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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취업 오늘의 불안… 내일은 꼭 웃자

등록 2005-05-12 16:55수정 2005-05-12 16:55

2005 대한민국 자화상 _ 99학번 4년생의 하루

대학생들은 무슨 생각을 품고,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있을까? 이전 세대에 견주면 이들은 역사적 짐을 크게 던 듯 보이지만, 무한경쟁에 노출되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은 오히려 더 크다. ‘시장’에 잠식돼 가고 있는 캠퍼스에서 제각기 탈출구를 모색하는 대학생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봤다.

오전 8시, 도서관에 빈자리가 거의 없다. 중간고사 기간에는 새벽 5시부터 도서관 앞이 장사진이지만 요즘엔 시험기간이 따로 없다. 토익 책을 노려본다. 600점. 요즘은 토익 900점도 흔한 세상인데 점수가 왜 오르지 않는지 모르겠다. 머릿속에는 ‘토익’ 두 글자만 가득하다.

중앙대 전자전기공학부 99학번인 김현경(24)씨는 4학년이다. 내년 2월 졸업을 앞둔 그에게 취업은 가장 큰 고민이다. 넉달째 영어학원을 다니고 있는 김씨는 “입사원서를 쓰려면 토익 점수를 올려놔야 하는데 생각만큼 쉽지 않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도서관 휴게실에서 친구를 만났다. 대화 주제는 단연 ‘취업’이다. 공대에 다니는 이 친구는 대기업 연구소 취업이 목표인데 요즘 뽑는 곳이 별로 없어 고민이라고 했다. 김씨는 통신회사 취업이 목표다. 물론 문과 쪽 친구들은 공무원이나 공기업 취업이 1순위다.

요즘엔 학교 분위기가 많이 살벌해진 느낌이다. 1학년 후배들도 도서관 문턱이 닳도록 드나든다. 취업난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탓에 새내기들도 학점 관리와 토익 공부에 매달리는 것이다. 김씨는 “교양과목을 수강하면 고학년이 저학년을 당해내지 못한다”고 말한다. 교수가 리포트 과제를 내주면 저학년은 100쪽짜리 ‘책’을 만들어온다. 지각 한번에도 성적은 곤두박질친다. 그래서 총학생회 선거에서도 ‘학점취소제’(학점이 좋지 않게 나올 경우 학점을 무효 처리하는 것)가 최우선 공약으로 등장했다. 사회의 생존 경쟁이 대학 캠퍼스 안까지 밀려온 것 같다.

김씨가 1~2학년 때만 해도 공부보다는 동기나 선후배들과 술을 마시거나 피시방에서 ‘스타크래프트’를 하며 지냈다. 만약 요즘에 그랬다간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 취급을 받기 십상이다.

아침 8시 학교 도서관으로
토익 점수는 왜 제자린지…
사회생존경쟁이 캠퍼스 안까지 밀려왔다
선후배간 '친목'도 옛말
업체 체험단 활동으로
취업 '무기'는 생겼다
밤 10시 넘어서야
방에 발을 들여놨다

김씨는 토익 공부를 2시간 가량 한 뒤 전공 책을 펴들었다. 오후에 있을 전공 수업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3학년까지 학점이 그다지 좋지 않았던 김씨는 학점 관리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처지다. 그는 지난해까지 중학생 과외, 편의점 점원, 신용카드사 마케팅 요원 등 여러가지 아르바이트를 했다. 하지만 올들어 발등에 떨어진 취업 준비 때문에 아르바이트는 접었다.

낮 12시, 김씨는 학생식당에서 동아리 선배를 만나 밥을 먹었다. 다음주에 있을 졸업사진 촬영이 화젯거리였다. 김씨가 속한 동아리 ‘타임 읽기반’은 그의 생활의 구심점이다. 학과는 학부제로 300명이 몰려있는 탓에 누가 누군지 제대로 모른다.

오후 3시, 전공수업이 끝난 뒤 동아리방으로 향했다. 동아리에선 날마다 미국 주간지 <타임>의 기사 한꼭지를 정해 해석과 토론을 하는데, 이날은 공인회계사로 일하는 91학번 선배와의 만남이 예정돼 있었다. 선배는 진로 결정, 수험생활, 직장생활 등의 경험담을 들려줬다. 귀를 쫑긋 세우고 경청하는 1~2학년 후배들 사이에서 김씨도 분발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진다.

김씨는 지난해부터 한 통신업체의 대학생 체험단으로 활동중이다. 학교별로 짜여진 체험단은 정기적으로 주어지는 과제를 수행하고, 회사의 아이디어 회의에도 참석한다. 연말에는 우승팀을 선정해 시상도 한다. 기업에서 운영하는 대학생 체험단, 인턴십 프로그램 등은 대학생들 사이에서 그야말로 ‘상종가’다. 입사 지원 때 경력 인정이 되는 데다, 사회생활의 폭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김씨가 참여한 프로그램도 올해 선발 인원이 7명 정도지만 70명이 넘게 지원했다. 저녁에는 올해 지원자들과의 모임 자리에 참석했다. 그는 올해 뽑히게 될 이들을 이끄는 ‘캡틴’ 역할을 맡았다. 올해까지 2년간 활동을 마치면 회사에서 인증서를 주는데, 취업 전선에 무기가 하나 생기는 셈이다.

밤 10시가 넘어 자취방에 들어온 그는 컴퓨터를 켠다. 미니홈피에 잠깐 들렀다가 ‘메신저’로 울산에 있는 여자친구를 찾았다. 대학원 조교인 여자친구는 한달에 두번 밖에 만나지 못하지만, 매일 밤 메신저로 아쉬움을 달랜다.

여자친구의 말 : 방가, 오늘 하루는 어땠니?
현경의 말 : 오늘도 죽을 맛이었어!

이호을 helee@hani.co.kr


‘한국대학신문’ 2099명 설문 _ 대학생들 보수화 경향 뚜렷



대학생들의 가치관과 사회 인식은 어떻게 변했고 어디로 흘러가고 있을까? <한국대학신문>이 최근 10년 동안 대학생들을 설문조사한 내용을 추적해보면 어렴풋하게나마 그 방향을 엿볼 수 있다.

이 신문이 대학생 2099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0월 실시한 조사를 보면 대학생들의 보수화 경향이 뚜렷하다. 지난 10여년 동안 ‘우리 사회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설문 항목에서 대부분 1위에 오른 ‘빈부격차 해소’(16.2%)가 3위로 처지고, ‘경제 성장’(29.7%)과 ‘정치 안정’(21.2%)이 1·2위를 차지했다. 이런 답변에는 물론 취업난 등 현재 대학생들이 놓인 사회경제적 상황이 영향을 줬다고 짐작할 수 있다.

선호 정치인 순위에서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18.5%)가 노무현 대통령(15.9%)을 눌렀다. 1995년 이후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롯해 현 여권 계보에 드는 인물이 1위를 내준 적이 없었는데, 조사 당시 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을 감안하더라도 뜻밖의 결과다.

“빈부격차 해소 보다 경제성장 우선”

성 의식과 관련해서도 보수성이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추정을 가능하게 하는 결과가 나왔다. 혼전 성관계가 가능한지를 묻는 질문이 처음 나온 1995년에는 ‘가능하다’(75.0%)가 ‘불가하다’(15.0%)는 견해를 크게 앞질렀다. 동거 가능 여부까지 묻기 시작한 2002년에는 가-부가 각각 73.3%와 16.9%로 1995년과 비슷한 추이였지만, 지난해에는 46.1%와 25.3%로 두 응답 사이의 격차가 크게 줄었다.

대학의 정치·사회적 변화 선도 기능이 약해진 가운데 대학생들이 대학의 역할을 보는 눈도 변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은 뭐하는 곳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1994년에는 ‘전인교육의 장’이 ‘기능인력 배출’보다 두 배 이상의 응답을 얻었는데, 지난해에는 ‘다양한 고급인력 배출’(39.9%)이 1위에 올랐다. <교수신문>이 지난달 대학 신입생 63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대학에 입학한 이유로 ‘보다 좋은 곳에 취업하기 위해서’(41.3%)라는 답이 가장 많았고, ‘다양한 경험을 쌓기 위해서’(28.9%)라거나 ‘학문을 탐구하기 위해서’(16.3%)라는 응답은 뒤로 처졌다.

대학생들의 취업관도 안정을 중시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한국대학신문> 조사에서 취업을 희망하는 기업체 가운데 공기업은 1998년 8.7%의 응답률에 그쳤으나, 2000년에는 13.9%를 얻은 데 이어, 지난해에는 대기업(22.4%)과 외국계기업(21.5%)을 제치고 36%로 첫손가락에 꼽혔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새로운 세기에는 새로운 진보”

대학생들 사회참여 의식 달라졌다



숙명여대 4학년인 노윤아(24·영문과)씨는 매주 한번씩 문화 시민단체인 문화개혁을위한시민연대(문화연대)를 찾는다. 자신이 참여하고 있는 장애인문화권 프로젝트를 위해서다. 이 프로젝트는 ‘장애인도 일반인과 똑같은 문화를 누려야 한다’는 명제 아래 장애인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사회적 토대를 만드는 작업이다.

지난해 12월부터 문화연대에서 꾸준히 자원봉사를 해온 그는 두달 전부터 이 프로젝트에 뛰어들면서 ‘장애인’과 ‘문화권’이라는 화두에 맹렬하게 빠져들기 시작했다. 회의에 참가하고 장애인 시설을 둘러보는 것은 물론 틈이 나는 대로 외국 자료를 읽어보고 있다.

노씨는 “취직에 목을 매고 토익 공부에 몰두하는 친구들이 대부분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사회문제를 고민하고 이를 개선하는 활동에 참여하려는 학생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성공회대 3학년인 송지혜(22·사회과학부)씨는 양심적 병역거부운동의 열렬한 후원자다. 그는 지난해 8월부터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모임인 ‘전쟁없는 세상’에서 틈날 때마다 캠페인 지원 등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는 평화박물관에 일주일에 두 차례씩 나가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송씨는 “사회학 공부를 하다가 평화운동에 관심이 많았는데 주변에서 병역거부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병역거부 운동에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요즘 대학생들의 사회참여 의식이 부족해졌다고들 한다. 대학생들은 자기 앞길 찾는 일에만 몰두하고 사회문제는 외면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씨와 송씨처럼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열성적으로 참여하는 학생들을 주변에서 찾기는 어렵지 않다. 야학 등 전통적인 사회참여 동아리들도 대학 안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환경, 평화, 문화운동 등 예전의 대학생들에게는 생소한 분야로 대학생들의 참여가 확대되고 있다.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은 활동가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시민단체들에게도 큰 힘을 보태주고 있다. 올해 초 남아시아 쓰나미(지진해일) 피해 때 이재민들을 도우려고 이국 땅에 가서 땀을 흘리는 대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기성 정당에 참가하는 움직임도 새로운 현상이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의 학생위원회, 한나라당의 청년위원회에도 대학생들이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특히 민노당 학생위원회는 학교별로 별도의 조직을 꾸려 중앙당 못지 않은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사회 참여의 분야와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는 것이다.

서강대 정상진 교수(사회학)는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동성애나 문신 같은 과거에 금기시돼 온 것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등 개인적이거나 문화적인 영역에서는 기성 세대가 상상도 못할 정도로 자유롭고 진보적”이라며 “예전의 관점에서 대학생들을 바라보는 것이야말로 세대편향적인 폭력”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특히 자신이 관심을 가진 분야에 대해서는 사회 참여에 열성적으로 나서는 것도 요즘 대학생들의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 대학문화와 자율성

5월의 캠퍼스는 대동제로 술렁인다. 민중가수 출신 안치환씨는 예전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대동제 마지막날 무대에서 청춘의 열정을 품고 열창해 왔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그를 부르는 대학 수가 예전만 못하다. 대학 새내기들 중 안씨를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대동제에 주로 초청되는 가수들은 방송가에서 잘 나간다는 인기 연예인들이다. 대동제는 대학문화만의 느낌을 공유하는 문화마당이기보다는 연예오락프로그램을 한곳에 모아놓은 버라이어티쇼 같아 보인다. 개그맨의 사회 속에 인기 댄스그룹이 나오고, 발라드 가수들이 마지막을 장식하는 포맷이 요즘 대동제의 전형이다.

서울 주요 대학에서 이런 식의 대동제를 후원하는 것은 ‘글로벌’ 대기업들이다. 대학은 이미 기업과 시장이 접수한 지 오래다. 이화여대 삼성문화관, 연세대 상남경영관, 고려대 100주년 삼성관 등에서 볼 수 있듯이 대학은 기업과 끈끈한 동맹 관계를 맺었다. 대기업 이름이 당당히 박힌 교사에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고시와 토플 등에 ‘올인’한다.

한 때 상당한 지원경쟁률을 기록했던 학보사는 기자 수급이 어려워 정상적 발간조차 어렵다. 철학과 미학, 문화이론을 연구하던 인문대학의 동아리들 역시 ‘천연기념물’이 된 지 오래다. 세련된 문화적 취향과 스타일이 발달하고, 다국적 언어와 상품기호들이 넘쳐나며, 이국적 음식점들과 피시방 등 각종 ‘방’들이 포진한 대학가에서 정작 대학문화가 부재하는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오늘의 대학문화는 ‘대학’ 없는 문화, ‘문화’ 없는 대학이란 이중의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주류 상업주의 문화와 차별화된 독특한 문화정체성이 없는 대학은 거대한 고시·취업 공장과도 같은 훈련소의 형상을 하고 있다. 문화적 소비는 넘쳐나지만 열정이 식었고, 돈으로 산 문화적 욕구는 충족되지만 자율적이지 않다. 그렇다면 저항과 풍자, 실험과 진보의 경험을 공유하던 대학문화는 이제 종말을 고하는 것일까?

그렇다고 시위와 민중가요가 캠퍼스의 전위를 형성하던 80년대를 대학문화가 꽃핀 이상적 시기로 볼 수는 없다. 문화가 정치적 실천의 수단으로 작용했던 80년대 대학문화에 비해 다양한 형식이 있는 지금의 대학문화가 더 풍부하다. 문제는 그런 문화적 형식들이 얼마나 자율성을 갖는가인데, 기업과 시장이 대학을 장악한 상황에서 대학문화가 자율성을 갖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그러나 자율성은 대학문화에 생기를 불어넣는 비타민일 뿐 아니라 대학 생존의 기본 에너지 그 자체라는 점에서 우리가 순순히 양보할 수는 없다. 어려운 조건이지만 문화적 자율주의 운동은 아직 완전히 흡수되지 않은 대학 내 비밀공간에서부터 시작하면 새로운 흐름을 만들 수 있다. 새로운 문화적 형식은 실험적인 교육과정, 대학 일상공간의 재구성, 급진적 문화행동을 통해서 실현될 수 있다. 대학의 사회적 위상의 위기가 대학문화의 위기를 몰고 왔지만, 이제는 급진적 문화행동 프로그램을 복원하는 자율적인 실천들을 통해 대학의 위상이 재정립돼야 할 때다. 소비문화를 통해 쌓았던 문화적 흥미들을 이제 대학문화를 복원하기 위한 문화적 자율주의 운동의 자원으로 투여해야 하지 않을까? 이동연/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겸 문화사회연구소 소장

■ 전통적 학생운동 퇴조
‘그들만의 운동’ 한계 넘어야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대 중앙도서관 앞 아크로폴리스에는 학생 15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반주 테이프에 맞춰 ‘동지가’를 불렀다. 1986년 민주화를 외치며 분신한 서울대생 김세진·이재호 열사의 19주기를 추모하는 자리였다. 10여년 전만해도 이런 집회가 열리면 아크로폴리스는 학생들로 가득찼지만, 지금은 이 정도 인원으로도 ‘보통’ 축에는 든다.

전통적 학생운동은 변화하는 시대 분위기와 맞물려 갈수록 입지가 위축되고 있다. 학생운동의 퇴조는 총학생회 선거 투표율에서도 그대로 읽힌다. 총학생회 선거는 ‘투표율 50%’의 벽을 넘는 것이 최대 과제가 됐다. 많은 대학들이 투표기간을 연장해 간신히 50%를 맞추거나 선거가 무산되는 일도 빚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운동권’ 총학생회의 약세는 어찌보면 자연스런 흐름이다. 인터넷 대학언론 <유뉴스>의 최근 집계를 보면, 105개 전국 대학 총학생회 가운데 지지하는 단체를 묻는 질문에 55곳이 ‘지지 단체 없음’이라고 밝혔고,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을 지지하는 총학은 34곳에 그쳤다. 11기, 12기 한총련 의장을 배출한 연세대와 한국외대에선 비운동권 총학이 선출됐고 한양대, 서강대, 이화여대 등도 비운동권이다. 서울대는 운동권이 복귀했지만 한총련과는 선을 그었다.

운동권의 세력 약화는 대학의 탈정치화 바람과 맞물려 있다. 무한경쟁에 내몰린 대학사회의 위기도 학생들의 무관심을 부추기고 있다. 송효원 한총련 13기 의장은 “학생들의 이해와 요구는 갈수록 다양해지는데 운동진영이 이를 받아내지 못하고 있다”며 “취업에 매달리는 대학의 구조적인 문제 탓도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늘날 대학생들이 사회 문제에 등을 돌렸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지난해 대통령 탄핵사태나 미선이·효순이 사건 등을 계기로 열린 촛불시위에서 표출된 대학생들의 열기는 여전히 뜨거웠다. 이를 두고 학생운동만이 제기할 수 있는 사회적 의제가 부족한 탓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박설수 <고대신문> 편집장은 “현재 핵심 사안인 비정규직 문제는 노동계가 중심이 돼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며 “학생운동만이 점유할 수 있는 사안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운동권과 비운동권의 경계는 점차 모호해지고 있다. 등록금, 청년실업 등 사안들은 두 진영의 공통 관심사다. 여러 갈래의 단체들이 지난해 ‘전국대학생 5월 한마당’을 여는 등 연대 움직임을 모색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송효원 의장은 “다양하고 창조적인 방법을 통해 학생들이 사회문제를 ‘내 문제’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해법을 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이호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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