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살 한겨레, 생일을 축하해요~”
개그로 본 2005 한국사회
개그는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다. 배꼽잡는 웃음과 날카로운 풍자가 칼날의 양면이 되어 우리 사회의 단면을 가른다. 요즘 텔레비전 개그 프로들이 풍자와 유머를 섞어가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개그맨들의 유행어는 우리 사회를 읽는 문화코드가 됐다. 최신 디지털 제품이나 존경받는 직업군을 농락하는가 하면, 외모지상주의를 맹렬히 공격하고 여성차별주의에 도전하기도 하는 요즘의 ‘잘나가는’ 개그맨들은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한겨레> 창간 17주년을 축하하러 한자리에 모인 ‘마데전자’의 안상태(28), ‘출산드라’의 김현숙(28), ‘그까이꺼 경비원’의 장동민(27), ‘예술속으로’의 강유미(21)씨가 ‘2005년의 한국사회’를 논했다.
장동민=자, 한국사회, 그까이꺼, 삼겹살 굽고 소주 한잔 하면서 슬슬 얘기해 보죠.
안상태=슬슬하면 진도가 안 나갑니다.
장=사회문제니 하는 것은요, 제가 정치인이나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사람도 아니고 해서 잘은 모르겠지만, 매일 신문 헤드라인 보면서 ‘아유, 저거 왜들 그러니’ 하죠. 요즘 사람들이 ‘제2의 아이엠에프’라고 하면서 어렵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엔 경제적으로 그때보다 상당히 윤택해졌거든요. 문제는 그런데도 사람들이 잘 웃지 않는다는 거예요.
김현숙=훨씬 살기 힘들어진 건 사실이지.
장=웬만해선 (개그맨들이) 머리에 계란 터뜨리고 해도 안 웃더라고요. ‘저렇게까지 하면서 먹고 살아야되나’하는 반응까지 나와요. 외국에선 아주 사소한 것 하나만 해도 ‘와하하’ 웃는데 ….
안=(삿대질 하며) 요즘 사람들 웃음이 적은 것 같다는 얘기를 뭘 그렇게 길게 해?
강유미·김=싸우지들 마세요. 이게 우리나라 국회의 모습이라니까.
안=오늘 어디 가는 길에 보니까, 여의도에 벚꽃 축제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모였더라고요. 서울 시민들이 경제 상황이 안좋다보니 돈 안드는 벚꽃 축제에 가족들과 함께 많이들 온 거죠. 그런데 주차해 놓은 차에 다 딱지를 끊는거야, 딱지를. 엄청나게! 그리고 마구잡이로 끌고가고 …. 이게 뭐니, 이게~.
장=나도 봤어! 일요일에 벚꽃 축제 보러 갔는데, 날씨도 좋고 해서 사람들이 꽉 찼거든요. 서민들이 돈 없어서 김밥 도시락 싸갖고 와서 꽃구경하는데 서로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 주차할 곳이 없으니까 공원 옆에 차를 세우는 것 아니예요? 그런데 이때다 하고는 아주 환장을 하고 딱지를 끊더라고.
경제 윤택해졌는데 사는건 여전히 팍팍
김=사람들이 경제가 힘들수록 개그를 찾게 되어있잖아요. 힘드니까 웃고 싶은데, 막상 웃음이 안 나오나봐요. 개그라는게 사회적으로 여유가 있는 선진국과는 차이가 있어요. 미국같은 나라에서 토크쇼 많이 하잖아요? 박수에 인색하지도 않고, 마음을 열고 자연스럽게 개그를 보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개그를 보면서도 마음을 못 열어요. 현실적으로 사는게 워낙 힘들다 보니 웃음이 안나오는 거예요.
강=저는 사회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보고 그런 청년은 아녜요. 저한테 주어진 일 열심히 하는 게 나라에 이바지하는 거라 생각할 뿐이에요.
김=제가 ‘출산드라’ 개그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매스컴이 아주 문제예요. 조장하는 게 너무 많아요. 외모 지상주의도 그렇고, 매스컴 때문에 사람들이 너무 획일화되어 있고, 이분법적 사고에 갇혀 있어요. ‘기다’‘아니다’라거나 ‘맞다’‘틀리다’밖에 없어요. 그리고, 우물안 개구리예요. 좀 넓은 세계 속에서 보는 시각을 넓혀야 하는데, 자기 정체성이 없다보니 사람들이 안 그러고 싶어도 계속 그렇게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사회에서 ‘이게 이쁜거야’하면 다 따라서 한다는 거죠. 삐쩍 말라야 하고 키 165㎝에 몸무게 48㎏이 되야 한다니까. 꾸미는 거야 좋지, 다 자기관리하는 거니까. 하지만 애들이 학교만 졸업하면 하나같이 무조건 얼굴 고치고 싶어하는 거예요. 예쁜 옷 사고 싶고, 쌍꺼풀 수술 하고 코도 세우고 싶어하고 …. 그러니까 애들 원조교제 나서잖아요. 청소년들 탓만 할 수는 없다니까! 사회에서 ‘예뻐야 한다’라고 압력이 들어오니까 그런거 아니겠어요? 텔레비전 틀면 삐쩍 마른 여자들 나와서 ‘이게 예쁜 거야’하니까 다 따라하지. 정체성이 없는 거예요, 이건. 학교에서 공부할 때도 자기 내면을 좀 채우고 꿈도 가져야 하는데, 요즘 애들 보면 막연히 연예인 되고 싶다는 생각뿐인 것 같아요.
강=저는 여성문제를 건드리는 개그를 몇 번 했었죠. 요즘 여성들 차별받는 게 …, 글쎄요, 아~ 많이 좋아졌다라고는 하지만 아직도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여자들도 개인적으로 노력해야 할 부분이 있지요. 스스로 ‘(우리 사회의) 이런 처우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란 생각조차 못하는 여성들이 여전히 많은 것 같아요.
장=제가 여러가지 직업을 대상으로 개그를 했잖아요. ‘그까이꺼’ 개그. 그게 무슨 다른 직업을 비하하려고 하는 게 아니거든요. 각 직업을 충청도식으로 재해석해 보고, 자기 직업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생활하자는 취지의 개그예요. 몇몇 분들이 오해를 해서 뭐라고 하더라고요. 우리나라에서 굉장히 큰 문제이고 제 불만인데, 개그에서 통용되지 않는 게 너무 많아요. 성인개그라고 하면 거기서 욕도 할 수 있고 심지어 ‘섹스터치’도 할 수 있는 건데, 그런게 조금만 들어가면 막 난리가 나요. 그런데 설날에 영화보면 애들이랑 보기 민망할 정도로 욕설이나 외설이 많거든요. 우리 국민들이 마음의 문을 좀 열고 개그를 봐주면 좋겠어요. 정말 ‘개그는 개그일 뿐’이라니까.
목소리만 크면 ‘장땡’ 무조건 다수결 ‘여전’
김=저도 같은 경험자로서 동감이예요. 개그를 보면서 본질은 안 보고 껍질만 보는 경우가 많아요. 제가 ‘이 세상에 날씬한 것들은 가라, 뚱뚱한 것들의 세상이 오리니 …’하는 게 획일화된 미의 기준을 풍자하려고 했던 거예요. 개그는 메시지 전달도 중요하지만 웃겨야 되거든요. ‘고등어 선생’ 부르면서 고등어가 석쇠에서 구어지는 것을 통해 맛있는 고갈비가 됐다는 것을 말하는데, 기독교에서 ‘예수의 부활’에 비유했다고 하더라고요. 기독교를 폄하하고 비하했다는 거예요. 사람들이 다 자기 식대로 보는 거죠. 이런 획일화된 시각 말고, 다원적 시각이 필요하단 말입니다.
안=얼마전 아침 방송프로에 나갔는데, 여성 정치인들이 패널로 나왔더라고요. 다들 고생하시던데 …. 그동안 텔레비전에서 멱살잡고 싸움하는 모습만 보여줬잖아요. ‘우리 정치는 개판이다’라고 욕하는 건 쉽겠지만, 이제는 정치 잘 하면 국민들이 좀 응원도 해줘야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예전에 비해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도 느껴지잖아요.
김=요즘 정치판이나 우리 사회를 보면, 진보세력이랑 보수세력이 ‘딱’ 부딪치고 있는데, 저는 좀 절충이 필요하다고 봐요.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라든지, ‘무조건 다수결’이라든지, 이렇게 막무가내로 밀어부치려고들 하지말고. 이를테면, 젊은 사람들이 깨인 생각으로 뭘 좀 하려고 하면 보수세력이 다 막아버리는데, 젊은 사람들이 다 옳다는 건 아니지만 뭔가가 좀 많이 깨지고 부서져야 발전도 오지 않을까 하는 얘기예요.
장=개그할 때도 몇번 얘기했지만, 우리 정치를 보면 맨날 그 나물에 그 밥이잖아! 명함만 바뀌지, 여기서 저기로 갔다가 또 여기로 오고, 무슨 정치인이 만능 엔터테이너야? 유학 갔다오고 명문대 출신이면 다 그래도 되는 거야? 좀 바뀌어야 해요. 생선 팔던 아저씨도 국회의원 나올 수 있잖아? 국민들 마음 속에서 이런 개혁이 되야 하는 거예요! 그까이꺼, 싹 바꿔야한다구!
김=이거, 위험 수위를 넘는 발언 아냐? 우리나라 사람들, 선입견이 엄청난 건 사실이예요. 그래서 명함이 중요하지. 사람들이 잘 알아보지도 않고 그냥 외국에서 학위 받아왔다 하면 다 오케이라니까. 생선 팔던 아저씨가 정치 더 잘 할 수도 있다고요.
장=요새는 정치를 소재로 개그하는 걸 우리가 먼저 꺼려해요. 지금은 이런 일이 없지만, 예전 군사정권 시절에는 누구 흉내내면 잡혀가고 그랬잖아요? 그런데 지금 그런 상황이 아니다 보니 정치인 흉내를 내도 시청자들이 안 웃어요. 흉내내다 잡혀갔다고 해야 ‘야, 재밌다’고 하지. 하긴 지금은 국회의원들이 멱살 잡고 자기들끼리 싸우는 게 더 재밌잖아요?
김=정치가 지금은 대중들의 관심 밖입니다.
강=제가 봐도 정치는 전혀 매력이 없어요.
안=맞아요. 정치는 재미도 없고, 오히려 기분이 나빠진다니까. 그런데 욘사마가 일본에서 몇천억원을 벌어 왔다잖아요. 차라리 연예인이 낫지.
장=아 글쎄, 우리나라는 ‘대한민국이라서’ 안 되는 거라니까요. 대한민국 참 좋은 나라잖아요, 사계절이 뚜렷하고 …. 그리고 돈 많이 버는 사람들한테 세금내라, 내라 하는데, 그까이꺼 세금 내기 싫은 거라구! 나라가 나한테 뭘 해줬다고 세금을 내고 싶겠어? 우리 생각에는 재산 1천억원 정도 되면 한 100억원 정도는 장애인·결식아동 위해 기부금으로 내놓고 그래야 할 것 같은데, 안 그러더라고. 나 혼자 부자로 편하게, 아름답게 살겠다는 거지 뭐. 그게 이기주의야!
안=우리나라 땅덩어리가 너무 좁아서 그래요. 작은 나라에서 지금 이 정도 국력이 있으려면 국민들이 능력이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어려서 학교 다닐 때부터 막 싸워서 이겨야 되는 거야. 땅덩어리 큰 나라처럼 여유롭고 재미나게 사는 게 아니라, 그냥 일등해야돼. ‘빡쎄게’ 싸워 일등해서 돈 많이 벌어 보니까 누구한테 기부를 해야되는 건지, 누가 나랑 경쟁을 하는 건지 아무 생각 못하는 거지. ‘니들 때문에 내가 고생해야 되는데 내가 왜 주니 …’ 이런 거지 뭐.
장=남자들 군대 가잖아요? 군대의 목표는 물론 나라를 지키는 거죠. 그런데 행군을 하다가 옆에 있던 전우가 쓰러져 봐요. 그러면 내가 마시던 물도 줄 수 있고 건빵도 나눠줄 수 있고 그래야 되는데, 요새는 ‘이 이런 등신같은 놈이 힘이 없어서 낙오를 하네’ 이렇게 생각하더라고, 나 참.
안=그래도 우리나라 사람들 단점도 많지만, 장점이 있어요. ‘흥’이란 거 있잖아요. 일본이랑 월드컵 때 공동개최하면 우리가 딸리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그 때 되니까 국민의식에 ‘흥’이 생겨서 확 달아오르잖아요?
김=그게 좋긴 한데, ‘빨리 끓는 냄비가 빨리 식는다’고 하잖아요? ‘와! 좋다’이랬다가도 자기가 싫거나 자기한테 안좋으면 다 죽어버리거든. 우리 국민들 욱하는 성질이 너무 많아요.
안=국민성 같아요. 사계절이 뚜렷하다 보니까 그런 거야. 계절 문제지 사람 문제가 아니라니까.
강=그게 정말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땅덩이가 좁아서 그런걸까?
장=아냐, 대한민국이라서 그런거라니까.
김=장동민은 우리나라에 대해 너무 부정적인 사고를 갖고 있는 것 같애!
장=아냐, 나 대한민국을 항상 사랑해요. 우리나라는 ‘무리의식’ ‘집단의식’이 너무 강하고 ….
김=혈연관계니 지연관계니, 이런 게 너무 많아요.
장=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존심만 너무 세요. 예를 들면, 독도 문제같은 거예요. 일본에 아는 사람이 있어서 ‘왜 자꾸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냐’고 물어보니까 일본 사람들은 왜 그런지 모른대요. 별로 관심도 없대요.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부 고위층들이 관심사를 그쪽으로 돌리려고 독도가 우리땅이라고 하는지 진짜 독도가 우리땅이라서 우리땅이라고 하는지 잘 몰라요.
강=독도 얘기가 나오니까 하는 말인데, 우리 국민들은 부글부글 끓는데 외교는 안 그런 것 같아요. 정부가 당당하고 논리있게 나가지 못하고 국민들만 끓는거죠.
토론땐 얼굴만 빨개지는 교육수준 높은 우리나라
장=우리나라 사람들이 강한 사람한테 약하고 약한 사람 앞에서는 강한 게 있다니까.
김=맞아, 그런 근성이 많이 배겨있는 건 사실이야. 체면치레가 많고, 속은 텅텅 비었는데 겉으로는 강한 척 해요. 그렇다고 우리 민족이 정말 가능성도 없냐 하면 그건 아녜요. 부글부글 잘 끓는다는 것은 우리 민족에게 ‘열정’이 있다는 거죠. 가능성이 없다면 끓지도 않아요. 다만 신중하고 깊이 보지 못한다는 거죠. 논리적·객관적으로 한국의 모습을 보는 게 아니라, 너무 부정적으로 보고 상대적으로만 봐. 그래도 우리나라 사람들, 마음만 먹으면 주인의식도 있고 열정도 있는 것 같아요.
강=우리나라 사람들이 또 교육수준 하나만큼은 높잖아요.
김=근데 우리나라 교육도 바꿔야해요. 외국은 토론 수업이 많아서 자기 의사 밝힐 때 당당하거든. 우리나라 애들은 무슨 말하라면 얼굴부터 빨개져가지고. 우리 사회의 억눌린 분위기가 그대로 나타나는 거죠. ‘코쟁이’들 말할 때 왜 그렇게 표정이나 몸짓을 ‘오버’하나 했는데, 그게 다 자연스러운 것이예요.
안=땅이 넓어지면 예, 다 ~ 해결됩니다.
장=안어벙씨는 지금 우리나라가 영토가 좁으니까 다른 나라랑 전쟁을 하자는 거예요?
강=영국도 우리랑 땅 크기 비슷하잖아요? 그래도 이렇지는 않은 것 같은데?
장=땅이 좁은 게 문제라면, 아프리카 나라들은 땅이 넓은데도 왜 그렇게 맨날 싸워?
안=그러면 정정할게요. 근데 한번 잘 봐봐. 그러니까 …, 이른 시일내에 잘 살아보자고 새마을운동도 하고 …, 그러다 보니까 또 국민성이 그렇게 될 수 있거든, 응. 우리도 한 100년 지나고 나면 서양인들 몸짓, 표정 그런 거 다 나올 수 있다니까.
장=교육 문제 나왔으니 한마디 할래요. 우리 사회에서는 알 파치노같은 배우가 어릴 때부터 딱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나봐요. 어릴 때는 배울만 한 것을 다 배워야해요. 야구 선수 만든다고 어려서부터 야구만 시키니까 숫자 셀 줄도 모르잖아. 일본에서는 학교 수업도 다 받아야 선수가 되고 그래야 나중에 코치도 되고 감독도 된다니까요.
“좋은게 좋은거” 란 생각 “바꾸자” 젊은 세대 충돌
김=우리나라는 문화가 대충 그런 식이에요. 교육도 천천히, 제대로 계획을 세워서 추진해야지, 외국에서 좋다면 이것 저것 다 들여오는 식이잖아요.
안=일본은 축구 백년 계획을 잡아놓고, 그 계획 잡은 사람은 백년 안되서 다 죽어요. 멀리 보는 마음으로 가야 꾸준히 진전된다는 거예요.
김=우리나라는 결과만 중시하죠. 그래서 지금 당장 뭔가 해야돼.
장=해결책이 있어! 그까이꺼, 문제점은 다 알고 있다니까요. 우리나라는 지금 ‘난세’야, 그러니 ‘영웅’이 필요한 거야. 서민들의 생각을 제대로 읽어내는, 그런 영웅적 지도자가 필요하다니깐.
김=국민들이 결과만 중시하는 근성, 멀리 못 보는 근성이 어떻게 나타나는가 하면, 박정희 독재정권 때는 사람들이 다 욕하니까 ‘나쁜 독재자다’라고 하더니, 지금은 또 ‘지나고 보면 그때가 좋았다’ 이런 식이에요.
안=우리 사회에 세대갈등이 크다고 하는데, 제가 요즘 느껴요. 제가 출산드라랑 동갑인데, 출산드라가 ‘요즘 애들은 어떻다’고 하거든요. ‘요즘 애들은 …’이라고 말하는 건 벌써 나이가 먹었다는 거야.
김=아니야, 그건 상대적인 거야. 내가 말하는 ‘요즘 애들’은 10대를 말하는 거야.
장=초등학교 애들은 유치원 애들한테 ‘요즘 애들’이라고 그런대요.
안=내가 어릴 땐 그런 말 안썼거든. 중요한 건 우리 나이 또래인 것 같아요. 우리 20~30대가 윗세대랑 아랫세대를 잘 이어줘야지.
장=기성세대들은 그냥 ‘좋은 게 좋다, 좋게 가자’는 것이고, 젊은 사람들은 ‘아니다, 바꾸자’는 것이에요. 그런데 사람이라는 동물은 발전을 좋아하잖아요. 어른들은 6·25를 겪고 어렵게 살다가 지금은 좀 살만하니 ‘그냥 이대로 가자’고 하는데, 우리는 이것보다 더 좋아질 수 있다는 거잖아요. 기성세대가 젊은 사람들에게 좀 맞춰줘야죠.
김=우리 사회는 지금 굉장히 다원화됐잖아요? 또 지금 세대는, 이게 좋고 저것도 좋으면 이것저것 다 좋은 거야. 너무 일방적·획일적으로 가자고 하는게 문제라고요.
장=(벌떡 일어나) 아유, 우리 사회는 대한민국 사회이기 때문에 문제라니까! 대한민국 국민들 뇌를 열어서 다 뜯어고쳐야 되요!
안=(같이 삿대질하며) 지금 말꼬리 잡자는 겁니까, 박 의원?
김=아수라장이에요.
장=이게 딱 대한민국 수준 아닙니까? 다른 사람 말은 안 듣고, 다 좋은 소리만 하고 있어요. 그렇지 않습니까, 안 의원님? 내 얘기만 하면 된다는 거지, 이 양반아? 아니긴 뭐가 아냐? 좋은 방법이 있어요. 국회에서 각자 발언을 비디오로 찍어서 나눠주는 거예요. 비디오 화면 보면서 싸우지는 않을 거 아녜요?
강=우리나라 사람들, 진짜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나면 좋겠어요. 정부가 외국 가서 기 안죽고 당당하게 나설 정책도 세우고요. 국민들도 좁은 땅덩어리 안에서 자기와 제 가족만 부유층으로 살겠다고 자식에게 재산 물려주지 말고, 무조건 좋은 대학 들어가야 출세하는 것도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장=제가 마지막으로 감히 국민 여러분께 말씀 드리는데, 마음을 조금만 느긋하게 가집시다. 저도 아직 그렇게는 못 살지만요. 운전하다가도 누가 끼어들면 ‘먼저 가십쇼’ 해주고, 약속 시간에 조금 늦어도 여유있게 이해해 줍시다.
안=장동민씨가 그래서 여유있는 개그 하고 있잖아요. ‘그까이꺼’라고. 저는 우리 사회가 좀 자기만의 주관과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김=우리나라 사람들이 귀가 얇은 것 같은데, 좀 정체성을 명확히 가졌으면 좋겠어요. 세계 속의 나를 들여다 보고, 편협한 생각은 버리고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생각을 해야죠. 자기 정체성 속에서 웃음이든 아름다움이든 기준이 나오는 것이예요.
안·김·장·강=<한겨레> 창간 17주년을 축하합니다!
정리 김성재 김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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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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