행위’ 등의 혐의가 공안 세력과 보수언론의 조작이자 마녀사냥임이 분명해졌다”며 “서울시교육청은 이들에게 내려진 직위해제 처분을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검찰과 경찰은 <조선일보>가 ‘북의 선군정치 자료로 교실 환경미화 권장’, ‘전교조 이번엔 북 선전 포스터 파문’ 등의 보도를 한 뒤인 2007년 1월 김 교사 등을 구속했다. 이들은 같은 해 4월 보석으로 풀려나 재판을 받아 왔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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