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분 터진 합동분향소
“감히 어딜 들어오나” 항의
여야의원 조문못하고 돌아가
“감히 어딜 들어오나” 항의
여야의원 조문못하고 돌아가
“내가 이 사람을 이렇게 보내다니 ….”
용산 철거민 참사로 숨진 한대성(53)씨의 아내는 22일 오전 분향소에 도착하자 한씨의 영정 사진을 두 팔로 부여잡은 채 통곡했다. 군대에서 비보를 듣고 이날 낮에야 군복 차림으로 들어선 아들 성균(21)씨는 아버지의 영정을 황망한 표정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참사 사망자 5명의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서울 한남동 순천향대병원 장례식장은 이날 온종일 검은 상복을 입은 유족들의 통곡과 흐느낌으로 가득했다. 유족들은 흰 국화로 둘러싸인 이상림(71)·양회성(56)·이성수(50)씨 등 숨진 이들의 영정 사진을 바라보다 가슴을 치며 쓰러지거나, 망연자실한 채로 허공을 쳐다보곤 했다.
[현장]‘용산 철거민 참사’ 사망자 합동분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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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규명도 안 됐는데 주검을 넘겨받을 수 없습니다. 억울하게 희생당한 채 이대로 끝낼 수는 없어요.” 떠난 이들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책임자를 끝까지 찾아내야 한다”고 유족들은 다지듯 말했다. 친·인척들은 눈시울을 붉힌 채 “불쌍해서 어떡해”를 되풀이하며 울먹였다.
합동분향소에는 여야 정당 대표 등 각계 인사들이 줄지어 찾았으나, 유족들의 격렬한 항의에 대부분 발길을 돌려야 했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등 한나라당 의원 10여명은 오전에 분향소를 찾았으나, “서민 죽이는 것이 당신들의 정치인가. 희생자들을 살려내라”고 외치는 유족들의 울분 섞인 외침에 조문을 접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도 “조문 와서 사진 한 번 찍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철거민들이 따지며 막아섰고, 서청원·이규택 공동대표 등 친박연대 의원들도 전국철거민연합 관계자들의 항의에 분향소 앞에서 발길을 돌렸다.
숨진 윤용헌(48)씨의 부인 권명숙(47)씨는 분향소를 찾은 진영 한나라당 의원(용산)에게 “어딜 감히 들어오려 하냐, 이 사람들 다 다시 살려내라”고 소리치며 눈물을 쏟아,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분향소 어귀 복도에는 김형오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가 보낸 화환들이 바닥에 내팽개쳐져 있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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