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 묶었던 ‘서울 도심발전계획’
청계천 개발 시점부터 슬슬 풀여
양부시장 위원장 맡고부터 탄력
검찰의 수사가 청계천 주변 도심 재개발지구 전반으로 확대하면서 이곳에 초고층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한 서울시의 정책 변화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을지로2가 도심 재개발구역에서 길아무개씨가 추진한 주상복합 건물은 높이 148m(지상 38층)였다. 회현 재개발구역은 기존 70m 이하에서 109m로 고도를 올렸다. 세운상가 구역도 85m에서 109.5m로 건물 높이를 크게 올렸다. 본래 서울시는 2000년 ‘서울 도심부 관리 기본계획’을 세우면서 역사성 보존의 이유로 도심부의 최고 높이를 90m로 묶었다. 이러한 ‘90m 규제’가 풀린 것은 2002년 7월 이명박 시장이 취임해 청계천 복원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다. 서울시는 청계천을 복원하면 도심부를 새롭게 관리해야 한다는 판단에서 2002년 9월부터 기존의 ‘도심부 관리 기본계획’을 수정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추진된 ‘청계천 복원에 따른 도심부 발전계획’은 2003년 5월 1차 공청회와 2004년 2월 2차 공청회를 거쳐 8월 제모습을 드러낸다. 이 계획에서 가장 핵심적인 대목은 ‘고도제한 완화’였다. 2차 공청회에서 논의된 계획안은 “높일 곳은 높이고 낮출 곳은 낮추자”는 방침에 따라 도심부 고도제한을 30~90m까지 다변화했다. 반면, 삼각·수하동 구역과 세운상가 구역을 전략개발지역으로 정하고, 이곳에서는 △90m 대신 110m로 높이거나 △동일 구역 안 기존 건축물의 높이만큼 허용하거나 △평균 층수 개념을 적용해 고도 제한을 완화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하지만 공청회에서 제시된 안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고도제한을 대폭 완화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공청회 이후 2004년 4월 서울시 주택국은 갑자기 장교·세운상가·회현 등 주거 기능이 필요한 도심 재개발구역 5곳에 대해 최고 높이 135m까지 허용하는 도심재개발 기본계획변경(안)을 공람 공고했다. 이에 경실련·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는 도심 공동화를 막는다는 이름 아래 일부 계층에 서울의 조망권을 넘기는 조처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당시 도시계획위원회도 주택국의 변경안을 보류함으로써 일단 시민단체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청계천 추진본부 쪽은 세운상가 구역 등 청계천 주변 도심 재개발구역에 대해 고도제한을 완화하는 방안을 꾸준히 주장했고, 2004년 8월 발표된 최종계획은 결과적으로 고도를 크게 올릴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삼각·수하동 구역과 세운상가 구역 외에도 전체 도심 재개발구역에서는 20m를 더 높여주며 △공공용지·공개용지를 내놓으면 높이에 인센티브를 주고 △공공용지를 법적 기준보다 추가로 부담하면 정비구역 내 기존 건축물의 최고 높이 이하 범위에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해 정한다는 내용이었다. 도심부 발전계획이 윤곽을 드러낸 2004년 2월부터 최종안이 확정된 8월까지 고도제한이 완화돼온 셈이다. 이 시기는 길씨가 양윤재 부시장 등을 상대로 금품 로비를 벌인 직후다. 또 양 부시장이 승진과 함께 도시계획위원회 위원장을 맡고부터 청계천 도심의 층고 제한 완화에 탄력이 붙었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2000년에 도심부를 90m로 과도하게 규제하면서 도심 재개발이 사실상 곤란하게 됐다”며 “고도제한을 조정한 것은 도심 공동화를 막고 균형성장을 위한 정책 결단이었다”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고도 완화 통과 “그때 그때 달라요”
도시계획위 최고결정기구
업자들 로비 복마전 잡음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용도지역 변경이나 개발행위 심의 등 도시계획과 관련한 중요 사항을 심의·결정하는 서울시 도시계획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도시관리 방향이나 목표에 따라 도시 정책 문제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위원들의 결정은 개발업자들의 수익성과 직결되면서 위원들에 대한 로비 잡음도 많다. 도시계획위는 모두 25명으로 꾸려지며, 행정2부시장이 당연직 위원장이다. 구속된 양윤재 행정2부시장은 지난해 7월부터 위원장을 맡아 왔다. 현재 외부 전문가 15명과 시 공무원 4명, 시의원 4명, 구청장 1명 등 모두 24명이 위촉돼 있다. 본회의는 매월 첫째, 셋째 수요일에 2번 열리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회의 안건은 심의·보고·자문 안건 등 3가지로 행정2부시장에게 사전 보고한 뒤 도시계획위에 올린다. 청계천 주변 고도제한 완화와 관련해서도 도시계획위는 핵심적인 구실을 했다. 지난해 9월 ‘도심부 및 청계천 주변지역에 대한 발전계획’을, 2월엔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기본계획 개정안’을 잇따라 통과시켜 고층건물 건립이 가능하도록 했다. 공교롭게도 양 부시장이 위원장을 맡고 난 이후다. 하지만 4월에는 ‘을지로 2가 일대 도시환경정비구역 변경안’을 보류했다. 이 때문에 미래로 아르이디의 을지로 2가 38층짜리 주상복합 빌딩 건립 계획은 제동이 걸렸다. 서울시는 이를 반증으로 제시하며 양 부시장이 길 대표로부터 금품을 받지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 주변에서는 길 대표가 양 부시장의 ‘60억원 요구’에 응하지 않자 양 부시장이 ‘본때’를 보인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정혁준 이유주현 기자 june@hani.co.kr
청계천 개발 시점부터 슬슬 풀여
양부시장 위원장 맡고부터 탄력
검찰의 수사가 청계천 주변 도심 재개발지구 전반으로 확대하면서 이곳에 초고층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한 서울시의 정책 변화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을지로2가 도심 재개발구역에서 길아무개씨가 추진한 주상복합 건물은 높이 148m(지상 38층)였다. 회현 재개발구역은 기존 70m 이하에서 109m로 고도를 올렸다. 세운상가 구역도 85m에서 109.5m로 건물 높이를 크게 올렸다. 본래 서울시는 2000년 ‘서울 도심부 관리 기본계획’을 세우면서 역사성 보존의 이유로 도심부의 최고 높이를 90m로 묶었다. 이러한 ‘90m 규제’가 풀린 것은 2002년 7월 이명박 시장이 취임해 청계천 복원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다. 서울시는 청계천을 복원하면 도심부를 새롭게 관리해야 한다는 판단에서 2002년 9월부터 기존의 ‘도심부 관리 기본계획’을 수정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추진된 ‘청계천 복원에 따른 도심부 발전계획’은 2003년 5월 1차 공청회와 2004년 2월 2차 공청회를 거쳐 8월 제모습을 드러낸다. 이 계획에서 가장 핵심적인 대목은 ‘고도제한 완화’였다. 2차 공청회에서 논의된 계획안은 “높일 곳은 높이고 낮출 곳은 낮추자”는 방침에 따라 도심부 고도제한을 30~90m까지 다변화했다. 반면, 삼각·수하동 구역과 세운상가 구역을 전략개발지역으로 정하고, 이곳에서는 △90m 대신 110m로 높이거나 △동일 구역 안 기존 건축물의 높이만큼 허용하거나 △평균 층수 개념을 적용해 고도 제한을 완화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하지만 공청회에서 제시된 안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고도제한을 대폭 완화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공청회 이후 2004년 4월 서울시 주택국은 갑자기 장교·세운상가·회현 등 주거 기능이 필요한 도심 재개발구역 5곳에 대해 최고 높이 135m까지 허용하는 도심재개발 기본계획변경(안)을 공람 공고했다. 이에 경실련·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는 도심 공동화를 막는다는 이름 아래 일부 계층에 서울의 조망권을 넘기는 조처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당시 도시계획위원회도 주택국의 변경안을 보류함으로써 일단 시민단체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청계천 추진본부 쪽은 세운상가 구역 등 청계천 주변 도심 재개발구역에 대해 고도제한을 완화하는 방안을 꾸준히 주장했고, 2004년 8월 발표된 최종계획은 결과적으로 고도를 크게 올릴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삼각·수하동 구역과 세운상가 구역 외에도 전체 도심 재개발구역에서는 20m를 더 높여주며 △공공용지·공개용지를 내놓으면 높이에 인센티브를 주고 △공공용지를 법적 기준보다 추가로 부담하면 정비구역 내 기존 건축물의 최고 높이 이하 범위에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해 정한다는 내용이었다. 도심부 발전계획이 윤곽을 드러낸 2004년 2월부터 최종안이 확정된 8월까지 고도제한이 완화돼온 셈이다. 이 시기는 길씨가 양윤재 부시장 등을 상대로 금품 로비를 벌인 직후다. 또 양 부시장이 승진과 함께 도시계획위원회 위원장을 맡고부터 청계천 도심의 층고 제한 완화에 탄력이 붙었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2000년에 도심부를 90m로 과도하게 규제하면서 도심 재개발이 사실상 곤란하게 됐다”며 “고도제한을 조정한 것은 도심 공동화를 막고 균형성장을 위한 정책 결단이었다”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고도 완화 통과 “그때 그때 달라요”
도시계획위 최고결정기구
업자들 로비 복마전 잡음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용도지역 변경이나 개발행위 심의 등 도시계획과 관련한 중요 사항을 심의·결정하는 서울시 도시계획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도시관리 방향이나 목표에 따라 도시 정책 문제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위원들의 결정은 개발업자들의 수익성과 직결되면서 위원들에 대한 로비 잡음도 많다. 도시계획위는 모두 25명으로 꾸려지며, 행정2부시장이 당연직 위원장이다. 구속된 양윤재 행정2부시장은 지난해 7월부터 위원장을 맡아 왔다. 현재 외부 전문가 15명과 시 공무원 4명, 시의원 4명, 구청장 1명 등 모두 24명이 위촉돼 있다. 본회의는 매월 첫째, 셋째 수요일에 2번 열리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회의 안건은 심의·보고·자문 안건 등 3가지로 행정2부시장에게 사전 보고한 뒤 도시계획위에 올린다. 청계천 주변 고도제한 완화와 관련해서도 도시계획위는 핵심적인 구실을 했다. 지난해 9월 ‘도심부 및 청계천 주변지역에 대한 발전계획’을, 2월엔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기본계획 개정안’을 잇따라 통과시켜 고층건물 건립이 가능하도록 했다. 공교롭게도 양 부시장이 위원장을 맡고 난 이후다. 하지만 4월에는 ‘을지로 2가 일대 도시환경정비구역 변경안’을 보류했다. 이 때문에 미래로 아르이디의 을지로 2가 38층짜리 주상복합 빌딩 건립 계획은 제동이 걸렸다. 서울시는 이를 반증으로 제시하며 양 부시장이 길 대표로부터 금품을 받지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 주변에서는 길 대표가 양 부시장의 ‘60억원 요구’에 응하지 않자 양 부시장이 ‘본때’를 보인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정혁준 이유주현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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