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으로 건설사가 도산해 공사가 지연되면서 서울 시내 일부 학교의 개교 시기가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교육청은 “임대형 민자사업(BTL) 방식으로 추진 중인 학교 공사가 차질을 빚고 있어 2010년 3월 개교를 목표로 하던 신도초·신도중·미사리중 등 3개 학교의 개교 시기가 길게는 1년까지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고 27일 밝혔다.
BTL 사업은 민간 사업자가 공공시설을 지어 소유권을 정부에 넘기는 대신 20~30년 동안 사용권을 갖는 방식으로, 정부가 건설 경기 부양을 위해 지난 2005년부터 시행해 온 사업 방식이다.
보통 BTL에는 건설·시공을 맡는 건설사와 자금을 지원하는 금융기관, 건물운영을 맡는 운영업체가 함께 참여하는데, 최근 경기침체로 BTL 사업의 수익성이 낮아지자 금융기관들이 이 사업방식을 외면하면서 학교 건립의 첫 삽 조차 뜨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건설사가 부도가 나거나 금융권에서 자금 조달을 제대로 하지 못해 공사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내에는 봉화초 등 51개 학교의 체육관 건립이 BTL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아직 상당수 학교가 계약조차 맺지 못하고 있으며, 지난 2006년 시작된 금화초 등 4개 학교의 증·개축 공사 역시 공정률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3%에 불과한 상태다.
이에 따라 시교육청은 BTL 방식을 포기하고 정부와 시교육청이 직접 자금을 마련하는 재정사업 방식으로 학교 건립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과학기술부 차원에서 학교 BTL 사업을 재검토 하고 있다”며 “재정사업 방식으로 전환할 경우 소요되는 예산을 측정한 ‘재정 소요 검토서’를 이달 중순 교과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서울 뿐 아니라 다른 시·도교육청 역시 교과부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소요 예산 등을 따져본 뒤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2011년 이후 개교하는 학교 건립도 BTL 방식 대신 재정사업 방식으로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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