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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죽음곁 15년… 내 영혼은 살아났다

등록 2005-05-12 15:47

나누는삶 ·자원봉사

‘나’를 넘어 ‘우리’를 지향하는 자원봉사가 한국 사회를 떠받치는 한 축으로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중고등학생들의 거리 청소나 대학생들의 통역 봉사 뿐 아니라 호스피스 활동 등 일반인들의 자원봉사 영역이 넓고도 활발하다. 건강하게 밝은 사회에 대한 희망이다. 넉넉한 자의 일방적인 시혜가 아니라 이웃과 내가 함께 변해가는 자원봉사의 참모습을 살펴본다.

호스피스 병동서 말기암 환자 돌보는 정순희씨

정순희(68·서울 동대문구 전농1동)씨가 호스피스 자원봉사자를 구한다는 소식을 접한 것은 15년 전이었다. ‘참 어려운 봉사구나’ 하는 느낌이 절로 들었다. 발길을 돌리려는 순간, 원인도 모른 채 몇 년째 시름시름 앓고 있는 남편 생각이 떠올랐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고통을 그의 가족만 겪고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해보리라 다짐했다. 임종을 맞는 환자의 곁에서 마지막 길을 함께 지켜주는 호스피스 자원봉사는 그렇게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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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2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성바오로병원 7층 호스피스 병동. 때 이른 여름더위를 맞아 병실 복도의 화분들은 쭉쭉 뻗은 잎줄기에서 푸르른 생명의 기운을 화창하게 피워올리고 있었다. “대부분 말기암 환자들은 누워 있어요.” 간호사 김성주씨의 안내를 받아 병실을 들여다보니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병실 안 환자들은 실낱같은 숨줄에 의지해 가냘픈 호흡을 내뱉고 있었다.

남편 파킨슨병에 고통의 나날

겉옷 위에 자원봉사 가운을 덧입은 정순희씨는 뇌경색으로 오랫동안 누워 있어 욕창이 심한 박아무개씨의 팔을 잡았다. 천천히 팔을 쓸어내리는데 환자의 얼굴엔 표정의 변화가 없다. 고통도 기쁨도 원래 없었던 듯 광물 같은 얼굴. 정씨는 그의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한참 동안 마사지를 계속했다.

“호스피스 병동에 오기까지 그동안 얼마나 많이 아팠겠어요. 그토록 많이 아프고 괴로웠는데도 막상 죽음의 순간이 찾아와 영혼과 육신이 분리될 때 사람들은 너무나 외로워보입니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서 철저히 혼자인 순간 얼마나 두려울까요. 그래서 환자들은 온몸이 굳어 혀가 잘 움직이지 않는 순간에도 ‘제발 내 곁에 있어달라’고 애원하지요. 가족이 아닌 누구라도 그때를 함께 한다는 것은 큰 위안이 됩니다.”

본래 이 병원의 호스피스봉사자는 1주일에 한번씩 봉사를 하게 돼 있지만, 정씨의 경우엔 당번이 아닌 때도 환자가 임종을 맞는다고 연락이 오면 언제든지 달려온다. 집이 병원에서 10분 거리에 있어 빨리 올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늘 환자들을 마음에 두고 살기 때문이다. “15년 동안 숱한 죽음을 봤기 때문에 아침에 병실에 들러 환자들을 살펴보면 ‘오늘 넘기기가 어렵겠구나’ 하는 예감이 자연스레 듭니다. 그러면 집에서 쌀을 씻다가도 ‘혹시’ 하는 마음에 병원에 들러보게 되지요.”

호스피스교육은 병원에서 알아야 할 의료수칙, 환자의 상태를 점검하고 판단하는 일 같은 기본적인 의료지식과 함께 마사지·머리감기는 일 같은 실무를 가르친다. 특히 호스피스 봉사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죽음에 이른 환자의 심리를 살피고 그 고독함을 달래주며 마음을 편안히 가지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정씨가 호스피스 교육을 받았던 1989년만 해도 3일 간의 단기과정이었지만 점차 틀이 잡혀 이제는 3개월 과정으로 진행되고 있다. 호스피스 병동에선 의사·간호사와 같은 의료진 뿐 아니라 호스피스 봉사자의 손길이 절대 필요하다. 환자마다 간병인을 둔다고 해도 오랜 병원 생활에 지쳐있는 경우가 많은 데다 간병인이 미처 신경쓸 수 없는 말벗 돼주기·마음의 위로 등을 자원봉사자들이 담당하기 때문이다. 성바오로병원 호스피스 병동은 침상이 14개가 있는데 여기에 4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조를 짜서 매일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숱한 죽음 보며 마음의 힘 얻어

정순희씨는 오랫동안 호스피스활동을 하면서 무엇보다도 마음의 힘을 얻었다고 했다. 병명을 몰랐던 남편은 10년 전 파킨슨병으로 진단받았다. 남편은 평생 몸담았던 교사 일도 그만두고 집과 병원을 오가는 생활을 시작했다. 하루하루 조금씩 상태가 나빠지는 남편을 보면서 처음엔 하늘이 무너져내리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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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씨는 갖가지 죽음을 접하며 점차 강해졌다. 어린 자식을 놓고 혼자 갈 수 없어 눈을 감지 못하는 젊은 엄마, 꺼져가는 생명을 쥐고 몸부림치는 환자들, 끝까지 왜 이런 벌을 내가 받아야 하냐며 분노하는 이, 죽음 앞에 자기를 오롯이 내놓고 평화로운 죽음을 맞는 사람…. 그들을 보면서 “이렇게라도 살 수 있다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그렇게 기도했어요.” 신이 그의 기도에 응답한 걸까. 다행히 남편은 다시 상태가 좋아져서 이제는 경련도 멈추었고 혼자서 걸을 수도 있게 됐다. “몇 년 전엔 남편보다 상태가 좋은 초기 환자들을 봐도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죠. 그 고통을 이겨나가는 남편이 너무 고맙습니다.” 죽음 곁에서 15년을 보내며 그는 누구보다도 자기가 영혼의 구원을 얻었다고 했다. 이유주현기자 edigna@hani.co.kr


■ 우리나라 자원봉사 역사는
1900년대초 선교사 중심 박애적 봉사 첫선

자원봉사란 ‘자유의지’를 뜻하는 라틴어 볼런타스(Voluntas)에서 나왔다. 의무감이 아닌 자발적으로 행하는 것을 뜻한다.

우리 나라의 자원봉사는 역사는 어디까지 거슬러 올라갈까. 일부는 우리의 전통문화 중 두레나 계, 향약에서 그 맥을 찾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전통은 서로 품을 팔아 상호 부조하는 경제적 보상 측면이 강해 현대적 의미의 자원봉사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현대적 의미의 자원봉사는 대한제국 때인 1900년대 초 선교사와 종교 단체가 중심이 돼 여성과 어린이를 위한 자선적이고 박애적인 봉사활동에서 처음 선보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일제 강점기 때는 ‘민중속으로’라는 뜻의 브나로드운동 같은 애국계몽운동 형태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런 움직임은 광복 뒤 야학운동과 농촌봉사활동 등 사회개량적 성격으로 승화되기도 했다. 개발독재 때인 1970년부터 시작된 새마을운동은 농촌 사람들이 연대해 소득수준을 높였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었지만, 자원봉사를 관변주도로 만들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자원봉사라는 말이 일반인 생활 깊숙이 자리잡게 된 것은 80년대 들어 생활의 여유가 생기면서였다. 기화점이 된 것은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통해서였다. 두 국제대회를 치르면서 시민들은 자원봉사활동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됐다. 88올림픽 때는 자원봉사자만 25만명에 이르렀다. 이는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경기에서의 자원봉사 활동으로 이어진다. 응원단·통역·안내 자원 등을 맡았던 사람들이 있었음에 월드컵 성공이 가능했다.

90년대를 앞뒤로 생명의 전화, 사랑의 전화, 각종 사회복지단체, 시설 등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는 자원봉사자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하지만 금권선거에서 돈을 받고 하는 자원봉사도 생겨 그 의미가 부정적으로 쓰이기도 했다. 지난 95년엔 교육개혁의 일환으로 초·중·고 청소년자원봉사활동이 등장하게 됐다.

97년엔 강남대학교가 사회사업학과에 전공선택과목으로 자원봉사를 개설하는 등 자원봉사는 학문의 영역으로 발전했다. 삼성·에스케이 등 대기업들도 자원봉사단을 꾸려 적극 나서고 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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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 베품 아닌 나와 남 관계맺기”

“자원활동, 점수로만 보지마!”

서울 동북여성민우회가 매년 여름방학마다 문을 여는 ‘청소년자원활동학교’의 구호다. 청소년자원활동학교는 현재 각 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학생봉사활동’이 대학 입학과 관계있는 학생부에 반영 되는 숫자로만 평가 되는 현실을 바꿔보고자 99년 처음 문을 열었다. 담배꽁초 줍기 같은 획일적인 봉사활동 대신 대안적인 활동프로그램을 제안하고 아이들과 함께 구체적인 행동까지 나아가는 것이다.

지난해 여름 이 학교의 ‘6기 졸업생’으로 중랑천 수질 조사 활동을 했던 김익준(16·상명고 2학년)·정은비(16·상명고 2학년)와 익준의 어머니 김현아(43)씨, 이 학교의 운영자이자 동북여성민우회의 전·현직 사무국장인 김희정(33)·강은경(36)씨가 4일 자리를 함께 했다. 이들은 적절한 프로그램만 있다면 학생봉사활동이 메마른 입시위주 교육에 단비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편집자

정은비=저는 중학생 때부터 여러 가지 봉사활동을 해봤어요. 지하철역 서류정리 보조, 영아원 아기 돌보기, 장애인마라톤 진행 도우미…. 가장 감동적이었던 것은 장애인마라톤 때 물 따라주는 일이었는데, 두발로 뛰어도 힘든 거리를 팔로 바퀴를 밀며 달리는 분들을 보니까 ‘힘내세요’라는 말이 마음 속에서 절로 나오더라고요. 반대로 가장 엉뚱했던 경험은 지하철 자동발매기 앞에서 안내하는 일이었어요. 요즘에 자동발매기 이용 못하는 사람이 없잖아요…. 친구들하고 죽 늘어서서 ‘자동발매기 이용합시다’ 외치는데 어찌나 생뚱맞던지…. 길가던 다른 친구들하고 마주치니까 너무 창피했어요.

김익준=중학교 때는 보이스카우트였고, 고등학교 들어와서는 선도부 활동을 하고 있어서 봉사활동 점수가 꼭 필요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엄마가 중랑천 살리기 활동을 열심히 하셔서 덕분에 중랑천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그래서 지난해 자원활동학교에서 중랑천 탐사에 참여했어요. 올해는 식목일에 중랑천에 장애인 접근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체험하는 행사를 했는데 저도 휠체어에 탄 구의원을 곁에서 보조하는 봉사활동을 했어요.

"장애인 마라톤 도우며 감동 체험"
중랑천 탐사 ·불법광고 찾아 고발…
"시민적 공익활동 소중한 경험"

김희정=몇 년 전 학원강사를 했었는데, 분위기를 보니까 학원에선 학생봉사활동을 정말 싫어하더라고요. 애들이 학원 빼먹으면서 ‘봉사활동하러간다’고 하면 학원 선생님들은 ‘그렇게 형식적인 활동을 꼭 해야 하니’라는 식이었죠. 어른들도 그러니까 아이들도 점점 고단수가 되죠. 가령 동사무소에서 1시간 봉사하고 난 뒤 본인이 ‘1’을 고쳐 ‘4’로 만들어요. 그렇게 애들이 숫자를 자꾸 고치니까 동사무소에선 아예 숫자 위에 스카치테이프를 붙여서 손대지 못하게 했어요. 그래도 애들은 갖가지 방법으로 테이프를 감쪽같이 떼고 숫자를 고쳐쓴다고 하대요. 그때 생각했죠. ‘학생봉사활동이 참 좋은 건데 공교육에서 제도로 만드니까 이 모양이구나. 방법을 찾아봐야겠다’고 말입니다.

강은경=봉사란 것이 어려운 사람에게 도움을 베푸는 일방적인 활동이 아니라, 나와 남이 서로 관계를 맺으며 영향을 주고받는 일이란 걸 아이들에게 이해시키고 싶었어요. 다양한 사회적 영역에서 활동하는 일이란 걸 가르쳐주는 것이죠.

그런 취지에서 동북여성민우회가 지금까지 진행한 프로그램들은 다채롭습니다. ‘우리동네 놀이터보기’에선 아이들과 놀이터를 답사하며 깨진 병이 모래 속에 파묻혀있거나 자동차 진입이 위험하다거나 하는 문제점들을 찾아봤죠. 다음엔 놀이터 관리사무소에 건의서를 보내 시정되도록 요구하는 등 문제를 지적하고 해결하는 시민적 공익활동을 경험하는 것이었죠. ‘노 다이어트, 노 성형 캠페인’은 여성지에 판치는 불법 성형·다이어트 광고를 모니터링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다이어트식품이 의약품으로 둔갑해 팔리지는 않는지, 근거 없는 과장은 없는지 등을 찾고 불법광고를 낸 업체를 고소·고발하는 일에 참여하고요. 무분별한 다이어트와 성형을 막자는 피켓 시위도 벌이고요. ‘우이령 토종식물 보호 활동’은 북한산에 사는 토종식물과 외래식물이 어떤 것이 있는지 현장에 나가 외래종을 솎아내는 겁니다. 지난해 여름 벌인 ‘중랑천 탐사활동’은 아이들이 직접 중랑천에 나가 간이측정기구로 화학적산소요구량(COD)·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을 측정하고 어떤 생물이 살고 있는지 관찰하는 일이었죠. 이처럼 청소년자원활동학교는 아이들에게 희생 정신을 요구하는 대신, 재미와 감동, 배움을 통해 나와 남, 사회를 돕는 프로그램을 제시하려고 합니다.

김현아=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가 뭘까요? 어느 정도 경제적 안정에 이른 40~50대 중년들이 먹고사는 일 말고 자원봉사활동에 관심 가지는 분위기라면 선진국이라고 생각해요.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봉사활동이란 것이 재미있고 보람있는 활동이란 것을 보여주면 아이들도 저절로 따라하겠죠. 봉사활동을 하면서 겪은 작은 경험들이 쌓여 나중에 다른 일을 할 때 밑거름이 되죠. 이는 책만 들여다보고선 절대 얻기 힘든 경험이죠. 이유주현기자 edigna@hani.co.kr


■ 96년 도입 중·고교 학생봉사활동
‘점수따기’ 부작용 아직도 숙제

%%990005%% ’학생봉사활동’은 1996년 처음 우리나라 중·고등학생 교육과정에 도입됐지만, 처음에는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했다. 가짜 실적 발급서를 내주거나 봉사활동 시간을 부풀리는 일, 학교를 돌며 쓰레기를 줍는 것으로 봉사활동을 대신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상황이 이러하자 2001년 교육부는 개선지침을 내려 7차교육과정에서 특별활동 68시간 중 봉사활동에 10시간을 쓰도록 정했다. 또한 중학생은 18시간, 고등학생은 20시간 안팎으로 봉사활동 시간을 정해 학교 수업에 포함된 10시간 외엔 학생들이 개별적으로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게 했다. 교육부에서 파악한 바에 따르면, 교과과정 외 10시간 가운데 5~6시간에 대해선 학교들이 자체적으로 봉사프로그램을 주선해 아이들을 파견하고 있다. 경로당·복지관 방문, 군인·경찰에 감사편지 쓰기 같은 일들이다.

학생들의 봉사활동은 시간과 간단한 내역이 학생부에 기록된다. 현재 울산시를 제외한 15개 시·도 교육청은 고등학교 입시때 이를 점수화해 성적에 반영하고 있다. 반면 대학입시에서 봉사활동을 성적에 반영하는 학교는 점차 줄어들어 2005년도 입시엔 전국 10개 대학 일부 과에서만 봉사활동을 인정했다.

교육부 학교정책과 정금현 연구사는 “봉사활동시간을 늘리는 것이나 내신 성적 비율을 늘리자는 방법 보다는 학교와 양로원·복지관 같은 자원봉사 대상 기관 등이 네트워크를 구성해 서로 책임지고 아이들에게 적절한 봉사활동의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주현기자 edigna@hani.co.kr

■ 요즘 대학생들 어떤 자원봉사 하나
"영어는 기본" 통역사로…"전공살려" 자선음악회

이수아(21·이화여대 국제학부3)씨는 3년째 새터민(탈북) 학생들에게 공부를 가르치며 남한 생활 정착을 돕는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새터민 가운데 비교적 나이가 어린 초·중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한누리학교’와 인연을 맺고 3년 동안 거의 한 주도 빠짐없이 1주일에 2시간씩 영어를 가르친다. 고등학교 시절 입시용 봉사활동 점수를 따려고 동사무소 등을 전전하는 데 진저리가 났다는 이씨는 대학 1학년 때 ‘발걸음’이라는 새터민학생 돕기 봉사 동아리에 몸을 담으면서 ‘진정한 나눔’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중·고등학교 시절 봉사활동을 했음을 증명하는 ‘도장’을 받으려고 관공소나 양로원을 쫓아다니던 데서 벗어나 이씨처럼 자신의 전공과 취미를 살려 봉사활동을 하는 대학생이 늘고 있다. 80~90년대까지 저소득층 아이들 공부방 활동이나 장애인 시설 돕기 등에 국한됐던 봉사활동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요즘 인기있는 대학생 봉사활동을 간추렸다.

◇ 민간외교관, 통역 자원봉사=2002 월드컵, 2003 부산아시안게임, 2002 아셈회의는 물론 서울투어· 인사동 관광까지 영어·불어·중국어·독어·일어 등 각종 외국어에 능통한 대학생들이 뛰고 있다. 숙명여대는 2002년 3월 115명으로 구성된 통역봉사대를 꾸려 아셈회의·월드컵 등에 전원 투입하기도 했다.

◇ ‘불가사리를 처치하라’ 스킨스쿠버의 특명=단순한 취미생활이 아니라 수중 환경 보호에도 나서는 다이버들이 있다. 건국대 수중탐사부는 2001년 불가사리가 포항 일대에 대거 출몰해 어민들을 괴롭히자 제거 작업에 참여했다. 그 뒤 한강 정화 작업, 일감호 정화작업 등에 뛰어들어 이제는 수중 환경 파수대로 탈바꿈했다.

◇ 한류 열풍을 이어간다=베트남, 말레이시아, 중국 등 해외로 나가 한국의 문화와 학술활동을 알리고 한국어나 컴퓨터 등을 가르치는 ‘해외 봉사활동’도 활발하다. 각 대학 학생지원처, 한국국제협력단(KOICA), 대학교육협의회 등에서 주관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마련돼 있다. 경희대는 학생들 스스로 봉사계획을 짜도록 자율권을 주고 있으며, 2001~2005년 모두 159명을 동남아에 파견했다.

◇ 노래와 그림도 훌륭한 봉사=음악이나 미술 등 예체능 전공자들은 활동 영역이 넓다. 피아노를 치는 오지현(숙명여대 기악과2)씨는 지난해 시각장애인 개안 수술비 마련을 위한 음악회에 참여한 뒤 적극적인 음악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복지관, 공부방 등에 나가 1주일에 1~2번씩 아이들에게 음악을 들려주거나 시립병원 입원환자들을 위해 작은 음악회를 연다. 미대생은 어린이 미술치료 교실, 컴퓨터공학과 학생은 장애인을 위한 웹마스터 과정 등을 여는 것도 전공을 살린 봉사활동이다.

◇ 땀이 최고야= 특별한 재능이 없다고 낙담 마라. 몸으로 ‘때우는’봉사활동도 있다. 이화여대는 ‘한국 사랑의 집짓기운동 연합회’와 함께 무주택 서민들을 위한 집을 지어주는 헤비타트 운동을 벌여나가고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나가 집이 없는 사람들에게 무료로 집을 지어준다. 건축 기술이 있다면 설계를 맡고, 기술이 없으면 벽돌을 나르고 못질을 하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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